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통신원 모집 통지]|시작페지 설정
최신고위층동향당건설인사임면부패척결국내경제조선족집거지중앙정책사회인물문화교육과학기획멀티미디어조선뉴스 한국뉴스국제뉴스종합보도 리론관점 스포츠 연예관광생활포토
·중경동물원, 갓 태여난 참대곰쌍둥이 처음 모습 드러내  ·호북 당양 한 기업 폭발사고로 21명 사망, 5명 부상  ·그리스 화물선과 충돌한 중국어선 침몰, 8명 실종  ·길림성 12개 성직속사업단위 사업일군 79명 공개 모집  ·2016년 길림성공무원시험 9월 5일 등록, 10월 22일 필…  ·중국과 몽골, 제9회 국방안전사무 협상대회 소집  ·외교부 대변인, 파키스탄 퀘타에서 발생한 테로습격사건과 관련해…  ·산동 연태서 "수중올림픽" 상연  ·북방, 곧 한차례 폭우날씨 맞이  ·아버지 심장 기증받은 로인 손잡고 결혼식장 입장한 녀성  ·국무원 대만 판공실, 량안민중는 법에 의해 전자통신 사기범죄를…  ·벨기에서 출생한 참대곰아기 동물원서 모습 드러내  ·멸종위기 아기동북표범 벨기에서 모습 드러내  ·외교부 대변인, 장명 부부장의 터키방문 거론  ·국방부 보도국, 일본 신임 방위대신의 언론과 관련하여 태도 표시  ·암수술 성공기념으로 산 복권 대박  ·폭염속의 얼음도시, 호랑이 물놀이로 피서  ·왕의: 항주정상회의 개도국 참가 최다의 G20정상회의가 될것이다  ·우리 나라 네티즌 처음으로 7억명 초과, 련속 9년 세계 제일  ·개막 초읽기 한달, G20정상회의 여러가지 준비사업 기본적으로…  ·중국남해넷 정식 오픈,일부 력사문헌과 법률문서 첫 공개  ·세계서 가장 깊은 온천수 수영장  ·“땅속으로 파고드는 집”…덕분에 관광객 북적  ·희귀 “시체꽃” 77년만에 개화  ·강한 충격에 끄떡없는 “슈퍼 인간”  ·악어 세마리와 동거하는 간큰 녀자  ·고릴라에게 복부 맞고 기절  ·중경시민들 수중에서 마작 놀며 더위 해소  ·할빈극지관: 바다사자에게 임신검사 진행  ·국방부 보도대변인, 중국에 대한 일본의 공공연한 비난 중단 촉구  ·국방부 보도대변인,일본의 2016년판 《방위백서》발표 관련 담…  ·장강홍수방지 단계성승리 이룩  ·전국 기업 파산 재조정 사건 정보망 공식 개통  ·하북성 지도간부 년도법률시험과 임직법률시험제도 추진  ·광서 창오현에서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 발생  ·우리나라, 행정허가표준화 추진  ·국가해양국, 해양재해 1급 응급예비안 가동  ·조국 휘황한 려정의 증인—중국인민해방군 륙해공 삼군의장대  ·남해 8월 1일 12시부터 휴어기 결속  ·길림 왕청 동북표범 가족 카메라에 재차 포착돼  ·400℃ 화염속에서 버틴 “불꽃남”  ·심양, 20만원 가치의 황금 속옷 등장  ·"80세 외모" 4살 소년의 시간  ·장초: “비사(飞鲨)”영웅 령혼이 하늘, 바다와 잇닿아있다  ·국방부 “싸드”에 대해 언급: 전략균형 수호 위해 필요한 조치…  ·동북호랑이 못가에서 더위를 식히다  ·당산지진 40주년: 페허속에서 고통 이겨내고 신생을  ·중국 관광객 4명, 미국서 차사고로 조난  ·2019년 북경 신공항 운영  ·대륙관광팀 23명 조난자 유해 귀환 
인민넷 조문판>>개인문집

조선족수필의 장르적 변화와 서영빈 수필

장춘식

2016년 07월 04일 15:25【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1. 들어가면서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조선족 수필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었다. 김학철형 수필과 문창남형 수필이 그것이다. 김학철과 문창남은 모두 당시 조선족문단에서 수필을 가장 많이 쓴 작가들인데, 혹자는 아무리 대표적인 수필 작가라 해도 작가의 이름으로 수필 유형을 분류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당시 우리의 수필을 분석해 보면 결국 이 두 수필작가의 수필을 장르상 기본적인 모델로 삼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1)

김학철의 수필은 현실과 역사적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와 비판, 김학철 특유의 풍자와 위트, 그리고 작품 전반에 묻어나는 작가의 파란만장한 인생경력 등으로 하여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또 문학성도 인정할만하다. 그러나 역시 작가의 경력에 연유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독자에게 느껴지는 지나친 위엄 때문에 현대 수필의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친근감을 손상시키고 있다.

문창남형의 수필은 그 연원을 추적해 보면 중국 현대 수필작가 양삭(陽朔)의 수필에 닿아 있다 하겠다. 양삭의 수필은 소설에 가까운 서사 속에 간간히 주정 토로를 겻들이고 있는 것으로 특징지어지는데, 전혀 가치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개혁개방 후의 우리 의식에서는 상당한 거부감을 동반하고 있다. 문창남의 수필에 오면 양삭의 수필에서 흔히 발견되는 비현실성과 허구에 가까운 과장은 어느 정도 극복되지만 독자의 빈축을 사기에 충분한 사실의 극적인 효과나 감정과잉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문창남이 시인이어서 그런지 오히려 감정과잉의 흠집은 한결 두드러진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러니까 김학철형 수필이나 문창남형 수필의 장르적 특징은 서로 판이하지만 독자와의 친근감이라는 현대 수필의 기본적인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똑같은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그런데 김학철형 수필은 다른 작가들이 흉내를 낼 수가 없어서인지 김학철 한 사람의 작품으로 그치고 있는 반면에 문창남형 수필은 당시 거의 우리 문단의 수필 작가들이 답습 혹은 추종하는 형국이어서 결국 문창남형 수필은 우리 문단 수필의 기본 형태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비록 한국과의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한국수필의 장르적 특성들이 일부 수용되었고 또 양적으로는 수필작품이 크게 확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필의 이러한 문제점은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반까지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서영빈은 "수필문학의 허상과 실상: 지난 해 '천지' 수필을 중심으로"2)라는 평론을 통하여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수필 작품으로 문단에 데뷔한 직후의 시점에서 씌어진 평론이어서 당시 수필에 대한 서영빈의 이해나 인식 그리고 그가 추구한 수필의 장르적 특징을 얼마간 짐작할수 있지 않을까 한다.

평론에서 서영빈은 우리 수필문학의 문제점을 ① 소재, 형식의 평면화와 도식화; ② 의미화가 아닌 형상화; ③ 여유의 부족으로 인한 건조성 등 크게 3가지로 요약한 후, 구체적인 작품들을 통하여 분석, 지적하고 있다.

소재, 형식의 평면화와 도식화는 사실 장르적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 드러난 창의성 미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즉 아직 우리의 수필가들이 새로운 수필 장르의 형태적 모방에 급급하다 보니 개성적이고 자아고백적인 글이라는 근본적 원칙을 터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다음, 의미화가 아닌 형상화의 문제는 앞에서 이미 지적한 과거 수필이론의 관성에서 빚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서사에 토대한 감정 노출을 특징으로 했던 과거 수필들은 사실을 의미화의 소재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 사실 자체나 인물을 형상화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여유의 부족으로 인한 건조성 문제 역시 수필작가들의 문학적 미숙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여기서 서영빈이 인식하는 수필문학의 특징은 창의적이고 자아고백적인 글, 사실의 의미화와 문장의 생동감 등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창작실천에서는 그의 이러한 문학적 인식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2. 서술의 사실성과 평이성

서영빈 수필의 서술구조는 사실성과 평이성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는 김학철형 수필의 정치사회적 담론이나 문창남형 수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극적상황 서술 구조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처녀작인 "리별유감"3)에 서술된 사실이나 론리들은 모두가 평범한 인생사의 흔적들이다. 리별의 여러가지 형태와 상황들, 그에 따른 인간들의 감정 표현들이 이 수필에 등장하는 기본적인 사실들인데 스승의 갑작스런 죽음이라는 사실은 조금은 충격적인 이미지를 띠기도 하지만 그것은 형상화의 재료가 아니라 의미화의 계기일뿐이다. 그 밖의 사실들은 모두가 흔히 볼수 있는 장면들이고 감정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사실들에서 작가는 리별을 애석해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며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리치를 도출해내고 있다.

사실을 형상화의 재료로서가 아니라 의미화의 계기로서 리용했다는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실을 과대포장하고 형상화하여 그 형상의 감화력으로써 독자를 감동시키고자 했던 과거 수필의 접근방법을 탈피한것이 되기때문이다.

이 작품은 처녀작이어서 그런지 가장 초점이 될만한 사실인 스승의 죽음에 대한 부분이 리별에 관련된 여러 현상들에 의해 가려진 느낌이 드는 등 일부 구성상의 흠집도 로출시키지만, 그러나 극적인 사건들, 혹은 우리 보통인간들의 삶과는 거리가 먼 정치사회적 담론들을 즐겨 리용했던 과거 우리의 수필 서술구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장르적 참신성을 획득했다 하겠다.

"클로버와 토끼풀의 대화"4)는 서영빈의 수필에서는 드물게 서사성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상당 정도 형상 부각이 이루어졌다고 할수가 있다. 사실들이 생동감이 넘치고 인물 또한 뚜렷한 형상으로 다가온다.

자신이 어느 책에서 인상깊이 읽었던 클로버라는 풀을 자기 집 근처에서 발견한다.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하면서 어린 아들과 더불어 네잎 클로버 찾기에 여념이 없다. 마침내 땀을 뻘뻘 흘리며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찾아낸다. 부자간이 모두 이 세상을 통째로 얻은 들뜬 기분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다. 아내다. 기껏 행운을 가져다주는 네잎클로버라고 확신했던 그 풀이 겨우 촌스러운 이름의 토끼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백과사전에서 클로버와 토끼풀이 같은 풀이라는것을 확인한 후에는 행운을 찾았다고 환호했던 기분이 싹 가셔진다는것이 이 수필의 이야기이고 사실이다.

한편의 꽁트라고 해도 모자람이 전혀 없을 정도로 극적인 사실 묘사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사실이 사실성과 평이성을 잃지 않은것은 작가의 자기 낮추기 자세때문이다. 즉 여기서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가져오지만 토끼풀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은 외국의 것이면 어쩐지 더 세련되고 품위있어 보인다는 우리 의식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어리석은 치부를 드러낸것이다. 거기에다 외국의 것이 더 좋다는 우리 의식속의 치부는 이제 모두가 인정하는, 혹은 어느 정도 극복된 것이기때문에 여유가 있는 해학이나 유머가 되기도 한다.

서술의 사실성이나 평이성은 사실을 통한 형상화를 배제해야 맞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경우처럼 례외도 존재한다. 그만큼 수필에서 자기 낮추기는 중요한 의미를 띠는 작가적 자세라 하겠다.

3. 자기 낮추기

인간은 흔히 객관적으로 비쳐지는것보다 자신을 높이 보는 성향이 있다. 때문에 수필작가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낮출 때 독자에게는 그것이 진실로 다가서게 되며 진솔함이 미덕인 우리 사회에서는 그것이 곧 독자와의 친밀 관계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곧 문학적 공감대의 형성을 의미하기때문에 이를 좋은 수필이 될수 있는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보아도 무방할것이다.

먼저 "실수의 미학"5)에서 서영빈은 자신의 실패 사실들을 여럿 고백한다. 무용가의 꿈이 깨지게 된 사연,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스스로 접을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꾸밈없이 드러낸것이다. 그리고는 그것을 결손의 미라는 원리로 해석하고 합리화시킨다. 이러한 자기 낮추기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부에 대한 현대인의 집착을 비판했을 때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오히려 실수를 사랑하고 싶다는 고백에, 특히 남의 실수를 이해해주고 품어줘야 한다는 고백에는 공감하며 박수를 보낸다.

"머리와 가슴 사이: 애연가의 변"6)은 이러한 자기 낮추기를 보여준 대표적인 작품이다. 동시에 앞에서 언급된 수필의 자기고백적 성격을 잘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서두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세가지가 있다. 술과 커피 그리고 담배다.” 라고 해놓고는 그 중에서도 “담배는 그 어떤 특정된 시간이 따로 없이 늘 나와 함께 한다. 따라서 담배는 나와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친구이고 또 어찌 보면 벌써 나의 일부분이 돼버렸다.”고 하여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공인된 인식을 뒤집어 엎는다. 이어서 담배와의 인연과 담배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시시콜콜히 엮어낸다.(술에 대한 생각도 "애주가의 변"7)이라는 다른 수필에서 고백한 바 있다)

첫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담배와 사귀게 된 사연이다. 첫사랑에서 된서리를 맞고나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여 나를 불구덩이속으로 밀어넣는듯한 환각속에서 지내오던 1985년, 억울함과 외로움으로 얼어붙은 어느 겨울날의 지지리도 길던 밤, 엉망이 된 내 기숙사에서 나는 처음으로 담배를 만났다.” 그리고 그 담배의 도움으로 지나간 상처의 고름을 짜버리고 다시 일어설수 있었다고 했다. 다음은 담배를 끊으려고 했던 사연이 펼쳐진다. 건강을 구실 삼은 안해의 간청과 마른 체격이 과도한 흡연때문이라는 의사의 경고, 그리고 실제 안좋은 기관지때문이었다고 그 원인을 밝혔다. 그러나 결국 “머리속의 타산과 마음속의 미련이 줄당기기를 하다가” 금연에 실패했다고 했다. 감성이 리성을 이긴 셈이다. 이 즈음에서 서영빈은 표제에 올린 머리와 가슴의 관계 리론을 나름의 론리에 따라 해석한다. 비록 머리가 관리하고 있는 리성이나 론리, 과학이나 계산 등도 중요하고 가슴이 관리하는 감정이나 형상, 사랑, 포용 등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머리에 의해 관리되는 리성보다는 가슴에 의해 지배되는 감성이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가령 십수년을 피워온 담배를 끊을만한 리성적 의지력이 있다면 역시 십수년을 같이 살아온 안해와 리혼할수도 있다는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리고 결구에서 “랑만과 사랑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수는 없다. 하지만 랑만과 사랑이 없다면 이 세상을 살아갈 멋이 없다.”고 하여 사실상 인간 본연의 삶이라는 립장에서 판단의 근거를 찾고있다. 그리고 “인간에게 리지가 없다면 그건 동물이지만 인간에게 감정이 없다면 그건 로보트다. 상대적으로 동물성은 기계성보다 더 인간의 본능에 가깝지 않을가?” 라는 주장은 이런 판단을 뒤받침해 준다.

이 작품에서 첫사랑의 실패나 금연에서의 실패 사실은 일반인들이 흔히 드러내기를 꺼리는, 어쩌면 치부라고 할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이다. 따라서 그것을 드러낸것은 독자에게 자신의 진솔함을 표현한것이 된다. 즉 가슴을 활짝 열어놓은것이 된다. 작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상 이 작품의 주제라 할 수 있는 리성적인 삶과 감성적인 삶 사이에서 그래도 감성적인 삶보다 인간적이라는 인식 역시 자기 낮추기라는 글쓰기 태도에서 비롯된것이다. 인간에게는 자신이 그다지 잘하지 못하면서도 강한 의지력과 리성적 판단력을 좀더 선호하는 성향이 있기때문이다.

4. 거꾸로 생각하기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슨 일이나 완벽하게 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완벽을 추구하면 할수록 오히려 미흡함이, 실수가 더 많이 로출되는것 같다. 과거의 우리 수필이 실화를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허구가 아니냐, 심지어 허위가 아니냐는 느낌을 준것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속성을 그릇되게 인식한데서 비롯된것이 아닐까 한다. 도무지 완벽할수가 없는 인간의 삶을, 로출된 미흡함이나 실수는 덮어두고 완벽한 일면만을 부각시킴으로써 사실성을 잃어버리게 된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우리의 삶을 거꾸로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실수의 미학"이 그렇다. 어려서는 무용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었는데 뜻하지 않게도 유치원때 다친 팔때문에 꿈을 접을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그 후에는 바이올린을 열심히 공부했지만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겠다는 꿈도 적성이 아니라는 판단때문에 버렸다고 했다. 그 밖에도 많은 꿈을 접으면서 자그마한 꿈만을 이루는것이 인생이라고 했다. 이즈음에서 그는 미학에서의 결손미의 개념을 곁들인다. 조금 빈것 같고 약간 부족한듯한데 미적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람도 지나치게 완벽하기보다는 약간 흉허물이 있거나 어딘가 좀 빈 구석이 있음직한 사람한테서 더욱 친근감과 인정을 느끼게 되는 법”이라는것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어차피 완벽할수 없는 인생에서 지나친 욕심 같은 것은 적당히 접어두고 우리가 가끔씩 저지르는 실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고싶다. 나의 실수보다는 남의 실수를 리해하고 품어주려는 마음가짐으로…” 라는 깨달음을 제시한다. 미흡함이나 실수가 없도록 살려는 집착, 그러면서도 오히려 그러한 미흡함이나 실수가 반복됨으로써 생겨나는 심리적인 불안이나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서영빈은 오히려 실수를 용인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특히 남의 실수를 리해하고 품어주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한다. 거꾸로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행복해지는 삶의 지혜라 하겠다. 그리고 여기에는 문학적 창의성이 되여 작품의 품위와 예술적 공감을 획득하는 효과도 동반한다.

이러한 거꾸로 생각하기는 서영빈의 초기 작품에 해당되는 "멋"8)에서 이미 시도된바 있다. 이 작품에서 서영빈은 “매일과 같이 먼길 떠나는 사람 모양으로 신새벽부터 서두르고 법석대면서 하루해를 보내고 나면 자리에 눕기 바쁘게 곯아 떨어”지는 현대인의 삶을 본말이 전도된 삶이라 꼬집는다. 구성의 어수선함때문에 조금은 산만해 보이는 이 작품이 설득력과 공감을 얻을 수 있은것은 역시 거꾸로 생각하기라는 창조적인 발상에서 비롯된것이라 하겠다. 부지런히 뛰고 남과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하는 현대인의 일상적인 삶의 신조를 뒤집기 위하여 작가는 “맛”과 “멋”이라는 낱말이 동일 어원에서 비롯될 정도로 여유작작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의 태도를 들고 있다. 그리고 레비 스트로스의 “원시인도 잘 살았다”는 말로써 물질적 부에 대한 현대인의 집착을 비판한다. 어쩌면 이러한 리론적인 비판이 설득력은 있어도 공감은 쉽게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지막 제시된 사실―“저녁무렵 집에 찾아왔던 손님이 돌아갈때 인사 나누기 바쁘게 문을 걷어닫는 지금의 인심” “‘쿵―’ 하는 문소리에 정마저 끊기는 느낌이다”라는 표현은 참말로 그 “쿵” 하는 문소리만큼이나 공감하도록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이 거꾸로 생각하기는 서영빈의 수필에서 창의적 발상을 위한 사유방식의 일종인 동시에 구성의 형식미 창조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니는 요소가 되고 있다.

4. 삶의 본연에 돌아가기

서영빈의 수필에는 다양한 주제가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제들을 모아놓으면 결국 다수의 작품 주제는 삶의 본연에 회귀해야 한다는 인생 인식에 귀결된다 할 수 있다.

앞에서 이미 론의된 작품 중 "멋"의 경우 본말이 뒤바뀐 삶을 사는 현대인을 꼬집었다는것은 결국 본연의 삶에 돌아가도록 촉구하는것에 다름 아니다. “사라져간 멋을 되찾고 싶다.”는 결구에서도 이 점은 잘 드러난다.
“과학주의”라는 말이 요즘 들어 부쩍 사용빈도가 높아지고있는 것 같다. “합리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이 “주의”는 근현대문화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있다. 최근까지도 우리는 이 “주의”의 정당함이나 합법칙성에 대해 별로 의심해본적이 없는것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힘을 얻고있다. 과학주의 혹은 합리주의에 의해 세계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물질로 꽉 차버리고 정작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것들이 사라져 가고있는 것이다. 지구가 오염되어 피폐해지고 인간 자신의 정신마저도 피폐해지고 있다. 90년대 말까지는 그것이 세기말적인 증후군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지금도 그런 인식이 계속 확산되고있는 추세다.

이런 사정을 서영빈은 "왜 마을운동회가 더 재미있을까"9)에서 “‘고독’이라는 이름의 병을 과학의 힘으로 어떻게 치유할것인가?” 라는 물음으로 표현하고있다. 공포의 에이즈도 치유가 가능하며 태아에게 각종 면역세포를 주입하여 병을 미리 예방할수도 있지만 21세기중엽에 이르러 인류가 사망하는 제일 큰 병일것이라고 하는 “고독”의 문제는 과학으로 도무지 해결이 불가능하다는것이다. 그 해법을 서영빈은 아마추어 유희에서 찾고있다. 마을운동회나 어린이운동회 같은것이다. 적어도 이러한 아마추어 유희를 통하여 재미와 즐거움을 좀더 오래 누릴수 있을것이고 그러느라면 21세기의 “고독”이라는 악성종양에도 어느 정도 면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서영빈이 말하는 아마추어적인 유희를 통해 얻는 즐거움은 순수한 즐거움이고 원초적인 즐거움에 가까운 것이다. 물론 21세기의 삶을 원시적인 삶에로 되돌려 놓을 수는 없다. 따라서 그 원초적이며 순수한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서는 오늘의 생활 패턴에서 본연의 삶에 최대한 접근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과학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한 대안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재인식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발굴과 재인식, 이를 통해 동서문화의 조화를 이루어내는것이 인간의 “고독”과 같은 21세기의 악성종양을 치유하는, 혹은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과학과 매체 그리고 인간의 행복"10)이라는 작품도 비슷한 경우다. 여기에는 대도시에서 살면서도 그 도시적 삶의 일상속에 매몰되지 않고 언제나 명석한 판단력을 지켜내는 작가의 인생자세가 드러난다. 도시적 상상력의 소산이다. “인간의 정신이 무엇인가는 몰라도 되지만 전자렌지를 모르면 안되고 행복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되지만 옷의 유명 브랜드를 모르면 안되는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되여 우리앞에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도시적 삶의 일상이요, 그것을 감지한 자는 깨어있는 자이다. “우리는 좀더 편리하고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원했을뿐인데 결과적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 자체를 저당잡히는 어이없는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도시적 삶의 일상에서 탈출할 수 없을진대 항상 깨여있으면서 일상에 매몰되려는 의식을 일깨워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 본연의 삶의 의미를 되살리려는 시도라 하겠다.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한 기본적인 자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독자와 더불어 향유하고자 하는 수필가의 지성이 돋보인다.

이 사회 구성원 다수가 좀더 편하고 유족한 삶을 살고자 하는 현실에서, 소위 문명의 혜택을 최대한 향유하고자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현실에서 거기에 제동을 걸고 인간 본연의 삶의 가치를 모색하고 제시하고 또 일깨우려는 의식은 진정한 지성만이 가능한것이다. 이런 지성적인 의식을 갖추고 수필 쓰기에 임했을때 비로소 우리는 수필다운 수필을 기대할수가 있는것이 아닐까 한다.

5. 나오면서

이상에서 우리는 서술의 사실성과 평이성, 자기 낮추기, 거꾸로 생각하기, 삶의 본연에 돌아가기 등 주로 형식적 주제적 측면에서 서영빈의 수필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형식적, 주제적 측면에서의 성공적인 창작실천은 삶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여유있는 태도에 의해 뒷받침되고있다. 수필은 수필가의 인생체험과 삶의 태도를 떠나서 생각할수 없는 문학장르이기때문이다.

서영빈이 1989년 발표한 처녀작을 시작으로 15년간에 걸쳐 쌓아놓은 50여 편의 수필작품을 이상 살펴본 몇가지 특징으로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론리성이 뛰어난 강건체의 수필들(례, "포스트 SARS시대를 위하여 등), 잔잔한 감동을 동반한 서정수필들(례, "모정의 세월", "인연" 등) 등 여러 형태의 장르들을 두루 시도하면서 수필문학의 내포와 외연을 확대하였다는 점, 이를 통하여 우리 수필문학의 새 지평 마련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점은 특기할 사항이다. 문단에서 여러 가지 문학상을 수상하고 수필을 말할 때 서영빈이라는 이름을 빠트리지 않고있다는 사실은 그러한 서영빈의 업적이 문단적으로 인정을 받고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이와 더불어 수필평론에서도 서영빈은 조선족문단에서 단연 일순위에 꼽힌다. 수필가이면서 동시에 문학교수라는 이중신분때문에 가능한것이지만 이는 또한 수필에 대한 애착과 깊은 리해에서 비롯된것이라 하겠다.

그만큼 서영빈은 우리 수필문학에 장르적 변화가 시작되던 시기에 등단하여 그 장르적 성숙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왔다. 현재 수필은 우리 문단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문학 장르로 부상하고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소설을 젖히고 가장 중요한 문학장르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이 중에는 서영빈의 노력도 큰 몫을 하였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뱀발로 언급하고 싶은것은, 앞의 분석에서 더러 언급된바 있듯이 수필구성의 측면에서 좀더 정교함을 기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하여 우리 수필의 전범을 수립함으로써 앞으로 도래할 수필시대에 우리 수필문학의 수준향상에 보다 큰 기여를 해주었으면 한다.

주 석
------------------------
1) 김학철형 수필이니, 문창남형 수필이니 하는 개념은 필자가 여기서 처음 제기한것이여서 좀더 분명하고 설득력있는 정의와 해석이 필요하지만 본 논문의 취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기때문에 다른 기회에 본격적으로 론의해 보고자 한다.

2) 《문학과 예술》, 1991년 3호.

3) 《문학과 예술》, 1989년 3호.

4) 서영빈 수필집, 《클로버와 토끼풀의 대화》, 료녕민족출판사, 2004년 12월.

5) 윗 책.

6) 윗 책.

7) 서영빈 수필집, 《아픔으로 크는 나무》, 민족출판사, 1999년 10월.

8) 《문학과 예술》, 1989년 5호.

9) 《도라지》, 2003년 2호.

10) 윗 책.

* 《연변문학》에 게재한 글입니다

래원: 인민넷 (편집: 임영화)
  [본문 프린트]  [편집에게 편지쓰기]  [E-mail추천]
주의사항:
1. 중화인민공화국 해당 법률, 법규를 준수하고 온라인 도덕을 존중하며 일체 자신의 행위로 야기된 직접적 혹은 간접적 법률책임을 안아야 한다.
2. 인민넷은 필명과 메모를 관리할 모든 권한을 소유한다.
3. 귀하가 인민넷 메모장에 발표한 언론에 대하여 인민넷은 사이트내에서 전재 또는 인용할 권리가 있다.
4. 인민넷의 관리에 대하여 이의가 있을 경우 메모장 관리자나 인민일보사 네트워크쎈터에 반영할수 있다.
메모 남기기:

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