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언론 통산 “6회 우승” 기대로 월드컵 띄우기
2014년 06월 05일 10:22【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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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브라질과 파나마의 평가전이 열린 중부 고이아니아시 세하 도우라다경기장은 축구팬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경기결과는 브라질의 4대0 완승이였다.
축구를 “미치도록” 좋아하는 브라질국민은 이번 월드컵에서 자국대표팀이 통산 6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브라질은 승부사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감독의 지휘아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5회 우승을 이루었다. 이번에도 스콜라리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축구황제” 펠레는 스콜라리감독에 대한 무한신뢰를 확인하면서 브라질의 우승을 기원했다.
스콜라리감독은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16강전에서 네덜란드, 8강전에서 이딸리아, 4강전에서 독일,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브라질은 자국에서 열린 1950년 월드컵결승전에서 우루과이에 역전패하며 우승컵을 내주었다. 이 결승전은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경기장에서 열린 관계로 당시 “마라카낭의 비극”이라고 불리며 지금까지 브라질의 국민적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브라질언론은 “통산 6회 우승”과 “마라카낭의 비극 지우기”라는 흥행카드를 내세워 월드컵 분위기 띄우기에 한창이다.
글로보 TV를 비롯한 주요 방송사들은 축구전문가들을 총동원해 월드컵방송에 매달리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 벌어지는 각국 대표팀의 연습경기를 거의 모두 생중계하며 축구팬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신문들은 월드컵특집면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펠레를 비롯한 축구계 명사들의 인터뷰를 곁들여 월드컵과 축구에 관한 모든것을 지면에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경기장밖에서 월드컵열기를 느끼기는 쉽지않다.
월드컵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브라질 제1 도시 상파울루의 중심가인 파울리스타에는 “지구촌 최대의 축구잔치”를 기념하는 제대로 된 조형물 하나 서있지 않다.
파울리스타대로에서 순찰활동을 하는 한 경찰관은 “월드컵 반대시위를 자극할까봐 조용한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6월초부터 대중교통료금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는 정치권의 부정부패 척결, 공공서비스 개선 등을 요구하는 국민운동으로 번졌다.
나중에는 월드컵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사실을 비판하면서 “월드컵 반대” 구호와 함께 복지와 교육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라는 주장이 터져나왔다.
시위는 월드컵을 1년 앞두고 지난해 6월에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때 절정을 이루었다. 대회가 열린 6개 도시에서는 수십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월드컵 반대”를 외쳤고 이탈리아대표팀 버스가 시위대에 포위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시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무정부주의를 표방하는 블랙 블록이라는 단체 회원들은 공공시설물을 파괴하고 은행과 상가를 공격하는 등 폭력시위를 주도하면서 대도시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급기야 “블랙 블록”이 대형 범죄조직과 련계해 월드컵을 대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브라질정부가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월드컵에 이어 10월 대선이 시행된다는 점을 겨냥해 로동계는 물론 경찰까지 근무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수차례 파업을 벌였다. 상황이 이러니 드러내놓고 월드컵개최를 축하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나마 리우데자네이루시의 랜드마크인 거대한 예수상이 지난 1일부터 브라질을 상징하는 노란색과 초록색 조명으로 장식되면서 월드컵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예수상 조명은 7월 13일 리우시내 마라카낭경기장에서 열리는 월드컵결승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재계는 월드컵이 그리 반갑지 않은 표정이다. 일부 서비스업종과 전기전자제품분야를 제외하고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5월 신차 판매량은 4월보다 0.6%,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7% 감소했다. 브라질과 칠레항공사의 합병을 통해 중남미 최대 항공사로 등장한 라탐은 월드컵 때문에 비즈니스려행이 감소해 6∼7월 매출이 례년보다 큰폭으로 줄어들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을 림시공휴일로 정하겠다는 당국의 발표가 나오자 상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인들은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안되는데 정부당국이 경기침체를 부추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론은 월드컵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이보페의 2월과 5월 조사에서 월드컵개최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58%에서 51%로 떨어졌다. 월드컵에 부정적인 응답은 38%에서 42%로 높아졌다.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지난달 조사에서는 월드컵개최에 찬성 45%, 반대 43%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