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15)
2016년 12월 07일 15:01【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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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이、말을 하고 나니 약간 덜린 것 같아서、길게 숨을 한 번 내 쉬고 한 쪽 바위 아래 가 노근한 다리와 뿌적뿌적 소리가 나는 허리를 펴는 왕남산이의 소매를、영옥이가 와서 잡아다리였다。그리고 낮게 속삭이 듯、그러나 기쁜 소식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물어 보았다。
「우리 오빠는요?」
쳐다 보고 피로한 얼굴에 알릴락 말락한 웃음을 띄우며 왕남산이가 대답하였다。
「부요진바(실수 없을께야)。」
「검……」하고 짧은 주저 끝에 영옥이는、제가 그리 관심은 하지 않으나 그래도 한 집에서 가치 살던 사람이니 안 그럴 수 없어서、말하자면 그러는 것이 인사이겠길래 물어본다는 것을、부대적으로 물어본다는 것을 상대자에게 알릴양으로、기실은 자기 내심의 비밀을 간파 당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지어서 아주 평범하게 물었다。「장검이 오빠는요?……」
극도로 피곤한 왕남산이가 쓴 웃음을 억지로 웃으며 되려 처녀 아이에게 물었다。
「걸、인제 물어 봐? 차례가 바뀌잖았어?」
「아이、참! 물어 보는데 차롄 무슨 차례요!」빨끈 골을 내며 영옥이가 홱 저 쪽으로 상체만을 돌려버리였다。
「그 량반、안 내두 좋을 골을 내구 있잖나? 흐응、참、어디 그래 보지、내 입으루 생전 무슨 말을 듣게 되는가! 아이、고단해、검 나두 어디 좀 누어 볼까……아야、아얏、아구 어깨야!」
영옥이는 왕남산이에게서 대답 없는 대답을 듣자 금시로、여적 답답하게 가슴 속에 쪼글떠리고 엎드리였던 쌧하얀 비둘기가 한 마리 푸드득! 날아 올라서는 활짝 날개를 펴고 넓고 시원한、파아란 하늘 가로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그는 뛰는 가슴을 안고 염소 새끼 모양으로 달아서 련하에게로 가려 하였다。그러나 가슴에 안은 어린 것의 뺨에다 눈물을 빗방울 처럼 떨구고 있는 달삼이 댁내를 보고는 그만、제 그 비길 데 없이 쾌락한 기분을 돌개 바람에 빼앗긴 종이 쪼각 모양으로 어디론가 날려 보내고 말았다。
붓들리는 통에 반항하다가 일병들의 주먹과 총대에 얻어 맞아 눈통이 붓고、입술이 터어져서 보기 숭업게 뒤집혀진、볼꼴 없어진 장검이는、한낮도 지나서야 어디를 어떻게 에돌아서인지 하여간 사람들의 피난처에 나타났다。
왕남산이가 얼른 일어나 마주 뛰여 내려 가며 반색하였다。
「살아 오누만、장검이!」
잔솔나무 가지들을 휘여 잡으며 올라 오던 장검이는、왕남산이를 발견하자 그 자리에서 발을 멈추며、먼 발치에서 물었다。
「또 누가 살아 왔소、우리들 말군?」
「박 서방……」
「그리군?」
「그리군 뭐、없지、우리 둘 바껜……」
「검、영수 형님두、교장 선생두 다 안 왔구레?」물어 보고、그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장검이는 돌따서서 이제 막 올라 온 길을 도루 내려 가려 들었다。
「어디를? 장검이、어디를?」놀란 왕남산이가 미끄러지며 엎어지며 달려 내려 와 장검이의 저고리 자락을 잡아 다리였다。「어디루、이 사람?」
「가 봐야지요? 가서 찾아 봐야지요!」
「이 넓은 천지에 어느 구석에 가 들어 박힌 줄 알구? 덤비지 말구、예서 나랑 가치 기다려!」
「치만 죽었는지 살았는지두 모르구、어떻게 가만 앉아 있을 수 있소?」
「검、이 대낮에 내려 가 어물거리다가 이 쪽 마저 간신히 벗어난 일본 눔 올가미를 또 써얀단 말인가? 잔말 말구 올라 가세!」딱딱한 말을 하여 놓고도 금시 속으로 뉘우치며 왕남산이는、부드럽게 장검이의 어깨를 끌어 당기며 알려 주었다。「영수는 문제 없구……」
「살았소?」
「살았을꺼야……」
「검、교장은?」
「교장은、좀 위태해……어딜 맞았는지 몰라두 하여간 총을 맞은 건 분명해……넘어 가는 걸 내가 봤으니까? 하여간 올라 가자구、우선 뭘 좀 먹구 기운을 내야지!」
장검이는 왕남산이의 격려를 받고 기분이 한결 나아지였다。그래 파 김치가 되여서 들어누어 가지고는 눈을 뜨고 살아 돌아 온 자기를 쳐다 보면서도 일어나 맞지 못하는 화춘이를 툭 발끝으로 다치며 그는、그 사람의 입내를 내여 이런 롱 까지 하였다。
「아주 들어눠버렸으니 이전 욕두 못허게 됐구레、박 서방?『떠들지 말아!』」
그리고는 왕남산이 자리 잡은 그 곁에 가 털벅하니 주저앉아 시고 아픈 무릎을 간신히 펼치며 한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