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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문화칼럼38]중국조선족의 “근대성”을 상상한다(3)

박우

2016년 10월 24일 13:28【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국경절 년휴의 여운이 아직도 상당한가 봅니다. SNS는 지인들의 려행사진을 게재하는것으로 기능을 뽐내고있습니다. 려행의 행적을 기록한 많은 사진들중 단연 저의 눈에 가장 예쁘게 보이는것은 저의 고향을 다녀간분들의 사진이였습니다. 

저에게 사진을 보내주면서 이 깨끗한 공기와 환경을 갖게 된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례의상” 묻는 지인이 있습니다. 저는 깨끗한 자연을 태생적으로 경험한 가진자의 여유를 부리면서 “공장이 없어서 공기가 좋을수 밖에 없다.”는 연변식의 롱담을 던졌습니다.
 
이 사람들은 연변에 가서 공기만 마신게 아니였습니다. 아시아의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만무과원에도 들렀나 봅니다. 사과배를 들고, 안고, 만지며 사진 찍었습니다. “왜 사과배인지, 왜 룡정배, 연변배가 아닌지?”라고 묻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높은 위도의 건조한 조건에서도 과일이 자랄수 있다는것이 궁금한가 봅니다. “너무 많이 알면 다친다”고 말해주면서 저의 무지함을 덮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사과배만 먹었던게 아니였습니다. 만무과원 바로 맞은편, 해란강을 사이에 둔 드넓은 벌판의 벼를 보고 흥분한듯 합니다. 우리가 중학교때 력사나 지리 수업에 중국의 벼농사는 황하, 장강, 주강 류역에서 이루어지고있고 1년 2모작, 2년 3모작을 통해 생산량이 상당하다고 배웠습니다. 이 지인들은 “이렇게 높은 위도에서도 벼가 잘 자라네?”라고 합니다. “그 원리는 무엇인가?”라고 또 묻습니다. 어디서 이런 먹물을 들이켰는지 연변말로 “와늘 심도 있는” 질문만 해댑니다. “벼농사의 북방한계선을 높인 과학적원리는 무엇인가?”라고 되물으면서 저는 뜸들였습니다. 딱히 답할수 없었습니다. 정확하게 제가 모르고있다고 말하는게 더 솔직하겠네요.
      
이 사람들은 벼밭만 본게 아니였습니다. 신나게 연길 시내를 보행했나 봅니다. 원체 자가용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이들은 연길사람과 어깨를 스치면서 구경하였답니다. 그 중 동행했던 외국인 친구가 자신의 인상속의 빨간색으로 표상되는 중국의 도시와 너무 다르다고 했답니다. 그러면서 또 질문을 던지더군요. “연길의 도시건설리념은 무엇인가?” 아… 이건 이 분야 전문가만 알진대. 그리고 참 궁금한게 많은 이 친구는 “시내 건축들도 참 특색이 있는데 설계리념은 무엇인가?”라는 애정 어린 질문공세를 이어댔습니다. 머리속에 아는 단어를 총 동원하여 서양고전, 문예부흥, 사회주의 고딕, 바로크, 비잔틴 등등 나름 둘러대려고 했으나 막상 고향의 건축은 무슨 철학인지 생각조차 해본적 없었던것 같습니다. 

이쯤 되니 제가 과연 연변에 대해서, 나아가 조선족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있을가 라는 자문을 하게 되더군요. 

우리는 중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청정 자연에 살고있지만 이 자연은 어떻게 유지되고 구성되였는지 진지하게 생각을 안했던것 같습니다. 고위도지대에서 개척한 1차산업은 농업사, 원예사에 기재될만한 과학적혁신이였습니다. 빨간색이 아니여도 충분히 내용을 소화할수 있는 철학과 기술이 있었기때문에 오늘날의 도시가 가능했습니다. 이렇게 과학의 보고(寶庫)에 살고있었지만 보고의 과학적요소는 너무 당연시되고 일상화되다 보니 느낄수가 없었던것 같습니다.
 
이 지인이 저에게 한 질문들은 근대적지식이 어떻게 연변사람 또는 조선족에게 내면화되였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영농과학기술을 조선족농민들은 어떻게 습득했고, 이 기술은 누구를 통해 어떻게 전파되였는가에 대한 질문이였습니다. 도시경관을 결정하는 근대적철학은 무엇이며 이 철학은 어떻게 연변 사람 또는 조선족의 일상과 융합하게 되였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족은 아주 확고한 “과학주의” 신념을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간주하는것 같습니다. 우리가 중국내에서 다른 집단에 비해 월등한 교육수준을 자랑하는것도 이 신념의 현실적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과학, 사회과학의 전문화는 중국조선족의 정체성을 그 누구보다 먼저 “리성”의 령역으로 인도했던것 같습니다. 

이 과학의 전문화는 당연히 풍부한 전문적인 교육기관과 교육자들에 의해 재생산되였겠지요.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의학 등 학문은 중국 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일찌기 조선족의 뇌리에 장착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사회과학의 령역은 여러가지 굴곡이 있었지만 그래도 조선족사회에 연착륙합니다. 그렇다면 중국조선족의 근대적지식의 내면화를 전통과의 부분적  “단절”을 고한 중요한 사례중 하나로 볼수 있지 않을가요?  

너무 자연스럽게 그 문화의 내부에 있다보니 이러한 근대적인식은 “정체성화”되기 어려웠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변, 조선족, 또는 제 개인이 본격적이고 다차원적으로 외부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 이 “과학주의”적인식이 정체성의 한 측면으로 인지되기 시작한것 같습니다. 일명 만들어진 문화로서 “과학주의”적정체성이 구성되기 시작하는것 같습니다.

기실 이런 현상은 력사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했습니다. 과학과 리성은 력사발전의 매 순간을 이어놓았고 근대적인간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문명의 진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 요소들에 대해 외국은 이미 구체적인 실체를 통해 “문화화”하고 대대손손 재생산하고있었습니다. 중국의 일부 대도시들도 이 작업에 엄청 열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실체중 하나가 다름아닌 박물관입니다.

외국의 도시들을 거닐다보면 가장 부러운것이 크고 작은 테마(주제)박물관이 많다는것이였습니다. 인간의 삶에 필요한 사소한것들이 어떤 원리에 의해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알려주고있었습니다. 이 물질적발전의 과학적근거, 또는 이 과학적근거의 근거로서 철학의 론리를 알려주고있었습니다.  도시공간에 꽉 들어찬 “실체화”되고 문화화된 삶의 양상에 대해 이 지역 사람들은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지역을 설명해줄수 있는 전문가이기도 했습니다. 박물관이 전문화된 과학을 대중화된 과학으로 이끄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있었던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자랑스러운 과학적문화유산을 원초적(자연적) 형태 그대로 두기만 할가요? 이 원초적형태의것을 문화화함으로써 우리를 구성하는 요소를 더욱 풍부하고 밀도있게 하면 좋지 않을가요? 도시에 사과배박물관, 벼박물관, 음식(발효)박물관, 건축박물관, 철도박물관, 환경박물관, 황소박물관, 송이박물관, 하천박물관, 어류박물관, 지질박물관 등과 류사한 시설들로 꽉 채워 문화유산의 과학적요소를 대중화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지역 전문가가 될수 있게 할수는 없을가요? 나아가 이 지역을 찾은 외부인들에게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원리중 하나로서 “과학주의”적인식을 소개하여 그들로 하여금 더욱 풍부한 문화를 느끼게 하면 좋지 않을가요?

산업(공업)도시의 부분적 기능은 소비사회의 도래로 퇴조하거나 소실됩니다. 대신 이 부분은 소비도시의 새로운 요소로 채워져야 합니다. 이 요소들중 하나가 바로 지역 거주자들의 문화적성격을 해석해주는 콘텐츠입니다. 산업도시에서는 공장(중국으로 치면 單位)을 중심으로 한 제도들이 공동체의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했지만 소비도시에서는 이 공동체가 파편화되는 개인들에 의해 위태롭게 됩니다. 공동체안에서 개인들은 귀속의식으로서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는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기도 합니다. 이 사유에 근거한 “정답”의 출현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동체존페의 위기는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곳은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어떤 곳은 근(현)대적성격을 만들어 내고있었습니다. 연변은, 조선족은 전자의 창출은 성공적으로 한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것은 후자에 대한 관심이라고 보여집니다.

【박우 략력】

성명: 박우(朴佑)

성별: 남

출생년월: 1982.3

소속: 한국 한성대학 교양교직학부

전공: 이민사회학, 정치사회학, 동아시아 이주와 시민권 문제, 한국의 조선족 사회

학력: 한국 서울대학 박사과정 수료
한국 서울대학 사회학 석사
연변대학 식품공학 학사

경력: 한국 한성대학 교양교직학부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조교수.

주요 론저:
편저로는《우리가 만난 한국(2012, 한국, 북코리아)、역서로는 《한국과 중국의 사회변동 비교연구》(2013, 한국, 나남), 《중국 동북지역 도시사 연구》(2016, 한국, 진인진)등.

래원: 인민넷-조문판 (편집: 김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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