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년 4월 9일 수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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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씨
1. 첫눈
본세기 30년대의 물정이 소연한 어느해 늦은가을 나는 보결시험을 치르고 한 군관학교에 입학하였다. 당시 전국에 이름이 높이났던 그 학교는 양자강남안에 자리잡고있었다.
입학을 하자마자 나는 교칙에 따라—머리를 빡빡 깎고 군복을 갈아입고 또 배같이 큰 군화를 갈아신어야 하였다. 연후에 당일로 제1대대 마지막 중대에 편입되였는데 불시로 눈앞에 140여개의 낯선 얼굴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나는 어리둥절하여 한동안 착실히 넋을 놓았다. 하여 그저 그들이 하는대로 따라서 상학을 하고, 조련을 하고, 차렷을 하고, 쉬엿을 하고 또 위병근무를 하였다. 그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날뛰다나니 제몸을 돌볼 겨를이 거의 없을 지경일 밖에. 다재다난한 나의 군인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였다.
어느 첫눈이 내린 날 새벽의 일이다. 기상나팔소리가 채 사라지기도전에 중대장의 긴급명령이 떨어져내려왔다.
“광동학생들은 즉시 아래층에 집합하라!”
나는 서투른 솜씨로 각반을 치면서 속으로 괴이쩍어하기를—이건 또 무슨 놈의 명령이야? 광동이 “독립”이라도 한다는 수작인가?
광동군벌 진제당이 란을 일으켜 우리 학교 교장—장개석을 반대한다는 풍문은 어디서 더러 얻어들은적이 있었으므로 나는 호기심에 끌려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엿보려고 창문가로 다가갔다. 한데 그 창문에는 벌써 웬 동급생 하나가 기척없이 붙어서서 아래의 동정을 살피고있었다. 나는 손바닥으로 유리창에 서리는 입김을 닦으며 코를 납작 붙이고 재미스럽게 구경을 하였다. 둔덕진 뜰에 횡대로 늘어선 예닐곱명의 광동학생들은 개개 다 몸집이 살기없이 호리호리하였다. 항시 뜨거운 남국의 태양에 체내의 수분을 빨려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우리의 그 사천사투리가 심한 중대장—량중좌는 손으로 땅바닥에 엷게 깔린 눈을 가리켜보이며
“다들 봐, 이게 눈이라는거야.”
하고 광동치들에게 말하는것이였다.
“여기서는 추울 때 비가 안 오고 이런게 와. 다들 처음 보지? 이담에 눈속에서 쌈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미리 낯들을 익혀둬야 해. 알았나?”
(나이 스무살을 먹도록 눈구경을 못한 인간들도 세상에는 있었구나!) 하고 속으로 은근히 놀라며 또 감탄하며 나는 더욱 재미나게 유리창너머로 구경을 하였다.
일렬횡대로 늘어서서 중대장의 훈시를 받은 열대생장의 멍청이들은 제각기 허리를 구푸리고 땅바닥에 깔린 눈을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개중에는 혀끝으로 맛을 보는 어리보기까지 있으니 더욱 가관이였다.
“가련한 인생들, 저 꼴, 저 모양이니 스키, 스케트 타는 재미란 통 모르고들 살았을게 아닌가!”
내가 웃으며 옆에 있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즉 그 친구는 아무 말 않고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였다. 하여 나는 이게 어떤 작자인가 하고 다시한번 그 친구를 똑똑히 살펴보았다. 어, 이런, 내앞에 서있는것은 분명 어디서 온 작은아씨가 아닌가! 오관이 단정한 갸름한 얼굴, 섬섬한 손, 하얀 살갗, 호리호리한 몸매… 나는 성질이 본시 랑만적환상에 사로잡히기 잘하는터이라서 이번에도 또 환상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이건 녀자가 변장을 한게 아니야?) 그리고는 또 (저렇게 연약한 몸으로 군인노릇을 어떻게 한담!) 하고 공연한 근심을 앞세웠다.
하여 다시 그의 군복앞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여겨보니 거기에 적힌것은—“4중대 강진세”란 몇 글자였다.
래원: 인민넷 | (편집: 김홍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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