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이, 매돌, 떡시루, 놋그릇, 백자항아리, 조선의 유명 화가들 그림… 민속품들은 멀리는 몇백년전, 가까이는 30여년전 석탄불을 피워 밥을 지을 때까지 집집마다 썼던 부엌의 물건들까지 모두 있다. 민속품들을 자세히 보고있느라면 자연스럽게 민속품이야말로 민족의 혼과 민속의 정을 담은 결정체라는 생각이 강하게 뇌리를 스쳤다.
9일, 연길시 애단로 63-17호 9층 청사에 자리잡은 연변천지조선족민속문화연구원을 둘러보며 받은 느낌이다. 지난 6월 20일(단오절), 세상에 고고성을 울린 연변천지조선족민속문화연구원은 558평방메터의 실내규모를 자랑하며 873점의 민속품이 전시돼있다. 이 연구원이 오늘날의 규모를 갖추기까지는 우직하게도 매달의 로임을 다 퍼주면서 “돈이 안되는” 민속품만을 모아온 “현대판 우공” 김인국씨의 가슴 짠한 이야기가 녹아있다. “지난 20년간 저희는 산간벽지와 향진을 돌아다니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님들의 땀방울이 스며들었고 손때가 묻은 민속품을 수집하는데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오랜 세월의 풍상을 겪은 민속품들을 접할 때마다 얼굴이 화끈해나고 가슴이 벅찼으며 어떤 때에는 뜨거운 눈물로 울컥할 때도 많았습니다.” 연길시농업은행에서 재직하다 연구원 설립과 함께 이 연구원 원장으로 뛰고있는 김인국씨(1962년생)가 터놓은 진담이다.
김인국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개혁개방의 세파속에서 중국조선족은 커다란 시련을 겪고있습니다. 현재 200만명 조선족중에서 70여만명은 한국에 나가있으며 거기에 미국, 일본과 기타 몇십개 나라에서 살아가는 조선족들을 다하면 100만명은 해외에서 살아가고있는 실정입니다. 어떻게 민족의 혼을 계속 지켜나갈것이며 어떻게 민속문화를 대물림할것인가 하는 과제가 뚜렷하게 제기되고있습니다.”
천지민속문화연구원은 앞으로 민속품을 전시하여 사회를 위해 봉사할것이며 특히는 무료로 어린이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보여줄것이라고 한다. 또한 민속학자들과 민속문화에 관심이 있는 여러분들을 모시고 겨레의 민속문화를 발굴하고 연구하고 보존할것이며 민속학 연구인재를 양성할것이고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에 도움을 줄것이라고 한다.
겨레의 넋과 민속문화가 살아숨쉬는 곳-천지조선족민속문화연구원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