악기 만드는 사람… 민족예술 뒤안길 빛내다
2017년 08월 18일 09:12【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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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 90년대에 설립된 연길시 민족악기연구소는 그동안 우리 민족 전통악기를 발굴, 연구, 제작하면서 중국조선족 전통예술의 명맥을 지켜오는데 든든한 역할을 해왔다. 현재 연길시 북산가에 위치해있는 이 연구소에는 78세의 조기덕 소장이 20여명의 악기제작로동자들을 이끌고 묵묵히 민족음악사의 한 편에서 가치를 지켜가고 있다.
11일, 기자는 연길시 민족악기연구소를 찾아 악기를 만드는 사람들과 그들의 손끝에서 퍼지는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았다.
한 여름의 나른한 오후, 선반로동자들이 나무를 자르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는 외 모든 것이 정지된 듯 넓은 연구소의 뜰안은 한없이 조용했다. 이어 조기덕 소장을 따라 공장내부를 둘러보니 기자의 눈앞에는 곧 익숙한 듯 낯선 아날로그의 세계가 펼쳐졌다. 특히 조립차간에서는 거의 모든 제작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왜 굳이 수작업이야 하는지, 기계화생산은 불가능한지에 대해 물으니 조기덕 공장장은 “보기에 간단해 보여도 우리 민족악기는 아름다운 음색과 풍성한 음량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섬세한 작업을 필요로 하기에 힘들더라도 수작업을 견지해야 한다”고 답해주었다. 여기에는 북에 쓰일 가죽을 깁거나 가죽을 북통에 조립하거나 또 가야금의 실을 안족에 씌우는 등 작업들이 있었다. 이처럼 악기 하나를 만들어도 고민을 들여 부품 하나까지 손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력사기재에 따르면 우리 민족 악기는 무려 80여종으로 지금에 와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악기는 20~30여종이다. 현재 연길시 민족악기연구소에서는 여러 종류의 타악기, 현악기, 관악기를 포함, 약 40여가지의 민족악기들을 생산해내고 있으며 그들이 만들어낸 악기들은 질이 좋고 음색이 아름다우며 가격대가 합리적이여 국내외로부터 꾸준한 환영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미 전국에 300 여 군데의 예술단체와 학교, 여러 민간단체들과 장기적 합동관계를 맺고 폭넓은 판매를 이어가고 있으며 일년에 200~300만원의 판매수익을 기록한다. 또한 지난 2008년에는 국무원으로부터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 보호단위로, 2014년에는 국가 문화부로부터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 생산성보호시범기지로 지정됐으며 이후 악기제조기술공예를 부단히 개량하고 새로운 악기제작기예를 발굴하면서 그 역할을 날로 뚜렷히 해나가고 있다.
한편, 악기제작에 있어 현재에 그 기술을 전승받을 후계자가 적다는 것이 우려되는 점이기도 하다. 날로 치렬해지는 시장경제 론리 하에서 ‘악기제작로동자’는 그리 매력적인 직업이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기덕 소장은 “우리 민족 악기는 질긴 생명력으로 지금까지 이어왔다. 사람들의 물질수요는 일정한 제한성을 갖고 있지만 정신수요는 무제한적이다. 악기제작에 있어 부단히 개혁하고 새롭게 발굴하면서 생산량을 확대하고 판매량을 제고해 수입을 늘이면 더욱 많은 효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지금은 가야금, 거문고, 아쟁, 장고 등 각종 미니악기들을 연구개발 중에 있는데 우리 주 관광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이러한 미니악기들의 대량판매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장차 ‘악기제작로동자’도 비전이 있는 직업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류의 시초와 함께 음악은 존재했고 음악과 사람, 악기가 합을 이루어 다양한 삶의 정서와 소리를 표현한다. 여기서에서 악기의 역할은 단연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한개 민족의 고유 악기들은 그 민족의 삶을 통채로 반영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외면하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연길시 민족악기연구소 조기덕 소장을 비롯한 20여명 악기제작로동자들이며 그들이 스쳐가는 시간들은 우리 민족음악예술의 뒤안길에서 고요하게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