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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넷 조문판>>김학철>>《해란강아, 말하라!》

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29)

2016년 12월 27일 13:33【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五六 기지

「토벌대」장인 일군 대위 중대장은 까다로운 일을 제 부하에게는 시키려 하지 않았다。

「자위단이란 건 뭘 허는 거야?」노발대발한 그는 제 부하의 소대장에게 이렇게 고함치였다。「자위단을 시켜、자위단을 시켜서 찾아 오게 해!」

그래 박승화는 장총 아홉 자루、권총 한 자루와 그 밖에 칼、몽둥이 따위로 무장한 자기 본부의 병력 약 스무 명을 총동원하였다。

이 보다 앞서-

부락 군중을 산림 속에 안치는 하였으나 공급할 량식이 없는 영수들은、긴급 회의를 열고 그 대책을 연구하였다。

웃 골안에는 감추어 둔 량식이 있었으나 적이 점령하고 있고、여느 부락에서 빌자니 그 부락들도 죄다 자기네와 같은 곤경에 처하여 있고(두 개 대대의 병력으로 편성된「토벌대」는 여덟 로선으로 나뉘여 근방 부락부락을 일시에 습격하였기에)……묘책은 좀체 절박한 그들의 머리에 떠 올라 주지를 아니 하였다。

그래 생각다 생각다 못한 나머지 궁여의 일책으로 그들은、적에게서 급한 량식의 공급을 받아 보기로 결정하였다。

즉、그것은 야간의 어둠을 리용하여「이기고 자만하여 투구의 끈을 끄르고 자는」아랫 골안 적 포병의 야영 마구를 습격하여、제 발로 걸어 올 수 있는 량식-말(포탄 운반하는 군마)-을 끄을어 오자는 것이였다。

계교는 장검이가 내였으나、좋아하기는 박화춘이가 더 좋아하였다。

「일본 말 고길 구어 먹게 됐구나!」무릎을 치며 그는 금시 뛰여 일어나 춤이라도 출 것 같이 기분이 좋아서 날뛰였다。눈을 번득이며 배 고프고 추운 사람들을 크게 웃기였다。「소금꺼지 저레 구해 왔으문 더욱 그럴 듯 허겠는데、생각해 보니……」

「생각해 보니、뭐?」왕남산이가 의문을 가지였다。

「생각해 보니-술두 없구나!」

「술? 마앙헐、이 급헌 통에 또 술꺼지?」

「웁후、우후후!」

「히히、킬킬킬!」

「왜들? 웃기는! 이건 정말 떠들지 말아!」

「아니、왜눔 장관이 박 서방 줄라구 한 되 짜리 정종(일본 청주)을 두 병、내 놓구 기다린대!」

「먹으려 갔다가 멕히우지나 말아!」

「난 말 혓바닥을 한 번 먹어 볼래。」

「족두 맛 있다던데?」

「벌서 침들을 흘리는구나。」

「예끼、이!」

촌분을 다투는 경우인지라 아무도「아니!」소리는 하지 못하였길래、계획은 곧 실천으로 옮겨 지였다。

장총 석 자루、권총 한 자루와 돼지 잡는 칼、새파랗게 간 낫、각 한 자루의 병력을 가지고 장검이는、어둡기를 기다리여 길에 올랐다。맨 앞을 권총 찬 장검이가 걸었다。화춘이 박 서방은 장총을 메고 맨 뒤에서 따라 갔다。

어두운、그러나 눈빛에 훠언한 산 길을 에둘루고 또 에둘러 여섯 사람은、자정 전후하여 아랫 마을「자위단」「단」실 뒤에까지 접근하였다。

일병들은 공개적으로 략탈해 온、혹은 징발의 명의로 빼앗아 온 닭 십여 마리를 삶아서 안주를 하고、술을 마시였다。어한의 목적도 있었지만 더는 기분이 좋기 위한 것이였다。

그래 다들 골아 떨어져 내 다리를 네 허리에 언고、네 팔을 내 목에 걸치고 드르렁 거리며 코들을 골았다。웃 골안에 보병의 전초를 둔 생각만 하고 그들은 마음 놓고 깊은 잠을 잤다。「그까짓、촌놈의 빨갱이들이、감히?」하고 대방을 얕잡아 본 것도 물론 있었다。

포신에 방수포를 씨운 포가 옆에 보초가 하나 서 있었다。그 자는 군대 외투를 입고 날창 꽂은 총을 팔장 지르고 옆구리에 끼고、방한화 신은 발로 언 땅을 쉴 사이 없이 구르고 있었다。한밤중이라 그래도 발이 시린 모양이였다。

바람 받이인 서 쪽과 북 쪽 두 면에다 수숫댕이와 풋나무단을 가린 야영 마구는、어둠 속에서 무슨 시꺼먼 마물이 쭈크리고 앉아 있는 것만 같아 보였다。

그 마구 곁에도 역시 보초가 하나 서 있었다。해도 그 자는 마구가 바람을 막아 주어 춥기가 덜 한지 발은 구르지 않고、한 오십 년 된 과종의 추 모양으로 느럭느럭、그러면서도 규칙적으로 뚜걱 뚜걱 거닐고만 있었다。

하지만서도 그 자는 꾀가 나서 바람 받이인 서 쪽과 북 쪽 면을 돌려 하지 않고、남 쪽과 동 쪽 면 만을 기역 자로 꺾어서 왔다 갔다 하였다。
장검이들은 살살 기여서 풋나무단 뒤에 가 엎드리였다。

이와 동시에 박화춘이는 단신 장탄한 총을 안고 포 진지로 접근하였다。그는 보초의 위치와 거리가 가장 가까운 버드나무 뒤에 가 은신하였다。
마구 안에서 령민한 말들이 자기의 오관으로 심상ㅎ지 않은 그 무엇을 감각하고、불안하여 앞 발의 편자로 드윽드윽 땅바닥을 긁으며 콧바람을 불었다。현저히 동요하였다。

그 뜻을 짐작하지 못하는、술이 얼근직 하여 모든 것이 귀찮아 그런데 주의를 돌리려 하지 않는 보초는、꿍얼꿍얼 입 속으로 욕질하며 여전히 기계적으로 일정한 자기의 기역 자 로선 만을 왔다 갔다 하였다。-줄에 매인 길 들지 않은 개가 줄이 모자랄 때 바로 이렇게 한다。

장검이는 뒤로 손을 내 밀어 손짓으로 낫을 달래서 받아 쥐였다。그리고는 보초가 거기까지 왔다가 되돌아 서고 되돌아 서고 하는 모퉁이까지 저 혼자서 기여 갔다。

보초가 왔다 되돌아 가는 것을 장검이는 한 번 그냥 놓아 보내였다。

그 자가 두 번째 왔다가 또 돌아 설 때、그는 살짝 한 걸음 내여 드디였다。바로 보초의 등 뒤에 서서 장검이는、새파란 낫날을 그 자의 목에다 번개 같이 날쌘 동작으로 가져다 걸었다。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 하여、그것을-새파랗게 간 낫을-잡아 채였다。

아닌 밤중에 끊어지는줄도 모르고 목줄띠가 끊어진 보초는 끽 소리도 짹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나가 너머지였다。

소리가 날까바 장검이는 살짝 그 너머지는 일병을 뒤에서 안았다。그래 가지고는 천천히 땅 바닥에 눕히였다。

끊어진 기관으로 피와 공기를 한꺼번에 내여 보내느라고 채 절명하지 않은 일병은、「꾸룩 시익! 꾸루룩 피익!」소리를 내며 사지를 푸들푸들 떨었다。

장검이는 얼른 그 자의 총을 집어서 뒤읫 사람에게-낫 임자에게-넘겨 주었다。그리고는 서넛이 달려 들어 죽어 넘어진 자의 군복을 벗기였다。
피 묻은 낫과 피 안 묻은 칼로 그 군복을 갈기갈기 찢어서 말 발굽 쌀 것을 만들었다。

이 때、화춘이는 버드나무 뒤에 홀로 숨어서 쉴 사이 없이 발을 구르는 보초의 거동을 희미한 눈 빛에 감시하고 있었다。

장검이들은 군복 찢은 것으로 굽을 싼 군마 네 필을 소리 안 나게 마구에서 끌어 내는데 성공하였다。

일이 된 것을 짐작하고 간이 커진 화춘이는 대담하게 뛰여 나와、제딴에는 소리를 내지 않겠노라고 총 대를 꺼꾸로 들고 눈 묻은 총탁으로 힘껏、놀라서 저항하려는 일병의 방한모 쓴 대가리를 후려때리였다。

그 순간에 요란한 총성이 일며 밤의 정적을 쩍 짜개 놓았다。

그것은 화춘이 자신의 총이 탄환을 발사하는 소리였다。그는 자기 총의 열었던 안전장치를 깜박 잊고 닫지 않았던 것이다。그래 힘껏 내려 치는 통에 그 충격 때문에、혹은 그렇잖으면 옷소매나 무엇이 방아쇠에 가 닿아서?-생각지도 않은 발포를 하게 된 것이였다。

그 바람에 누구 보다도-총탁으로 뒷통수를 맞고 쓰러진 보초 보다도、말을 끌고 내빼려던 장검이들 보다도、술 취해 세상 모르고 코를 골던 일병들 보다도-제일 몹시 놀란 것은 박 서방 자신이였다。

너무도 놀라서 거의 혼비백산의 지경에 이른 그는、그만 쓰러진 보초의 총을 빼앗기는 커녕 자기 손읫 총 마저 떨궈버리고、제 정신 없이 도망을 치였다。

한데 공교롭게도 일이 안 될 때라선지 박 서방의 실화로 인하여 날아간 철안은、거기서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적위대에게 끄을려 가던 한 군마의 배를 뚫고 나아 갔다。

그 말은 나가쓰러지며 옆읫 말을 몹시 놀래 주었다。

래원: 인민넷-조문판 (편집: 김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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