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하면 누구라도 대뜸 "괴짜"라는 단어를 머리에 떠올리기 십상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엉뚱한 행동, 이상한 성미… 등등. 깡마른 체구에 머리를 헝클어뜨린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바로 그 상징적 인물이다.
그러나 김홍광은 기자가 연구소에 가면서 머리에 그려보았던 그런 "괴짜"의 과학자가 아니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자주 일어나 스스럼없이 좌중에 차를 따랐고 일행과 이웃처럼 허물없이 담소를 나눴다. 거짓말 하나 없이 "동네 아저씨"와 같은 그런 풋풋한 사람이었다.
김홍광은 중국과학원의 원사(院士)이다. 2013년 중국과학원 원사 선거에서 중국 국적의 과학자 53명, 외국 국적의 과학자 9명이 새롭게 선출되었고, 이 가운데서 조선족으로는 그가 뽑혔다. 과학원의 조선족 원사로는 지금까지 그가 유일하다.
"'십년을 두고 칼 한 자루를 간다'는 말이 있지요? 하지만 과학자는 10년이 아니라 20년이라도 '칼 한 자루'를 갈지 못할 수 있습니다." 김홍광은 학문연구의 어려움을 이렇게 요약해서 말한다.
그는 "과학자"를 망망한 바다위에 떠있는 쪽배로 비유했다. 바다위에서 암만 노를 저어도 쪽배가 언제 섬의 대안에 도착할지 모른다는 것. 뱃사공의 노력은 큰 대가를 지불했는데도 불구하고 혹여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였다.
"8시간, 16시간의 로동은 선형적이지만, 과학연구는 비선형적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건대는 80, 90%의 과학자들이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해요."
비선형(非线性)은 변화에 대한 결과가 예측불가능하게 증폭되는 것을 말한다. 비선형계에서는 미세한 변화가 계속 증폭되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에는 섬처럼 언제 나타날지 모를 "기회"가 숨어있다. 이 기회는 또 바다처럼 주변의 "환경"과 관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