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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문화칼럼92] 재한 조선족들의 삶의 현장: 한국문화의 속성을 론하다

방미화

2017년 12월 18일 14:31【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최근 몇년래 한국에서는 “조선족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있다. "황해", "신세계", "차이나타운" 등에 이어 올해 2017년에는 "청년경찰", "범죄도시", “악녀" 등 무려 세편의 영화가 개봉되였으며, 그중 “범죄도시”는 추석년휴 개봉 시 일일흥행순위 1위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이에 재한동포총련합회, 중국동포한마음협회 등 47개 단체로 구성된 “중국 동포, 다문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한국 영화 바로 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들 영화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고, 중국동포들은 "한국에 정착해 지역사회와 조화를 이루려 노력하는 중국동포를 리유 없이 매도하고있다"고 토로하고있다.

실제로 한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조선족들은 사회・문화적으로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중국인” 혹은 “3D업종에 종사하는 최하층 로동자”라는 고정관념속에 위치해있으면서 무시, 편견, 차별의 경험을 하게 되며, 법적・제도적으로도 미국과 일본 등 발달국 출신의 “동포”와는 구별되는, 출입국과 체류자격이 엄격히 제한된 “동포”의 사회적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면, 왜 조선족의 한국이주가 거의 30여년이 되여가고있는 현재 조선족을 폄하하는 영화가 흥행하며, 한국사회에서 조선족은 왜 지금도 부정적인 이미지로 등장하게 되는가. 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필자는 재한 조선족들의 차별적처우를 헤르트 홉스테드의 문화분석리론을 바탕으로 한국문화의 속성과 련관 지어 살펴보고 한국에서의 외국인차별해소를 위한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홉스테드모델로 알려진 VSM에 의하면 문화적 가치지향성은 개인주의/집단주의, 권력거리, 남성성/녀성성, 불확실성회피성향, 과업지향성/인간지향성 등과 같은 5가지 차원으로 나눌수 있다. 재한 조선족들에 대한 차별실태 분석에 유용한 개인주의/집단주의, 권력거리, 불확실성회피성향 등 세가지 차원에 대해서만 언급한다면, 홉스테드는 집단주의는 자기와 내집단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하여,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서부터 “우리”가 시작되는지 확실치가 않아, 단결이 잘 될 때는 좋지만 상황이 안 좋을 때는 서로간의 불분명한 경계때문에 갈등이 많이 생기며, 그 대신 내집단과 그밖의 불특정다수 사이의 경계는 매우 뚜렷해서 여간해서 뚫고 들어가지를 못한다고 하였다. 때문에 집단주의는 결국 내집단에 속하지 않은 타자에 대한 차별이 불가피하다. 권력거리란 사람들 사이의 의존관계의 척도로서, 이것이 높다는것은 계층간에 감정적거리감이 크다는것을 의미하며, 높은 권력거리 문화에서는 낮은 계층 구성원들이 높은 계층 구성원에게 선뜻 다가가서 쉽게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하기가 어렵고 반대의견 같은것은 내놓고 말한다는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높은 권력거리는 곧 힘없는자에 대한 차별로 귀결된다. 불확실성회피성향이란 불확실하거나 잘 모르는 상황에 대해 갖는 불안감의 정도를 말하며, 불확실성회피지수가 높은 나라에서는 무언가 색다른것을 접할 때 다른것은 위험하다는 반응이 우세한데 반해, 낮은 나라에서는 다른것은 흥미롭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따라서 불확실성회피성향은 다른것에 대한 강한 차별성을 내재하고있다.

요약하면 집단주의는 개인주의에 비해 집단의 개인에 대한, 그리고 내집단의 외집단에 대한 차별이 강하고 큰 권력거리문화는 작은 권력거리문화에 비해 지적, 경제적, 신분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 강하며 강한 불확실성회피성향문화는 약한 불확실성회피성향문화에 비해 비주류 혹은 주변적 세력에 대한 차별이 강하다.

그렇다면, 한국문화에서 이러한 속성들이 어떻게 나타나고있는가. 먼저, 한국인들은 집단주의성향이 강한 집단이라 할수 있다. 한국인들에게 모든 이주로동자들은 “이주자” 즉 외부인이나 이방인들이다. 조선족들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일부분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혈통을 이은 모든 사람을 “우리 민족”이라고 인식하기도 하지만, 중국에서 이주한 조선족들은 그들에게 여전히 “외국인” 혹은 “이방인”들이다. 필자의 조사에서 알수 있듯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조선족들은 꼭 한번쯤은 “개네 중국사람이 돼서 안돼”, “중국에서 거지가 왔다” 등등의 모욕적인 언행을 당한 경험이 있을것이다. 이처럼 조선족들은 “우리”집단안에 들어오지 못하는 한 영원한 “남”인것이다. “우리”와 남을 구분하여 행동하는 경향은 모든 인간집단에 공통된 현상이라 할수 있으나, 한국인들의 “우리”에 대한 애착과 남에 대한 배타성은 좀 유별난 측면이 있다. 한국의 최재석교수는 이러한 한국인의 성향을 친소구분의식이라 이름짓고, 그 뿌리를 유교륜리의 혈연중심적 가족주의에서 찾았다. 이러한 가족주의에서는 개인의식보다는 집단의 동질성과 뉴대나 포괄적인 집단의식이 강조된다. 중요한것은 “우리끼리 문화”가 국가차원으로 확대될 시, 단일민족으로서의 “우리”인 한국인과 “남”인 외국인이 대비되는 인식구조가 생겨나게 된다는것이다. 따라서 단일민족으로서 혈통의 단일성, 문화적 동질성이 끊임없이 강조되는 한편, 외부의 다른 민족집단에 대한 경계와 대항 의식이 고취된다. 자신들 이외의 타민족들은 “이웃”이 아니라 “밖”의 개념으로 인식되여 잠재적인 침략자거나 경쟁자로서 부각되며, 외국인은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할 이웃이 아니라 경계의 대상이 된다.

다음으로, 한국문화에서는 높은 권력거리와 강한 불확실성회피성향문화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전통유교사상이 잔존하고있는 한국사회에서는 육체로동에 대한 천시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있다. 따라서 공장로동 및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3D업종은 오래전부터 지위가 낮고 하찮으며 비천한 직업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직업에 따른 위계서렬”로 표현되는 높은 권력거리의 문화안에서 조선족 이주로동자들은 한국사회에서 “하층계급”으로 편입됨과 동시에 한국인로동자들보다도 한층 낮은 로동자로서 취급되며, 그들과의 정상적인 인간관계에서 소외된다. 관련 연구와 필자의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조선족은 이주전 어떠한 직업에 종사했든지간에, 설령 그가 공무원 혹은 교사 등 한국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지위가 높은 직업에 종사했더라도 한국에 이주한후 일단 공장로동 혹은 3D업종에 종사하기만 하면 모두 “하층계급”으로 편입되며, 허드레일에 종사하는 “아래것들”로 취급된다. 이러한 높은 권력거리의 문화적속성속에서 조선족은 “하층계급”이라는 힘없는자로서 차별의 대상이 되는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높은 권력거리의 문화속에서 두 집단간의 경계는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뿐만아니라, 한국인들의 문화적속성에서 불확실성회피성향문화가 강하게 드러난다. 한국 이주생활경험이 있는 조선족들은 아마 대개 한국인들과의 문화적이질성을 느낀 경험이 있을것이다. 례하면, 한국어와 연변말 억양의 차이, 조선족은 계란을 간장에 찍어먹고 한국은 소금에 찍어먹는 등 음식문화차이 등등. 한국인들은 이러한 차이를 경험했을 때, 대개 자신들이 늘 익숙하게 알고 대해왔던것이 아닌것들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며, 자신들과 다르다는 리유로 ‘미개하다’, ’후진적이다’라고 판단으로서 상대를 무시하거나 차별하게 된다. 불확실성회피성향은 “우리”와 다른것은 위험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른것은 위험하다”는 정서를 만들며 외국인공포증을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 “조선족범죄”를 다룬 영화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리유도 아마 이러한 측면에서 해석해볼수 있을것이다.

요컨대, 오랜 세월동안 단일민족이데올로기의 지배하에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오던 한국인들이의 배타적집단주의성향, 높은 권력거리, 불확실성회피성향 등 가치성향에 내재된 차별의식이 이주로동자들로 하여금 인간적으로 소외되고 차별받거나 인격적모욕을 당하도록 한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것은, 한국인들이 갖고있는 이주로동자에 대한 부정적이미지는 대부분 언론ㆍ방송, 사회화된 이슈의제 등을 통해 형성된 “상상된 관념”으로서의 이미지들이며, 력사적ㆍ구조적 배경을 가지는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과 배타적분위기는 결국 “조선족범죄”를 다룬 영화와 같이 매체의 영향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따라서 이를 통해 지배적담론으로서의 인종주의와 민족주의는 더욱 견고하게 유지되는것이다.

결론적으로, 자본과 로동의 세계화에 따른 이주로동자와 낯선 문화의 류입과 함께 다문화사회의 도전에 직면한 한국은 동일성의 주술에서 벗어나 앞으로 평등하고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국문화의 가치지향성속에 내재되여있는 원천적인 차별적요소들을 직시하고, 합리적사고를 북돋을 사회적풍토를 닦아야 할것이다. 나아가 한국정부의 관주도형 다문화주의가 아닌, 진정으로 “나”와 다른 모든 인종과 민족, 국가가 각기 고유한 문화전통을 갖고있으며 그러한 문화는 유구한 세월속에서 성장한 사회ㆍ력사적 산물임을 인식하고 인정할수 있는 공생의 원리와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교육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것이다.

래원: 인민넷-조문판 (편집: 김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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