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장에서 “흰 선” 긋는 심판
1분만에 사라지는 “9.15 스프레이”
2014년 06월 26일 15:28【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
|
세계인의 축구잔치 "2014 브라질월드컵"이 지난 12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첫 경기인 개막전으로 치러진 브라질과 크로아찌아의 경기도중 특이한 장면이 연출되였다. 프리킥을 위해 선수들이 자리를 잡느라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심판이 잔디구장에 흰색의 스프레이를 뿌린것이다.
축구팬들은 이미 알고있지만 오래간만에 경기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모습이였다. 인터넷게시판에는 왜 심판이 바닥에 스프레이를 뿌리는지, 흰색의 물질이 남으면 경기에 지장이 있는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프리킥을 차고 경기가 이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흰색 스프레이 표시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역시나 네티즌들이 스프레이에 대해 묻고 또 대답하느라 인터넷게시판이 분주해졌다.
사라진다는 뜻으로 "배니싱 스프레이"라 불리는 이 도구의 정식 명칭은 "9.15 페어플레이"이다. 프리킥을 찰 때는 공과 선수들간의 거리를 최소한 9.15메터 이상 떨어뜨려야 한다. 이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된 제품이다. 월드컵에서 공식 사용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세 사라지는 스프레이로 선수와 공의 위치 표시
국제축구평의회가 "9.15 스프레이"를 정식심판장비로 승인한것은 2012년 3월이다. 처음에는 남미와 미국 등 신대륙에서 시범사용되였으며 이후 각국으로 확산되였다.
스프레이를 누르면 거품물질이 쏟아져나오며 경기장바닥에 뚜렷한 흰색선을 만들어낸다. 뿌린 량에 따라 다르지만 20초에서 2분정도면 말끔하게 사라져 경기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언론에서는 "1분만에 사라지는 스프레이"라 부른다.
주로 사용되는 상황은 프리킥을 찰 때이다. 한쪽의 파울로 인해 프리킥이 선언되면 해당 장소에 공을 놓고 다른쪽 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찬다. 파울을 한 팀의 선수들은 공에서 최소한 9.15메터 떨어진 곳에 서있어야 한다. 위치만 좋으면 직접 꼴로 이어질수도 있기때문에 공격하는 팀과 수비팀간의 자리싸움이 치렬하기마련이다.
이때 심판이 자리를 정해주기 위해 스프레이를 꺼낸다. 공 둘레에 흰색의 원을 그리고 9.15메터 떨어진 곳으로 가서 기다란 선을 긋는다. 선수들의 발끝을 맞춰 정렬시키기 위해서이다. 흰색물질 덕분에 선수들이 심판 몰래 위치를 리탈했는지 쉽게 알아볼수 있다. 객석에 앉은 관중이나 TV 시청자들이 경기진행을 리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스프레이사용법은 심판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부에서는 간단한 표시만을 해주고 수비선수들의 대형이나 방향은 어떻게 정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는 방향과 대형까지 세세하게 정해주어 불만을 사기도 했다.
공정한 경기규칙적용을 위해 동호인이 개발
"9.15 페어플레이" 스프레이를 개발한것은 아르헨띠나 언론인 파블로 실바이다. 발명가로도 활동중인 실바는 7~8년전 대학을 다니던 시절 챔피언십 경기를 하다가 스프레이를 처음 고안했다.
후반전이 거의 끝나갈무렵 1대0으로 지고있던 실바의 팀은 프리킥에서 공과 선수의 거리를 지키지 않는 상대팀때문에 결국 경기에서 지고말았다. 규칙을 준수하게 할만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동료들과 울분을 터뜨리던 도중에 스프레이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제품이 출시되고 시범적으로 도입한 경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자 여러 국제대회에서 공식 사용되였다. 2009년에는 남미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와 "코파 수다메리카나"에서 사용되였고 2011년에는 남미 "코파 아메리카나"에도 진출했다. 2013년에는 터키와 아랍추장국련방의 "U-20 월드컵"에서도 공인을 받았다.
"9.15 페어플레이"는 환경이나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만들어진데다 신속하게 지워지기때문에 몇번이고 안심하고 사용할수 있다. 덕분에 세계축구련맹(FIFA)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을수 있었고 80개국 1만 8000개 경기에 이어 마침내 월드컵 무대에까지 등장했다.
페어플레이를 위한 발명가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만난 덕분에 분쟁이나 싸움 없이 신사적인 경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