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항전별곡》(8)
2016년 04월 28일 14:35【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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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칙
어찌 알았으리, 한 이틀 지나서 그 강진세가 교실에서 내 “이웃”으로 될줄을. 그날 “상관”이라는 복성을 가진 직일관이 우리 교실에 들어와서 일부 학생들의 자리를 조정하는데 나는 류신이라는 말라꽹이와 한책상에 앉게 되였다. 한데 내 오른손쪽으로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 바로 강진세였던것이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그 두 친구가 다 우리의 동포—조선민족이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류신이는 광동 중산대학에서 전학을 해왔는데 바이올린을 잠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성미라서 “깡깡이”라는 별명이 붙어있었다. 그후에는 태항산에서 중국공산당에 가입하였고 또 한때는 평원구에서 려정조사령원의 부하로 활약하기도 하였다.
어느날 나는 간밤에 두시간 동안 위병근무를 한 까닭에 교실에 들어가 앉기가 무섭게 자꾸 졸음이 와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잖아도 나는 평소에 잠꾸러기로 소문이 났던터이다. 허나 아무튼 그날 처음 교관선생의 무미건조한 강의도 브람스의 자장가와 마찬가지 효력을 낼수 있다는 신기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였다.
내가 바야흐로 꿈나라 골어구에 다달았을즈음에 별안간 교실안의 사람들이 와닥닥 모두 일어섰다. 나는 잠결에 피뜩 생각하기를 (공습인가! …지진인가?) 허나 내가 밖으로 뛰여나가려고 미처 몸을 일으키기도전에 교관선생의 틀진 음성이 들려왔다.
“다들 앉으시오.”
하니까 그 일시에 죽 일어섰던 백여명 학생들이 다 아무 일도 없었던것처럼 도로 착석을 하고 그리고 수업은 다시 계속되는것이였다. 그 바람에 나는 점점 더 어리둥절해났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놈의 감투끈이야?
하여 강진세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어찌된 영문을 소곤소곤 물어보았더니 그는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할뿐 대꾸를 아니하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한책상에 앉아있는 류신이가 나의 몽을 열어주었다.
“누구 입에서든 ‘교장’소리만 나오면 모두 차렷을 해야 해. 그게 이 학교의 교칙이야. 방금 저 교관도 강의를 하다가 ‘교장’ 두글자를 거들었어.”
어, 그런 놈의 감투끈이였구나! 세상에 꾀까닭스러운 학교도 다 많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