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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체험과 강경애의 소설

장춘식

2016년 07월 04일 15:17【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1. 머리말

강경애는 조선(한국)현대문학사에서 가장 걸출한 녀류작가인 동시에 중국조선족문학사에서도 유일한 녀류작가로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지금까지의 강경애연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것 같다. 첫째는 일반적으로 강경애를 카프의 “동반자작가”로 규정하면서 카프문학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여 “비판적 리얼리스트”로 보는 견해이다.1) 둘째는 강경애의 간도체험을 중심으로 천착하면서 강경애를 재만한국작가로 보는 견해이다.2) 셋째는 특히 최근에 론의가 많이 되고있는 녀성문학적(페미니즘문학적)인 접근이다.3) 첫째 경우와 셋째 경우의 연구는 상당히 진전되어있는것 같고 연구성과도 상당히 풍성하다. 그러나 둘째 경우의 연구는 아직도 초기 단계에 있으며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것 같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강경애의 간도체험소설을 주목하여 이민문학적인, 혹은 조선족문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930년대초반부터 40년대초반까지 10년여를 간도 룡정에 체류4)한 경력을 가진 강경애는 1931년 단편 《파금(破琴)》을 발표하면서부터 1938년 《검둥이》를 발표할때까지 7년 여 동안에 모두 2편의 장편소설과 19편의 중단편소설을 포함하여 모두 21편의 소설을 창작 발표하였다. 그 중 간도체험에서 취재한 작품임에 분명한 것으로는 《그 녀자(女子)》(《삼천리(三千里)》, 1932.9), 《채전(菜田)》(《신가정(新家庭)》, 1933.9), 《축구전(蹴球戰)》(《신가정》, 1933.12), 《유무(有無)》(《신가정》, 1934.2), 《소금》(《신가정》, 1934.5-10), 《동정(同情)》(《청년조선(靑年朝鮮)》, 1934.10), 《모자(母子)》(《개벽(開闢)》, 1935.1), 《원고료 이백원(原稿料二百圓)》(《신가정》, 1935.2), 《번뇌(煩惱)》(《신가정》, 1935.6-7), 《어둠》(《녀성(女性)》, 1937.1-2), 《마약(痲藥)》(《여성》, 1937.11), 《검둥이》(《삼천리》, 1938.5) 등 12편이다5). 간도체험이 작가 강경애의 창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있음을 알수가 있다. 물론 문학창작의 거의 전 기간을 간도에 체류하면서 보낸 강경애로서는 이러한 취재성향이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니라 하겠다.

2. 계급리념의 실천적 지향

강경애는 이주민의 생활에서 취재한 다수의 소설에서 계급적리념을 지향하고 있다. 무산자의 빈궁과 빈궁속에서 허덕이는 문산대중에 대한 동정과 그것을 통한 일제식민지통치에 대한 비판은 시종일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게다가 이런 동정과 비판을 조직적반항에로까지 이끌어올림으로써 신경향파의 범위를 벗어나 프로문학의 수준에 이르는것이다. 이는 최서해이후 카프문학에로 이어지는 프로레타리아문학과 맥을 같이하며 그런 연장선상에서 강경애를 “동반자작가”로 보는것은 무리가 아니라 하겠다. 가장 대표적인 소설작품으로 《채전》과 《축구전》을 들수 있다. 그런데 《채전》은 주요섭(朱耀燮)의 《인력거군(人力車軍)》에서와 마찬가지로 인물 모두가 이주민이 아닌 중국인 원주민이여서 론란의 여지가 있지만 간도체험이나 적어도 중국체험에서 취재한것임에는 분명하다. 인물 모두가 중국인이고 그 생활 또한 중국인의 혹독한 빙궁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작가는 작중인물속에 완전히 용해되여있다. 거기에 이붓자식으로 성장한 작가의 경력이 그림자처럼 비치고있어 더구나 현장감과 생동성을 획득하고있다.

마마(어머니)의 친딸 우방이는 늘 좋은옷 입고 학교를 다니는데 자신은 옷도 잘 입지 못하고 학교도 못 다니는데 불만을 가지고있던 왕서방의 딸 수방이는 어느 바람부는 밤에 아버지와 이붓어머니의 대화에서 일군을 줄이련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일군인 맹서방에게 알려준다. 일하는 사람들, 맹서방이나 추서방 등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있었고 특히 맹서방이 자기에게 머리핀을 사다준것을 늘 고맙게 생각하던 그녀였던것이다. 그래서 결국 맹서방네들은 만일 누군가를 가을이 되기전에 감원시키면 전부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하자면 집단파업을 선고하는데 바바(아버지)인 왕서방은 이제 다시 일군을 모집하려면 돈도 더 들고 야채농사에도 지장이 있을것을 감안하여 맹서방네의 조건을 들어주는수밖에 없게 된다. 집단파업이 성공한셈이다. 그러나 며칠후에 수방이는 머리에 맹서방이 사다준 핀을 꽂은채 소문없이 죽고만다.

수방이의 죽음은 무엇인가를 암시한듯한데(아무래도 이붓어머니인 “마마”의 보복으로 죽임을 당한듯한 분위기다) 그 암시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고 또 무엇때문에 죽었다는 암시도 주지 않아 돌연감만을 유발시킨다. 초기작품의 미숙성을 보여주는 실례라 하겠다. 그리고 검열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였는지 아니면 이국적분위기 조성을 노렸던것인지는 모르나 하필이면 중국인들의 생활을 주제의식의 매개로 삼은것은 바람직하지 않아보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주제의 심각성에서는 상당히 손해를 보고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미숙성은 《축구전》에 이르러 큰 변모를 보인다.

《축구전》은 완전히 리념화된 작품이다. 지난해 검거선풍에 다수의 급우들이 령사관으로 잡혀들어감으로써 학교가 너무나 위축되여있다고 판단한 이주민의 아들 승호(학생대표쯤으로 보인다)는 반드시 이기는것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들의 꺾이지 않는 존재를 대중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뜻에서 ××회 주최로 열리는 축구대회에 참가하고자 제의하며 희숙이와 합의하여 출전을 결심한다.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남학생들은 길회선 철도공사 인부로 들어가고 녀학생들은 경마장의 림시 녀급으로 일하기로 한다. 그러나 경기에 출전한 D학교팀은 비록 잘 먹지도 못하고 운동장비 역시 미비하여 경기에서는 졌지만 학생들의 투지를 앙양시키는데에는 성공한다는 이야기인데 소설에서는 “동무”, “동지”라는 칭호들이 스스럼없이 사용되고있고 운동권학생들의 형상을 직접 그리고있다는 점에서 강경애의 계급적리념을 잘 보여주고있다. 그리고 결말부분에서 람루한 옷차림을 한 부인의 D학교 학생들에 대한 동정의 표현은 이러한 작가의 사상을 다시 확인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작품에서 “행진곡이 쾅쾅 울린다. 얼핏 바라보니 승호가 기발을 쥐고 앞장섰다. 행진! 그 뒤로는 군중이 물밀듯 따라섰다.”나 “마저 넘어가는 해볕에 D학교의 기발은 피같이 붉었다.”는 결구부분의 표현이 암시하는바는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것이다. 무산자의 단합된 힘과 조직적 투쟁을 기대한 작가의 계급의식을 보여준것임에 분명한것이다. 한편 이 작품에 나오는 D학교는 당시 룡정에 있던 동흥중학교임이 분명하며 작품의 내용을 이루는 이야기는 한때 동흥중학교의 교사였던 강경애의 남편인 장하일과도 무관하지 않을듯하여 작가의 계급적리념이 남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해준다.

《유무》에서도 문제의식은 여전히 계급적리념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있는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처음 “나”라는 작중화자로서 작품속에 직접 개입한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편이 아직 귀가하지 않은 어느날 밤, 전에 이웃에서 살던 복순아버지가 문뜩 남편을 찾는다며 나타난다. 굶기를 밥먹듯하는 그들때문에 “나”는 찬밥덩이나 찌개를 갖다주는 등 꽤 신경을 썼었다. 그런데 어느날 야간도주를 하듯 자취를 감추었었던 그가 갑자기 나타나니 걱정부터 앞선다. 그래도 굶은 그에게 밥만은 끓여주는데 복순아버지는 글쓰는 “나”에게 밤마다 꾼다는 기괴한 꿈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꿈이란 “어떤 괴악스럽게 생긴 인간들”(B들)이 그를 끌고 어떤 암흑의 천지로 간다는것인데 매일밤 되풀이되기때문에 이제 와서는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조차 하기 어렵다는것이였다. 이 꿈이야기는 강한 암시성과 상징성을 띠고있다. 복순아버지를 괴롭히는 B라고 일컬어지는 자들은 아마도 만주를 강점한 일제나 그들에게 협력하는 세력일것인데 그 꿈이야기를 하면서 분노의 빛을 띠운 그가 이런 일이 혹시 현실에 실재해있을것 같으냐고 진지한 목소리로 묻는 행동은 이 점을 보다 분명히해준다. 한편 B들에게 고통받고있는 복순아버지를 묘사함에 있어 그의 안해의 입을 빌어 “밤마다 어디를 가기에…땀이 옷에 칙칙하게 배는구려…”라고 한것으로 본다든지, 그에 대하여 불안과 호기심을 아울러 가지고있는 나를 그가 “글쓰는이”라고 한데 대해 내가 크게 부끄럽게 생각한다거나 그의 꿈이야기를 다 듣고난뒤 내가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어쩔줄을 모를 정도였다는 사실 등으로 미루어볼 때 그는 모종의 지하활동(반만항일 활동, 리념활동 혹은 독립운동)과 관련을 가진 사람임을 보아내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가 “나”의 집에 나타난 목적이 혁명가로 활동하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점에서도 이점은 뚜렷이 감지된다.

이상 세편의 작품에서 우리는 작가가 계급리념을 실천적으로 지향하고있음을 보았다. 다시 말하면 빈자와 부자의 대립과 갈등을 집단적행동으로써 극복하고자 한 작품적 실천이라 할수가 있다. 이와 같은 문학적실천은 20년대말 30년대초 카프가 지향한 프로문학 로선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할수 있는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되는 점은 《채전》이나 《축구전》에서 작가의 계급리념이 집단적행동으로 공공연히 표현된데 반해 《유무》에서는 상당히 암시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였다는 점이다. 어쩌면 작가의 새로운 표현기법의 실험일수도 있지만 다음항에서 살펴보게 될 표현기법에서의 뚜렷한 변모양상을 감안하면 단순한 기법실험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갈수록 악화되여간 당시의 사회적상황과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3. 빈궁의 제시와 현실비판

자연발생적인 신경향파 문학에서 의식적인 리념문학으로의 변화양상을 보인 최서해의 경우와는 달리 강경애의 문학은 그 반대의 양상, 즉 계급리념의 실천적 지향에서 빈궁의 제시와 현실비판이라는 하강적 모습을 보이고있다. 여기서 “하강적”이라는 표현은 당연히 강경애를 카프의 “동반자” 작가로 보았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앞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런 상황은 물론 당시 간도지방의 사회적 현실의 악화6)와도 관련이 되겠지만 그러한 현실변화에 직면한 작가 강경애의 현실인식 내지는 세계관의 변화에 의해 기인된것으로 보는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한다.

중편소설 《소금》도 계급리념을 내세운 면에서는 크게 다를바 없으나 《유무》의 경우보다도 훨씬 암시적인 방식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이 작품은 또한 이주민의 고난사를 작품의 주소재로 등장시키고 있어 주목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이주농민의 삶과 도시이주민의 처참하고 고달픈 삶이 교차되는 지점에 놓인다. 발표 당시 장편소설이라 장르를 명시하고는 겨우 6회 련재로 중단되였는데 현재의 분량으로는 장편으로 보기 어렵고 중편에 더 가깝다. 그러나 조선이주민의 중국정착과정에서의 비극적인 삶과 그 극복의 의지를 담고있는 내용은 그 그릇이 장편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크다. 하기에 이 소설을 장편으로 보는 견해도 지나친 무리는 아닌듯하다. “농가”라는 소제목을 가진 제1회분은 이주농민의 안해인 봉식어머니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들이 바가지 몇짝을 달고 고향서 떠날 때는 마치 끝도 없는 망망한 바다를 향하여 죽음의 길을 떠나는듯 뭐라고 형용하여 아픈 가슴을 설명할수 없었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으로 이곳까지 와서 어떤 중국인의 땅을 얻어가지고 농사를 짓게 되였으나 중국군대인 보위단들에게 날마다 위협을 당하여 죽지 못해서 그날그날을 살아가군하였다.

그동안 이어 나타난것이 공산당이였으니 그 후로 지주와 보위단들은 무서워서 전부 도시로 몰리고 간혹 농촌으로 순회를 한다더라도 공산당이 있는 구역에는 감히 들어오지 못하게 되였다. 그러나 시국이 바뀌며 공산당이 쫓겨들어가면서부터 자×단들이 나타나게 된것이였다.

이것은 룡정에서 중국인 지주가 왔다는 기별에 두루마기를 입고 나가는 남편을 보내고난뒤 어머니의 회고담으로 그려진 이민초기의 일부 경력이다. 그야말로 살아남아있는 일조차 기적같이 여겨지는 나날들이라 하겠다. 이어 어머니는 벽에 걸린 메주를 보고는 또 소금값이 비싸 항상 소금기 없는 간장으로 남편에게 맛없는 음식만을 제공해온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작가는 남편의 출타에 걱정하는 안해의 심리활동을 통해 작품의 배경을 교대하고있는셈이다. 이때 마침 하교한 딸 봉염이가 운동화를 사달라고 조른다. 돈이 없어 오빠인 봉식이도 공부를 못시키고있다는 어머니의 말에 봉염이는 학교 선생의 말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왜 돈 없어요, 왜 오빠 공부 못시켜요?” 하면서 따지며 딸의 그 말에 또다시 눈물을 짓고있을 때 건너마을쪽에서 총성이 울린다.

이러한 이야기줄거리는 우리에게 이주농민들의 생활모습을 생동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작품은 이주 농민문학의 한 전형으로서 기대됨직했다. 그러나 “류랑”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제2회분에 이르러 사건은 그러한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작가는 어쩌면 아예 그런 기대를 념두에 둔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운명선을 보다 넓은 무대에 내세움으로써 장편으로서의 무게를 계산해두었는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소금》이라는 제목은 이 점을 미리 암시해 두고있다 하겠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건너마을에서 울린 총성의 희생자는 바로 남편이였고 선혈이 랑자한 아버지를 업고와 다음날로 장례를 치른 장남 봉식이 집을 나가고만다는 줄거리다. 봉식어머니는 집 나간 봉식이를 찾기 위해 딸 봉염이와 함께 여러곳을 돌아다닌끝에 룡정에 있는 지주집에 들려 한동안 머물러있게 된다.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이주농민의 이야기가 도시빈민의 이야기로 방향이 바뀌여진셈이다. 이러한 방향전환은 제3회분의 “해산”, 제4회분의 “유모”, 제5회분의 “어머니 마음”, 제6회분의 “밀수입”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제3회분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러하다. 중국인 지주집에 머무르고있는 동안 강제에 의해 중국인 지주의 아이를 잉태한 봉식어머니는 긴 여행에서 돌아온 지주가 국자가라는 곳에서 봉식이 공산당으로 처형되는것을 보았다면서 쫓아내자 거리로 나앉게 된다. 이곳저곳을 헤매던끝에 어느 중국인집 헛간에서 아이를 낳는데, 한때 이웃에 살던 녀인을 만나 도움을 받던중 아이의 출산으로 젖이 나오게 되자 남의 집에 유모로 들어가 입에 풀칠이나마 하게 된다. 그러나 유모로 있는동안 제대로 돌보지 못한탓으로 봉염과 새로 낳은 봉희를 차례로 잃은 봉식어머니는 그녀의 기구한 운명을 저주하기도 하지만, 우선 그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금밀수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조선으로부터의 소금밀수입은 막대한 리득이 남는 대신 그만큼 위험부담이 컸으며 겹겹의 감시망을 뚫고 밤에 무거운 소금짐을 나르는 일을 녀자가 감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간도일대에서 소금밀수입은 위험천만하지만 가장 수지맞는 생계의 수단으로 류행했었으므로 주인공 봉식어머니가 소금밀수입에 나선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것이다.

밀수대렬에 낀 봉식어머니는 흔히 일행으로부터 뒤떨어지기 일쑤였는데 그럴 때마다 길잡이의 도움이 컸다. 그러던 어느날 갖은 고생끝에 어느 산마루턱에 당도했을 때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걸음을 저지당한다. 일행은 오로지 그들이 마적단이나 공산당이기를 바랄뿐이다. 잘 빌기만 하면 그들은 소금을 빼앗지 않았지만 관청의 집사대라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기때문이다. 한참뒤 그들의 연설이 시작된다. “여러분! 당신네들이 왜 이 밤중에 단잠을 못자고 이 소금짐을 지게 되였는지 아십니까”라는 내용에서 그들이 공산당임을 직감하였고 그와 동시에 봉식어머니에게는 연설하는 사람의 음성이 꼭 딸 봉염의 학교 선생의 그것처럼 들린다. 이 대목은 작가의 계산에서 가장 관건이 되는 내용이라 할수 있을것이다. 사흘만에 돌아온 방안의 소금자루앞에서 새삼스럽게 일어나는 가족(남편, 봉식…)생각에 소금 처분할것도 잊고 눈물을 흘리면서 고달픈 심신을 달래다가 순사에게 들키게 되였을 때 바로 공산당인들의 연설 내용을 다시 떠올리는 어머니의 행위는 이점을 실증해주는것이다.

이 작품은 적어도 한 이주민녀성이 남편과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공산당을 한때나마 원망하지만 자신의 실제적인 삶의 체험을 통하여 결국 공산당의 주장에 공감하게 된다는, 리념에의 각성을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수 있다. “아버지 생전에는 아버지를 그르다고 백번 생각했지만 막상 아버지가 총에 맞아 넘어진것을 용애 아버지에게 듣고 현장에 달려가서 보았을 때는 어쩐지 ‘너무들 한다?’ 하는 분노와 함께 누가 그르고 옳은것을 분간할수가 없이 머리가 아뜩해지군하였”던 봉식이 본인이 공산당이 되여 처형된다는 이야기는 이같은 리념에의 각성을 한결 더 강화시키고있다. 강경애는 공산유격대의 활동에 민족의 운명을 기대하고있었던것이다. 이는 작가가 줄곧 작품활동을 통하여 표현하려고 했던 주제의식이고 강경애의 현실인식의 기본 자세이기도 하였다.
이 작품에서 다시 주목되는 부분은 리념표현보다는 주인공의 비참하고 고달픈 운명의 묘사에 중심이 놓여졌다는 사실이다. 《유무》에서도 감지되고있는 이러한 표현상의 변모는 《모자》(1935)에서 그 원인이 밝혀지고있다.

만주사변전만 하여도 시형이 자기의 남편을 하늘같이 떠받치였으며 그래서 자기들까지도 시형이 군말없이 생활비를 대주었던것이나, 일단 만주사변이 일어나고 그리고 이 룡정사회가 돌변하면서부터는 시형도 맘이 변하여 끔찍하게 알던 그 아우를 밤낮으로 욕질을 해가며 역시 자기네 모자를 한결같이 대하였다. 그래서 일절 생활비도 대주지 않는까닭에 승호의 어머니는 남의 어멈으로 들어가게 되였던것이다. 그리고 특히 일년전에 남편이 객지에서 죽었다는 기별이 왔을 때 시형은 오히려 좋아하는 눈치를 보이였기때문에 승호의 어머니는 있는 악이 다 치밀어서 큰 싸움을 하게 되였으며 그 후로는 발길을 아주 끊고말았던것이다.

여기서 승호어머니네 일가에 대한 시형의 태도변화는 “9.18”사변 이후 상당수 조선이주민의 태도변화를 전형화한 것으로 볼수 있다. 그렇다면 강경애소설에서 표현양상의 변모 혹은 분위기의 변화 역시 그러한 사회상황과 밀접한 관련을 가졌음을 판단하기 어렵지 않을것이다. 결국 이는 변화된 현실에 대한 강경애의 소설표현적 대응이라고 할수가 있다는 말이 된다.

작품에서 주인공인 승호어머니는 의모(義母)와 싸우고는 백일해(百日咳)로 신음하는 승호를 업고 친정을 나선다. 그러나 갈데가 없다. 시형네가 있으나 원쑤같이 지내던터라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별수가 없어서 시형네집에 찾아가니 말끝마다 빈정거린다. 마침내 “잘들 살아요”라는 저주의 말을 남기고는 그 집을 나와버린다. 눈내리는 거리에서 승호어머니는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다가 적에게 붙들리여 죽은 남편”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곧바로 산으로 가기전에 “우리는 아무리 잘살고자 하나 잘살수가 없다”고 하던 남편의 말이 떠올랐고 그래서 이 “야박한 룡정 아니 돈만 아는 놈이 사는 이 룡정”을 벗어나 남편이 간 산을 향해 걷기로 한다. 그러나 “9.18”사변 뒤의 토벌로 하여 쑥밭이 된 시골이라 오도가도 못할 상황에 처하여 눈구덩이속에서 죽음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버지가 못다한 사업을 이 아들로 완성하게 하리라”고 다짐을 한다는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만주땅이 일제에 의해 강점된 후 험악해진 만주의 현실에서 혁명가 가족이 겪는 불행을 리얼하게 그린 작품이라 하겠다. 동시에 승호어머니의 시형으로 대표되는, 일제의 강압에 의한 일부 이주민의 변절상도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못다한 사업을 아들로 완성하게 하리라”고 한 주인공의 의지에서는 강경애의 드팀없는 계급리념과 작가적자세를 보여주었다 하겠다.

4. 열악한 환경에서의 자기편달

그러나 덜미를 조이는 일제의 강압과 주위 환경의 변화는 계급리념에의 강한 의지를 보이던 강경애에게도 영향을 미친것 같다. 이러한 영향을 의식하였기때문에 강경애는 자신의 작품을 통하여 끊임없이 자기반성이나 성찰을 시도한다. 《동정》, 《원고료 이백원》, 《번뇌》 등 작품이 이에 속한다. 사실 이러한 자기반성 혹은 자기편달의 모티프는 강경애의 초기소설에 해당되는 《그 여자》에서 이미 드러난다.

우연한 기회에 작품을 발표하여 문학청년에서 일약 여류작가로 데뷔한 마리아.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는 어째서 자기가 이렇게 쉽사리 녀류작가가 되였는지 반성해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와 같은 재사(才士)는 드물다는것 그것밖에는 없었다.” “길가에 나서면 모든 사람들의 눈이 자기 한사람에게로 집중된듯하며 그만큼 자기는 인기인물같이 생각되였다. 무엇보다도 여자로서는 글쓰는 사람이 적은것만큼 자기 한사람에게만이 가능하다고 인정됨으로써였다.”

이런 그가 얼두거우(二頭溝)라는 마을에 가서 강연을 하게 되였다. 달가운 일은 아니였으나 “문예가는 때때로 여행도 해야 한다더라 하는 생각을 하자 농부들보다도 농촌의 자연미를 구경하는 호기심 그것에서 어떤 명작이나 하나 얻을까 하는 바람이 그로 하여금 커다란 기대를 갖게 하였다.” 그리고는 강연중에 “노동자 농민을 부르짖고 현대 조선사회상을 들추어냈다.” “죽어도 내 땅에서 죽고요, 살아도 내 땅! 내 땅에서 살아야 한단말이어요” 라고 열변을 토한다. 그러나 그러한 강연을 듣는 “간도농민”은 “내땅”에서 “정들인 그 밭! 그 논을 무리하게 리유없이 떼”인 이주농민들이였다. 따라서 “민족이 뭐냐! 내 땅이 뭐냐!”라고 쌓인 원한을 토로할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마리아는 “적어도 나는 조선의 최고학부를 마치였으며 더구나 조선에서 드문 녀류작가이고 게다가 어여쁜 미모의 주인공이다.”라고 자신을 위안했고 “농민이 아니냐” 하며 속으로 농민을 경멸한다. 결국 청중은 갑자기 욱 쓸어일어나서 분노를 터뜨리며 “마지막 비명을 토하는 종옆에 갈갈이 옷을 찢긴 마리아는 쓰러져서도 자기의 미모만을 상할까 두려워서 두 손으로 얼굴을 꼭 싸쥐고 풀풀 떨고있었다.”

여기서 주인공 마리아의 형상에는 강경애 자신의 모습이 많이 담겨있는듯이 보인다. 촉망받는 조선의 녀류작가이고 또 룡정에 들어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것이나 이색적인 룡정의 거리 모습에 대한 묘사, 구역질나는 중국인의 누런 이에 대한 묘사 등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노동자 농민을 부르짖고 현대 조선사회상을 들먹거리면서 동시에 농민의 무지함이나 불결함을 경멸는 마리아의 의식과 행위의 괴리에는 작가의 자기성찰의 의미가 다분히 담겨있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동정》에서의 작중화자인 “나” 또한 《그 여자》에서의 마리아와 비슷한 경우다. “나”가 의사의 권고에 따라 조깅을 하다가 만난 화류계의 여인에게 기회를 타 도망치라고, 집에 놀러 오라고 동정을 보내놓고는 마지막 단계에서 배신을 해버림으로써 불행한 이주민여인을 죽음에 이르도록 했다는것이다.

“형님, 난 나갈래!”

그의 눈은 빛났습니다. 나는 전날 어떻게든지 기회만 봐서 도망이라도 하면 내 려비같은것은 담당해주마던 기억이 얼핏 떠오르며 저가 려비를 구하러 왔구나! 하며 버쩍 싫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도 눈이 둥그래서 그를 쳐다보았습니다.

“가기는 어딜 간단말야, 갑자기.”

나는 불쑥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수해구제음악회에서 삼원을 기부하였는데, 또 돈 쓸 일이 나지 않는가? 그러랴면 이달에 살기가 좀 어려울터인데 필시 이달엔 저금은 못하지.” 하는 속궁리가 뒤를 이어 내달았습니다.

동정해준 화류계 여성이 도움을 청하러 왔을 때 “나”의 반응을 그린 장면이다. 그리고 결구에 가서 “‘산월이가 죽었대우! 불쌍해!’ 하고 나는 목을 놓아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속히 죽게된 원인은 내가 말로나마 동정을 해서 죽었는지? 안해서 죽었는지? 어느 한가지에 있으리라고 나는 얼핏 느꼈습니다.”고 했다. 이주 지식녀성의 알량한 사심을 비판하고있는셈이다. 여기서 “나”의 형상에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많이 담겨있는듯이 보인다. 그러니까 작가인 강경애의 립장에서 이것은 당연히 일종의 자성이나 자기편달이라 할수가 있을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작가의식의 후퇴라 보기는 어려울것 같다. 산월이가 열두살에 빚값때문에 팔려가서 갖은 고생을 하며 “아리랑타령을 하고 사내들앞에서 아양을 피우지 않으면 안될 신세”가 될 때까지의 불행한 운명을 그린것이라든지, “물 길리고 빨래 시키고 동자 시키고 또 그 노릇(매춘-인용자) 시켜서 돈 벌어” 주인에게 처넣는 산월이의 현실적인 아픔을 표현한것이라든지, “이 세상은 언제 망할까요. 그저 대포로 모두 쾅쾅 놔버렸으면……” 하는식으로 산월이의 분노를 보여준것 등에서는 여전히 강경애의 계급리념이 잘 드러나고있는것이다.

《원고료 이백원》도 작가의 자성이나 자기편달이라는 측면에서 《동정》과 같은 차원이다. 신문에 장편소설을 련재하여 받은 원고료 2백원을 평소 갖기를 원하던 털외투, 목도리, 구두, 금반지, 금시계…등을 마련했으면하고 생각하는 “나”와 그 돈으로 출옥후 앓고있는 동지를 입원치료해주고 수감중인 동지의 부인을 돌봐야 한다는 남편의 대조적인 사고방식에서 독자가 감지할수 있는것은 작가적인 자성에 다름아니다. 특히 강경애가 당시 《동아일보������에 장편소설 《인간문제》를 련재하고 원고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러한 판단을 거의 확신하게 한다. 그리고 다음의 례문에서는 작가의 계급리념이나 저항의 의지를 보다 강하게 느낄수가 있다.

K야, 이 간도는 토벌단이 들이밀리여서 지금 한창 총소리와 칼소리에 전 대중이 떨고있는중이다. 그러니 농민들은 들에서 농사를 짓지 못하였으며 또 산에서 나무를 베지 못하고, 혹시 목숨이나 구해볼까하여 비교적 안전지대인 룡정시와 국자가같은 도시로 몰려드나 장차 그들은 무엇을 먹고 살겠느냐. 이곳에서는 개목숨보다 사람의 목숨이 헐하구나.

이와는 달리 《번뇌》에서는 혁명가의 환멸과 변질이 표현된다.

《번뇌》에도 작중화자로서 “나”가 등장한다. 소설의 주요내용은 남편의 동지인 R이 술에 취해서 들려준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먼저 자신의 고향 및 성장과정에 이어 만주에서의 활동상황 등에 대해 긴 이야기를 늘어놓고나서 이어진 이야기는 뜻밖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7년여의 감옥생활을 끝마치고 재작년에 출옥했을 때 너무나도 변해버린 세태와 인심에 환멸을 느끼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중 명동에서 아직 수감중인 동지의 집을 찾을 수 있었고, 아들이 나올 때까지 같이 있어달라는 동지 어머니의 청에 따라 마침 그곳 명동학교의 교사직을 얻은것을 계기로 그집에 눌러있게 되는데 그뒤부터 동지의 안해에 대한 련모의 정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였다는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에 따를 경우 R은 지금까지 보아온것과는 사뭇 다른 리념활동가라 할수 있다. 한때 만주와 연해주를 오가며 “간도의 민중”을 부르짖으며 싸웠던 R이 오랜 수감생활로 심신이 나약해지고 출감후에 목도한 세태와 인심의 격변에 환멸을 느끼며 심지어는 수감중인 동지의 안해에 대한 련정때문에 번뇌한다는것은 혁명가의 엄청난 변질을 의미한다 하겠다.

이 작품에서 “간도의 민중”이라는 말이 다시 출현한다. 앞서 살펴본 《그 여자》에서 보이는 “간도농민”과는 같은 맥락이고, 이는 곧 주인공들의 계급리념과 직결되는 개념이라 할수 있겠다. 그러니까 로동자 농민, 민중을 부르짖던 혁명가 혹은 투사들의 의지 동요를 보여준것이 된다. 앞의 《동정》이나 《원고료 이백원》에서는 나약해지고 타락해가는 이념지향의지를 자성하며 편달하던데로부터 《번뇌》에 오면 이제 보다 심각해진 이들의 의지 동요와 환멸을 나타내고있는셈이다.

5. 어둠속에서의 몸부림

끊임없는 자성이나 자기편달을 시도한 작가에게 있어서도 1937년 일본이 중국 내륙을 침략한 이른바 “지나사변”으로 불리고있는 “7.7”사변을 전후하여 험악해진 현실은 감당할수 없는 암흑이였던것 같다. 《마약》, 《어둠》, 《검둥이》 등 작가의 말기작품의 표제만 보아도 느낄수 있는바 이들 작품에서는 그러한 암흑한 현실이 너무나도 절박한 상태로 표현된다.

《마약》에서 암담한 사회현실과 삶의 여건은 주인공들의 인간성 혹은 도덕성마저 상실하게 한다.

순사가 나타나자 보득아버지는 “나는 등록하였수!”한다. 아편쟁이로 등록하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순사는 계집을 죽인놈이라며 주먹으로 치고 발길로 찬다. 사실 남편은 아편을 흡입하기 위해 안해인 보득어머니를 중국인 진서방에게 팔았던것이다. 그런 사연을 알고서도 안해는 밤중에 진서방댁을 빠져나가 도망친다. 남편과 아이, 특히 보살필 사람이 없는 젖먹이 아이를 위해서다. 그러나 보득어머니는 도주 도중 머리를 다치며 결국 죽어버린다. “아가 아가……어쭉 일어나 봐……흥 제, 남편은 어찌될 줄 알고 이제 등록한 아편장이가 될지 어떨지…… 고요히 숨이 끊어지고 만다” 이것이 이 작품의 결구부분의 묘사인데 아편중독때문에 인간성을 상실한 남편과 죽으면서까지 그런 남편이나마 젖먹이 아이 보득이 못지 않게 걱정하는 보득어머니의 인간성이 대조적으로 그려진다. 의식의 흐름 기법에 가까운 심리묘사가 긴장감을 더해주어 작가의 성숙된 묘사력을 과시해준다. 순사에게 잡혀가면서 자식을 걱정하는 보득아버지의 심리묘사는 남편의 인간성 상실이 아편때문임을 보여준것이며 아편흡입 또한 열악한 사회환경때문임을 감안하면 이 작품에서도 강경애의 사회비판성은 여전히 강하게 비쳐지고있다 하겠다.

사회비판적의식뿐만도 아닌것 같다. 《어둠》과 《검둥이》에서는 지극히 암시적이나마 앞에서 논의한 《원고료 이백원》이나 《동정》, 《번뇌》 등 작품의 연장선상에 놓이는 작가의식을 표출하고있다.

먼저 《어둠》의 경우 “간도공산당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항일혁명운가의 가족의 고난과 과거 운동가의 전향”7)을 그렸다고 할 정도로 여전히 강경애의 이념지향성을 드러내고있다. 그러나 표현은 너무나 암시적으로 되여있어 그런 지향성을 쉽게 감지할수 없다. 다만 “오빠는 저러한 불쌍한 사람을 위하여 목숨까지 바친셈인가!” 라는 주인공이자 작중화자로 등장한 영실의 생각이나 “―우리는 없는놈이니까 같은 없는놈을 동정하여야 하고 보다도 이러한 생지옥을 벗어나기 위하여는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라는 영실 오빠의 말, 그리고 “가장 가난한 처지에서 헤매이는 김서방과 자기, 그래서 …역시 오빠의 죽음에 대하여도 누구보다도 리해가 깊은것을 깨달은것이다.” “기미년 토벌난에 아버지를 잃어, 또 오빠를 이 모양으로 잃어, 우리집안은 무슨 못된 운수인가” 등의 표현에서 짐작할수 있을뿐이다. 과거 운동가의 전향도 “십년전 의사가 이 병원에 갓 부임했을 때는 모든 일에 열과 피가 움직였다. 특히 빈한한 환자에게 한하여는 수술료같은것은 반감하였고 또는 사정만 하면 한푼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원장과도 말다툼이 잦았으며, 한때는 사직한다는 말까지 있어 시민들까지 우려하였던것이다.” “때는 흘렀다. 거기에 따라 인심도 흐른것인가, 십년전 의사와 오늘의 그는 딴사람인것처럼 변하여진것이다.” 라는 식으로 표현하고있다. 의사가 영실이와의 사랑관계를 끊고 다른 여성과 약혼을 했다든지, 그 의사가 투쟁하다 잡혀 사형당한 오빠에 대해 추호의 슬픔도 보이지 않는다든지 하는것도 그런 표현이 될것이다. 혁명가의 누이동생이 너무나도 큰 슬픔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슬픔을 외면하는 전향 운동가나 사회의 분위기때문에 미쳐버린다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또 한가지 상징적인 표현이 있다. 소설의 제목이 “어둠”이고 작품 마지막 문장이 “어둡다.”로 끝나고있는 점이다.

《검둥이》에서도 작가의식의 표현은 《어둠》에서와 거의 비슷하다. 량심을 꺾지 않는 K선생의 고민이 그려지고있는 이 작품에서 검둥이는 K선생이 강아지적부터 애지중지 키우던 개인데 최교장이 욕심을 내여 주어버렸다. 그런데 최교장네는 K선생네가 검둥이에게 먹이를 주었다고 하여 정을 떼지 않는다고 싫어하는 눈치를 보인다. 그래서 K선생은 수업중에 교실에 들어온 검둥이를 때리기까지 한다. 한편 신병때문에 끼니를 굶은 K선생은 휘청거리는 몸으로 최교장을 찾아가 강연을 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양심을 꺾을수가 없었기때문이었다.

작품이 미완의 상태로 발굴8)되었기때문에 더 이상의 이야기 진전은 보이지 않지만 학교를 건설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던가를 보여준 K선생의 추억으로 보던지 다음과 같은 지문의 표현들,

어두컴컴한 지하 속, 촛불이 노란빛을 퍼치고 있던 흙내 가득한 그 속에서 밤을 낮 삼아 일하다가 피곤에 지쳐 잠깐 눈을 감았다가 놀라 깨니
“어서 좀 쉬우.”

빙긋이 웃으며 저고리를 벗어 그의 어깨에 걸쳐주던 저. 벽에서 떨어진 얼굴의 흙보라를 조심히 씻어주던 어머니의 손처럼 따뜻하던 저 손!

목을 끌어매어 호흡조차 임의로 할 수 없는 듯한 이 현실에서 그나마 뜻을 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우리들이거니, 조그만 이해문제 때문에 이렇게 소홀이 할 것이랴!

요새 직원들의 눈치를 보나 일반의 여론을 들으나 교장보다 자기가 더 저게 주목을 받고 있음을 뻔히 안다. 그래서 학교로서 받는 타격이 적지 않게 있음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등을 감안해보면 우리는 최교장이 K선생더러 나가라고 한 강연은 민족을 배신하고 일제에 아부하는 내용이거나 계급적리념을 배반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비록 속단을 내릴수는 없지만 이런 흐름에 근거하여 판단할 때 여기서 량심이라고 한것은 민족의식이나 계급리념과 관련이 있을것으로 보인다. 1938년의 시점에서 “량심을 꺾는 일”이란 민족적 배신이나 계급적 배신을 의미할것이기때문이다.

이상 살펴본 네편의 작품에 흐르고있는 기본적인 분위기는 “어둠”이다. 《마약》의 경우는 어두운 사회환경과 그속에서 간신히 연명해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그려지고있고 《어둠》과 《검둥이》에서는 혁명과 투쟁의 좌절, 그리고 좌절뒤의 타락한 사회상을 보여주고있다. 특히 《어둠》에서의 의사나 《검둥이》에서의 최교장은 《번뇌》에서의 R에서 한걸음 더 타락한 전향자로 볼수가 있어 현실의 암담함을 보다 강하게 느끼게 한다.

6. 결 론

지금까지 우리는 강경애의 간도이주민 관련 소설을 4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채전》이나 《축구전》에서는 작가의 계급리념을 실천적으로 표현하고있고 《유무》에서도 암시적이기는 하지만 역시 그러한 실천적의지를 보여주고있다. 그리고 《소금》이나 《모자》에서는 그러한 리념을 주인공의 고달픈 운명을 통해 드러내고있다. 이어 《그 여자》, 《동정》, 《원고료 이백원》 등 작품에서는 안이에 빠지려는 운동가의 환멸의식을 꼬집으면서 자성과 자기편달을 시도하며 《마약》, 《어둠》, 《검둥이》 등에서는 현실의 암흑상을 적라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상당정도 작가의 상실감과 좌절을 표출하고있기도 하다. 그러니까 앞에서도 잠간 언급된바 있지만 저항적의지의 표현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이상 론의된 작품은 대체로 하강적 모습을 보이고있다. 즉 로골적인 계급리념 표현에서 점차 현실비판으로 바뀌다가 결국 짙은 상실감과 좌절의식을 드러내고있는것이다. 그러나 초기작품은 더 말할것도 없고 말기작품에 이르기까지도 강경애의 작가의식은 저항과 계급리념으로 일관하고있음을 우리는 이상의 론의를 통하여 확인할수가 있었다.

머리말에서 필자는 이민문학의 시각에서 강경애의 소설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에서 다루어진 작품들은 이주민의 생활에서 취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의 정체성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심을 보이지 않고있는듯이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강경애는 자기가 몸담고있는 간도땅을 혁명과 투쟁의 땅으로 인식하고있는것이다. 이점은 《간도를 등지면서, 간도야 잘 있거라》, 《간도의 봄-심금을 울린 문민의 이 봄》, 《두만강 예찬》 등 수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거니와 본고에서 다룬 다수의 소설에서 강경애는 투사와 투쟁을 지향한 이주민들의 형상을 부각하고있다. 계급적리념의 소유자인 강경애에게 있어 이주민의 정체성은 투사로서, 투쟁을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존재하였던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즉 안수길처럼 현실에 저항도 하고 더러 타협도 하면서 이주민의 생존을 꾀한것이 아니라 철저히 현실을 부정하고 지배자와 투쟁함으로써 정체성을 확보 유지할수 있다고 인식했다는 말이 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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蔡 壎, 日帝强占期 在滿韓國文學硏究, 깊은샘, 1990.
吳養鎬, 日帝强占期 滿洲朝鮮人文學硏究, 文藝出版社,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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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강경애 : 문학에서의 성과 계급, 건국대학교출판부, 1997.

래원: 인민넷 (편집: 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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