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양분모으기, 인간과 흰개미
2017년 07월 11일 16:29【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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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file/201707/11/F201707111630236426702012.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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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양분을 긁어모으는 건 우리 인간이라고 례외가 아니다. 물을 제외하면 인체는 50~70%가 단백질이다. 인체가 근육과 같은 단백질을 만들려면 원재료인 질소를 섭취해야 한다. 그런 리유로 토양에서 양분을 얻기 위해 인간이 짜낸 전략이 바로 ‘농업’과 ‘료리’이다.
벼의 수확이 끝난 건기, 농지가 비게 되면 식물 유해를 재빨리 청소하는 생물이 있다. 바로 흰개미이다.
‘청소’라고 하면 마치 좋은 일을 해주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도적질이다. 농민의 립장에서는 비료를 도적맞힌 셈이다. 식물의 유해는 다음 해에 옥수수를 재배하는 데 중요한 양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여기저기에 있는 흰개미 집을 파괴하고 그것을 농지에 마구 뿌린다. 흰개미 집은 질소와 린을 대량으로 포함하고 있기에 작물의 생육을 촉진하는 좋은 비료가 된다. 뿐만아니라 죽은 흰개미는 닭에게 먹이로 준다. 닭에게는 귀중한 단백질원이 되기 때문이다.
농지에서뿐만 아니라 주방에서도 우리는 매일같이 양분 획득의 전략을 볼 수 있다. ‘료리’와 꼭꼭 잘 씹는 행위는 식재료의 표면적을 늘여 효소 반응을 진행하기 쉽게 만드는 일이다.
‘어떻게든 효률적으로 영양분을 획득하고 싶다’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된장국 다시마 우린 물, 도마도수프 등이다. 이런 료리에는 아미노산(질소)이 풍부하다. 비록 이런 현상을 의식하고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인간들도 양분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을 알수 있다.
열대우림은 흰개미와 바퀴벌레의 락원이다. 바퀴벌레는 가정에서 가장 싫어하는 벌레이고 흰개미 또한 목조 주택의 적이다. 하지만 사실 이들이 하는 가장 큰 역할은 락엽이나 동물 유해 등을 분해하는 ‘열대우림의 청소부’ 역할이다. 바퀴벌레는 전 세계에 4500종이 넘지만 가정에서 해충으로 분류되는 것은 12종에 불과하다. 흰개미도 2000종 이상이나 되는데 그중 해충은 10% 정도일뿐이다.
하등 흰개미는 나무를 먹는다. 그런 흰개미의 장내는 중성이고 세균뿐만아니라 원생동물도 공생하고 있다. 흰개미의 장내에 공생하는 원생동물의 무게는 흰개미 체중의 30%를 차지하는데 인간의 장내 세균도 1.5킬로그람이나 된다. 흰개미는 부모가 새끼에게 입으로 혹은 똥으로 장내 미생물을 전달한다. 바퀴벌레의 장내에도 같은 계통의 미생물이 모여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퀴벌레나 흰개미의 공통된 조상은 적어도 3억년전부터 지구에 존재했다고 추정된다. 공룡이 번성했던 1.5억년 전의 일이다.
고등 흰개미 중에는 흙을 먹는 것들이 많다. 산성 부엽토를 먹는 고등 흰개미는 장내를 알칼리성으로 변화시킨다. 장수풍뎅이 유충과 마찬가지로 부엽토의 페놀 물질이나 단백질을 녹이도록 진화된 것이다.
흰개미는 단백질이 알칼리성에서 녹기 쉬운 성질을 응용하여 미생물에 의지하지 않고 흙을 녹이는 기술을 익혔다. 인간이 부식질을 녹이는 알칼리 추출법을 확립한 건 겨우 백년 전의 일이다. 장수풍뎅이나 고등 흰개미 뿐 아니라 바퀴벌레, 사슴벌레도 똑같은 시스템을 갖고 있다. 숲의 청소부들은 특수한 소화기능을 발달시킴으로써 수억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흙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