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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넷 조문판>>김학철>>《해란강아, 말하라!》

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13)

2016년 12월 05일 15:29【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三四 군중재판(二)

뜯어 낸 잡기장의 톱날 선 자국을 가위로 다듬은 데다가、농민 다웁지 않게 새 철자법으로、콩밥의 콩 처럼 드문드문 한문자를 섞어 가며、앞뒷 등에 하나 가득 빈틈 없이 잉크로 적은 것이였다。

………………………………………………………………………………………………

「……그 중 제일 처리가 곤난한 문제는 죄과가 엄중한-극형에 해당하는-형、안문흥과 그 죄가 비교적 가벼운 동생、안무흥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였습니다。

만약 형을 처형하고 동생만 석방한다면은 그 동생은 자기가 살아난 감격보다 형의 죽엄에 대한 분만이 더 클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니、그리 되면 자연 그는 우리를 적시하고、보복의 목적을 달하기 위하여서도 더욱 더 적의 편으로 기울어질 것이 예측되였기 때문입니다。

림장검、박화춘 등 동지는 그 죄의 경중을 막론하고 둘 다 처형해 치우자고 주장하였습니다。-형이 일본인의 앞잡이가 되여 한 동네 사람을、그도 빈한한 농민의 대변자인 농협 간부를 살해하려 하였는데、그것을 알고서도 제때에 제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도리여 그를 비호하여 주고 요언을 돌리고 한 자를 살려 두면 무엇하느냐는 것이였습니다。

그런데 이와 정반대로 김달삼 외 몇몇 동지는 둘을 다-죄과가 엄중한 안문흥까지를-석방하자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주되는 리유는、죽을 죄 아닌 사람까지를 함께 죽여서 군중의 인심을 잃느니 차라리、죽을 사람까지를 용서하여 줌으로 써 그들을 감동시키여、그 마음을 사는 것이 현명한 방책이라는 것이였습니다。

하나 이 두 개의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하던 동지들은、김시옥、한영수、왕남산 세 동지의 다음 같은 주장 앞에서 더 고집하지 않고、자기들의『좌』적인 혹은 우적인 주장을 포기하였습니다。

죄의 경중을 따라 각각 달리 처단하는 것이 오이려 더 났다。왜냐면 죄보다 벌이 중하면 엄정해야 할 심판자의 존엄성이 손상 당하게 될 것이며、또 이와 반대로 마땅히 징벌해야 할 죄인을 거냥 놓아 준다면、그것은 결과로 보아 그런 죄행을 장려하는 게 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안문흥은-처형하고、안무흥은-석방、그리고 교육하고 설복하는 방법을 채용해야 한다。

-이것이 전체 간부와 군중들에 의하여 채납된 김시옥、한영수、왕남산 세 동지의 의견이였습니다。

한데 이 결정 대로의 판결을 언도 받은 즉、당장에서 석방된 안무흥의 표정은 복잡하고도 또 우수운 것이였습니다。

그는 볕이 나면서 오는 소나기 모양으로 울다가는 웃고、웃다가는 울곤 하였습니다。제가 살게 된 기쁨과 동기가、골육의 형이 죽게 된 슬픔이 한구데 뒤섞이여 저도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모양이였습니다。

그리고 이 밖에 또 하나 특이한 것은、무대에 올려 세운 범죄자들이 제 지은 죄의 경중을 막론하고 다들 고개 숙으리여 복죄하는 양을 보이는데、오직 그 가운데 섞인 녀자 하나 만이-농림동서 붓들어 낸 순사의 첩 감 만이-오뚝히 고개를 쳐들고 회장을 내려다 보고 서서 전혀 두려워 하는 기색도、부끄러워 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은 것입니다。

여느 피고들은 사형의 언도를 받자 다들 울고、빌고、주저 앉고 하였으나、그 만은 눈 하나 깜박 하지 않고 서서、자기와 같은 운명에 처하여 있는 사나이들의 하는 양을 멸시하는 눈으로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미리 파 놓은 구덩이 앞에 꿇어 앉히우자 그 녀자는 울며 살려 달라고 애걸하였습니다。그 전까지도 일본인의 구원의 손길이 뻗어 올 줄로만 믿고 있었던 모양입니다。무지한 녀자의 머리 속에다 주입한 순사의 허위 선전의 독소가 작용을 한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군중 재판은 오후도 해 질 곬이 다 되여 아홉 명 피고 가운데서 네 명을 그 자리에서 석방하고、그리고 끝이 났습니다。

연후에 림장검 동지 지휘 하에 회장 경비대는 남아지 중죄범 다섯을 산골짜기로 끌고 들어 가 거기서 타살하여 치웠습니다。……」

………………………………………………………………………………………………

한영수의 부르는 것을 받아 쓴 김달삼이의 글씨는 똑똑하여 알아 보기 쉬웠다。해도 조선 말을 하기는 곧잘 하나 글은 볼 줄 모르는 장극민은、그것을 구위 간부-허련하의 움 속에 숨어 산적 있는 배상명-에게 읽히였다。

그리고는 그것을 들으며、잘 못 알아 들을 데는 몇 번이고 다시 고쳐 읽히며、그 글의 한 구절 한 구절을 혼자서 즐기였다。그리고 혼자서 기뻐하였다。

그는 제 무릎을 아프도록 치며、흥분한 어조로 이렇게 곁에 없는 김시옥이들을 칭찬하였다。

「하하하! 제법이야、제법! 훌륭헌 재판관들이야! 어떻게 생각허우、우리 농민들이 일본 장관들을 그 모양으루 재판헐 날이 멀지 않아 있으리란걸 상상해 본 적이、배 동문、없소? 하하하! 훌륭해、훌륭해、훌륭헌 재판관들이야!」

그리고는 그 눈익은 글자가 전연 알아 볼 재간 없는、생소한 글자의 줄 가운데 드문드문 섞이여 있는 종이를 달래서는、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하며 웃음을 걷우고 정색을 하며、걱정스럽게 혼잣말 하였다。

「김달삼이……흐음……립장이 든든ㅎ지 못헌 주장을 했거던!」하고는 한 쪽 눈섶을 쳐들며 배상명에게 물었다。「어떻게 생각허우、동문、그 사람을?……」

래원: 인민넷-조문판 (편집: 김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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