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15)
2016년 12월 07일 15:01【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어른들은 갈다 만 밭을 내려다 보고 한숨을 쉬였다。고개를 흔들었다。탄식하였다。침을 뱉으며 일본 놈을 욕하였다。
「저런 날벼락을 맞을 눔들、예까지 따라 와 성활 바쳐? 헷、참!」
「그 간을 내 씹어 먹어두 시원찮을 개 새끼가、이전 아주 버젓이 내 놓구 친일파를 해 먹잖나!」
또 어떤 사람은 영수를 원망하였다。
「그 사람들 공여언히 쓸데 없이 공산당인가 뭔가 해 가지군 이웃 사람꺼지 못 살게 만들잖나!-밭을 저렇게 갈다 말았으니 나、거、참、올 가을엔 뭘 먹구 산다? -야、거、너들 혼자만 먹지 말구 콩 닦은 거 있거던랑 나두 한 줌 다구! 근데 이거 목이 말라서 초련 견딜 수 있나? -야、너 그 닭은 왜 그리 못 살게 구니? 좀 가만 내버려 둬라! 아아새끼두 참! -아아니、여보、당신 건 또 왜 멀쩡헌걸?……」
그리고 성길이는 새까맣게 타서 무너 앉은、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이따금씩 불의 혓바닥을 날름거리는、지금은 없는 민중 학교를 내려다 보고 눈물을 먹음었다。말 한 마디 없이 그는 조꼬만 자기의 두 주먹을 불끈 쥐였다。
영옥이는 련하를、박 서방 댁은 왕남산이 댁내를 안위하느라고、제 할 걱정들은 할 사이도 없었다。
영옥이는 저도 잘 믿어지지 않는 말을 자꾸만 자꾸만 련하에게와 왕남산이 댁에게 이 같이 되푸리 하여 들리였다。
「두구 봐요、내 말이 맞지 않는가? 꼭들 살아 돌아 올 테니! 꼭들 살아 돌아 올 테니!」
하나 영옥이가 돌아 올 것을 예언한 사람들 보다 먼저 온 것이 있었다。그것은 적의 포구를 떠나서、해란강을 건너서、부이연 봄 기운이 배곡히 들어 찬 공중에다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 와 동네 안에 떨어져 터어지는 포탄이였다。
산이 울림하여 무서운 소리로 드르렁거리였다。몸을 떨었다。산 위에서는 아이들의 놀라서 일시에 울부짖었다。미물의 짐승인 개까지가 다 놀라서 꼬리를 끼고 사람의 곁에 닥아 와 종용히 앉았다。
포탄은 련이어 날아 왔다。어떤 것은 밭 가운데 구덩이를 파 놓았고、어떤 것은 잎 트기 시작한 버드나무를 송두리채 뽑아 내던지기도 하였다。그리고 몇 알은 인가에 와 맞아서 집을 몽땅 부수지 않으면 반쯤 허물어 놓았다。그리고 불을 일구기도 하였다。
그러면 사람들이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그 불 난 집 주인들은 그것을 그래도 꺼보겠다고 강파른 산비탈을 넘어지며 미끄러지며 뛰여 내려 갔다。그리고 뒤에 남은 아낙네는 어린것들을 끌어 안고 목 놓아 통곡하였다。
한데 이것은 나종에 안 일이지만、젊은 색씨와 둘이서 득세한 제 조카 턱 대고 집에 남아 있던 박 좌수는 정든 집과 함께、사랑하는 첩과 함께、꿀 묻은 떡 그릇과 함께、방바로 제 머리 꼭대기에 떨어져 내려 온 포탄을 맞아 가루가 되여 날아 가버리였다。
듣자니 큰 마누라가 울며 울며 터밭에 떨어진 것을 한 조각、버드나무 줄기에 날아 가 달라붙은 것을 한 점、돼지 우리 곁에 흙이 묻어 있는 것을 한 덩어리……령감의 살점을 주워 모으더란데、그 후 장사는 어떻게 치루었는지、다들 제 일이 바빠서 아무도 모른다 하였다。
이런 란리 통에 뜻 밖에도 왕남산이가、지쳐서 녹초부르게 된 화춘이 박 서방을 반 업다 싶이 하여 부축이며 산 줄기를 타고 어디선가 나타났다。
그것은 적지 않은 파문을-자기의 혈육이나 친한 이의 안위를 안타까이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큰 파문을-일으키였다。
누구 보다도 먼저 행석이 김 유사가 로인 다웁지 않은 날랜 동작으로 이 쪽 저 쪽에서 옷을 걸어 잡아다리는 나무 가지 사이를 꼿꼿이 뛰여서 마주 나오며-물었다。
「왕 서방、우리 아인 어찌 됐소?」
너무도 기뻐서 머저리 모양으로 입을 벌리고 서서는 말도 동작도 없는 박 서방 댁에게 그의 남편을 넘겨 주고、달려 와 다리를 끌어 안고 팔에 매여 달리는 제 아이들을 떼여 내며 왕남산이는、마치 무슨 죄나 지은 사람 처럼 머리를 숙으리였다。
「어찌 됐나요?」기대에 차서、하소연 하 듯 젖먹이를 안은 달삼이의 처가、시아버지의 등 뒤로부터 앞으로 나오며 물었다。
왕남산이는 자기의 젖은데다가 흙 까지 더덕더덕 묻은 저고리 소매를 접어 올렸다 내려 놓았다 하며、눈을 내려 깔고 겨우 알아 들을 만치 낮은 목 소리로、마지 못하여 억지로 대답하였다。
「나두 달음질 치멘서 피끗 돌아 봤길래、잘 모르긴 허겠는데……」그리고는 말을 한참 끊었다가、제 안해더러「여보、이 아이들 좀 떼 가우!」하고는、유감스러운 듯이、변명하 듯이、「총에 어딜 맞은 모양이야요……나가 넘어지는 걸 보긴 봤지만서두、너무 총알이 빗발 치 듯해서 어쩌질 못허구……게다가 또 박 서방꺼지 짐이 돼놔서……」
말을 끝까지 다 듣지 않고도 모든 것을 짐작한 달삼이의 처는、아기를 안은 채 털버덕 샛파란 삽주 포귀 위에 주저앉으며 목 놓아 울었다。
그리고 행석이는 제 그 얼마 안 되는 턱 아랫 수염을 잡아 비틀며、저 쪽으로 돌아 섰다。그리고는 쳇증 환자가 동침으로 중완을 맞을 때 처럼 신음하였다。
그다지도 밉던 아들이 것만은 이전 죽고 이 세상에 없고나! 생각하니、가슴이 미여지고 앞이 캄캄한 모양이였다。
그는 박승화가 자기 하고 한 약속이라는 것이 결국은、시끄럽지 않게 제 아들을 잡아 가기 위한 수단이였음을 알았다。기실 박승화의 원래 의도는 그렇지 않았것만、일이 이 모양으로 되고 보니、그 같은 오해를 받을 바께는 도리가 없이 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