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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넷 조문판>>김학철>>《해란강아, 말하라!》

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14)

2016년 12월 06일 14:16【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언하에 칠팔 명의 병사가 좍 흩어지더니 제각기 달려 가서 남의 집 나뭇단 조잇 짚 단을 한 아름씩 안고 왔다。

그것을 문짝을 차 떨군 교실 안에 들여다 쌓아 올리고는、명령을 받은 하사관이 성냥을 그어 대였다。
불이 일었다。

나갈데 없는 연기가 문짝 떨어진 문의 상반부로 목이 메여 쏟아져 나왔다。얼마 아니 하여 이영의 조잇 짚 줄거리 마다에서 가느다란 연기가 새여 나왔다。이윽고「후욱!」하는 넓기는 차일 만치니 넓으면서도 가볍기는 홋 이불 모양으로 가벼운、오직 기체의 급격한 변동만이 낼 수 있는 그런 소리와 함께 지붕이 왼통 불이 되여버리였다。

자기들의 로력으로 꾸리여 놓고、자기들이 관리하고、보호하고、그리고 사랑하는 학교가-빈약은 하나마 보중한、교사는 조꼬맣지만 역할은 큰 학교가-눈 앞에서 타오르는 것을 보면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영수들 다섯 사람의 마음은 비길데 없이 아팠다。

특히、그 학교의 교장인、자기의 몇 해 동안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와 가치 보내 온 달삼이의 가슴은 쓰라리였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불 붓는 서까래와 도리가、그리고 들보가 내려 앉았다。연기 감긴 불의 기둥이 불쑥 올려 치솟더니 공중에서 깨여지며 거기서 무수한 재를 허뜨려 놓았다。

감시병들의 시선이 전부 그리로-불 붙는데로-쏠린 틈을 타서 왕남산이가、이번에는 영수에게 눈짓하였다。아까 달삼이에게 하던 것과 똑 같은 눈짓을 하였다。그리고 묶이운 팔목을 약간 쳐들어 보였다。

영수는 그 뜻을 알아차리였다。달삼이가 해득하지 못한 그 군호를 해득하였다-「팔목을 활동하여 조금씩 묶이운 포승의 올가미를 늦추라! 탈주할 준비를 하라!」

영수는 자기가 왕남산이의 본을 땀과 동시에 그것을 장검이에게 역시 눈짓으로 알리였다。장검이는 그것을 이번에는 박 서방에게 전달하였다。그리하여 결국에는 달삼이도 그것을 알아차리게 되였다。

직접 말을 건니다가는 얻어 맞을 것을 아는 왕남산이가、박승화에게 요청하였다。

「저들을(그는 눈으로 련하와 영옥이를 가리켜 보였다)돌려 보내 주우! 공연히 따라 오문 참혹헌 꼴이나 더 보라구?……」

왕남산이는 자기들이 장차 탈신할 때、녀성들이 곁에 있으면 그들에게 루가 미칠까바 그것을 념려하여 미리 그 방비를 하려는 것이였으나、박승화는 그런 계교인 줄은 모르고 선뜻 그 청을 들어 주었다。하긴 그도 피해자의 가족들이 뒤를 따라 다니는 것이 거북스러웠던 것이다。어쩐지 기분이 좋지는 못하였던 것이다。

「들어들 가시우、」박승화가 제법 부드럽게、그러나 득의양양하여 말하였다。「별 문제 없을 테니……」그리고는 저도 믿지 않는 거짓말을 천연스럽게 하였다。「공연히들 놀라서 그러지……가서 몇 마디 물어 볼 것 물어 보군 돌려 보낼걸!」

그 말을 련하는、그리고 영옥이도 믿지 않았다。한데 이상한 것은 그 말을 믿지는 않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그것을 애 써 믿어 보려는 허황하고도 어리석은、물에 빠진 사람이 짚오라기에 매여 달리는 것 같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자기를 그들은 발견하였다。그리고 놀랐다。

련하는 만약 자기가 영수를 대신하여 갈 수만 있다면 기뻐서 나서리라 생각하였다。기뻐서 기뻐서 나서리라 생각하였다。영수를 대신하여만 죽는 죽엄이라면 그는 무섭지도、싫지도、아무치도、않을 것만 같았다。그는 자기의 생명 보다도 더 중한 생명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이 날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영옥이는 얼굴이 볼 수 없이 된、결박 당한 장검이의 눈과 말짱한、자유로운 자기의 눈이 피끗 마주칠 때 처음으로、자기가 그 사람을 뜨겁게 뜨겁게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그것이 자기에게서는 없어서 안 될 사람임을 깨달았다。

나루터까지 영수들이 끄을리여 내려 왔을 때、고깃 배 빛갈의 동녘 하늘이 붉어지였다。땅 위에서 되여지는 일-포행과 방화-와는 전혀 다르게 질서 정연하게、광명정대하게、오늘 하루의 일을 보려고 태양이 오르는 것이였다。

최원갑이 없어진 뒤에 그 대를 이은、원래 박승화네 머슴이던 김 서방이、배 매는 말뚝 곁에 우두머니 서 있었다。

그를 아까 나루를 건너 오자 곧 소대장이 남기여 둔 병사 하나가 감시하고 있었다。

박승화가 돈 안 들이고 인심을 사려 들었다。

「수골 허누만、새벽부터、김 서방!」

그 사람은 아뭇 소리 않고 벌어지지도 않은 저고리의 앞섶만 자꾸 여미였다。총과 칼과、군모의 붉은 테와 그리고 장검이와 박 서방의 얼굴에 말라 붙은 피에 그만 혼 뜬 모양이였다。

두 팔을 묶이우고 바투 한 줄에 매인 사람들이 배에 오르느라고 시간이 걸리였다。총 가진 자들이 욕설을 퍼 부으며 총대로、그게 허리건 엉덩이건 다리건 막탕 후려갈기며 독촉하였다。

래원: 인민넷-조문판 (편집: 김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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