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14)
2016년 12월 06일 14:16【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三六 탈주
밭갈이 철이라 날이 밝기도 전에 집집의 굴뚝들은 벌써 내굴을 뿜어 올려 낮게 드리운채 미처 다 걷어 올리지 못한、엷은 밤 하늘을 새까맣게 그슬리여 준다。
한데 그 보다도 더 일찌기、동네에서 제일 부지런한 닭도 아직 홰에서 날아 내릴 념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꼭두새벽에、김달삼이 그의 집으로 찾아 온 사람이 있다。
요란한 개 짖는 소리에 반 눈 감고 자리에서 일어나 정주 문을 열며、「이 개!」하고 꾸짖던 달삼이의 처는、그만 혼겁하여 뒤로 나자빠질번 하였다。그의 바로 눈 앞에는、겨울이 한창이던 때 도망을 쳐버린 후、여적 소식이 감감하던 박승화가 서 있었던 것이다。
하나 보다 더 그를 놀라게 한 것은 누른 모자에 뻘건 테를 두르고、꺼먼 줄을 턱에 내려 건、보잖던 군인들이 박승화의 뒤에 주욱 늘어 서 있는 것이였다。
「놀랄 것 없습니다、」몇 달 보지 못한 동안에 얼굴 빛이 더 희여진 박승화가、빙글빙글 웃으면서 젊은 주인 댁을 안위하였다。「교장、있지요? 좀 볼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고의춤을 치켜 들고、제 색씨를 떠밀어 내고 달삼이가、찬 새벽 공기 속에다 잠이 덜 깬 흐리멍덩한 얼굴을 들여 밀었다。그리고는 일시에 잠을 깨치였다。말은 한 마디도 없이 입술만、그 정도로까지는 춥지도 않은데 바르르 떨었다。
「오래간만이요、김 교장?」박승화가 인사하였다。그리고는 제 뒤에 서 있는 군인-일본군인에게 눈짓 하였다。
「누구요? 무슨 일이요?」자기 방의 문을 더럭 열며 짧은 담뱃대를 든 행석이 김 유사가、대님 묶지 않은 제 바짓 가랑이에 걸리며 토마루로 나왔다。그리고는 자기 아들의 몸에 생긴 일을 알고는 껑청 뛰였다。「뭣때메?」
「안녕허시우、김 유사? 주무시는데 와 소란을 떨어서 죄송헙니다。」그 쪽으로 슬며시 다가 가며 박승화가、입으로는 딴 소리를 쥐여치며 기실은 성정이 관 아버지와 잡혀 가게 되는 아들의 사이를 제 몸으로 가로 막았다。
「아아니、이건 무슨 짓이요、박 툰장? 그래 우리 아일 어찔 작정으루……」
「쉬잇! 아무 말씀 말구、종용히 허시우! 별 일 없는거니……」
「별 일이 없다니! 현재 저렇게?……」
「아니、건 형식입니다、」박승화는 눈을 씸벅 하여 보이고는、말 소리를 아주 낮추어 가지고 설명하여 들리였다。「한 가 눔의 패거릴 몽땅 업새 치우려는데、댁의 아드님만 쏙 빼 놓문 뒤가 좋지 못헐 것 같아서……아시겠습니까? 그 사람이 밀고를 했다구 나중에 공산당 눔들이 붓들어다 원쑬 허문 그 땐 어쩔 작정이시우? 내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거니 김 유산 근심 말구 거저 가만 계시우! 내 다 책임지리다。」
박승화는 이럴 요량이였다。-주범이 아닌 이상 달삼이 만은 살려 두고 부려 먹으리라……그러면 구명 은인인 나야 설마 또 반대할라고? 뿐만이랴、그로 인하여 웃 골안의 유력자인 김행석이와의 동맹은 더욱 더 공고하여 지렸다?
「허지만……」사기 대통 한 개를 사고 거스름 돈이 없는 도붓 장수에게 십 원짜리 지페 한 장을 내여 맡기는 사람 처럼、그래도 못 믿어워서 행석이가 무슨 말을 또 하려 하였다。
그것을 손을 흔들어 박승화가 막아버리였다。
「글쎄、념려 마시라니까요!」그리고는 그와의 담화를 결속짓고 그는、원래 위치로 돌아 오며 일본 말로 키가 작달막한、그러나 계급은 그 중 높아 보이는 군인에게 물었다。「다 됐습니까?」
달삼이는 일부러 꿈질꿈질 허리 띠를 매고、옷고름을 매고、대님을 매고、신발을 신으며(사실 손이 떨려서 동작이 꿈뜨지 않을래야 않을 재간도 없기는 하였다)일이 되여진 형편을 살피였다。
무장한 일본 군대가 직접 출동한 이상은 국세가 급변한 것이 틀림 없다。박승화는 그 앞잡이고……그렇다면 영수는? 이 난을 벗어 났을까、그렇잖으면?……인 수는 도합 다섯 바께 안 되지만 장총을 든 것 보니 완전히 공개적인 모양인데……아하아、박승화도 허리에 권총을 찼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