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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넷 조문판>>김학철>>《해란강아, 말하라!》

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27)

2016년 12월 23일 13:49【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五二 함정

김달삼이의 댁내는 어린 아이 둘-민성이와 젖먹이-을 데리고 추석에 친정에를 다니려 갔다。

친정 아버지 대상 후、한 번도 가 보지 못하였기에(살림이 그리 단출하지 않은 집 시어머니 없는 젊은 주부가 나들이를 간다는 것은 좀체 쉬운 일이 아니였다)그로서는 마음을 크게 먹고 떠난 걸음이였다。

가고 오고 이틀 잡고、가서 사흘 묵을 셈 치고 닷샛 만엔 돌아 오겠노라 하고 떠났다。

그의 친정은 국자가 웃 개방지 장마당 모캥이에 있었다。행석이 유사가 단골로 다니는 한약국 바로 그 뒷 집이였다。그가 삼십 리나 떨어진 이 산골 동네로 시집을 오게 된 것은 그 약국집 안주인이 중간에서 다리 놓는 역할을 논 때문이였다。

한데 달삼이의 댁내가 떠나 가고 나서 닷새 되는 날 낮밥 때、행석이 김 유사의 집 마당 안에 들어 선 것은、그 집 며누리 아닌 젊은 총각이였다。도시 학생 차림의 그것은 달삼이의 작은 처남이였다。

「어떻게 혼자서 오나?」이상히 녀기며、옷고름을 매며、마주 나오며 달삼이가 물었다。

「누의가 탈이 났어요。」피로한 총각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듯이 대답하였다。

「탈? 건、갑자기 또 무슨?」

「엊저녁부터 아랫 배가 아프다구 뺑뺑 돌멘서……」

「맹장인가?! 의원은 뵈였어?」

「앞 집 아방이가……」

「신의를 봬야지!」

「그래 오늘 아침 신의를 데려다 뵈였더니……」

「뭐래?」

「역시 맹장이래요。뭐、급성이라나요?」

「그래서?」

「지금 병원에……」

「수술을 해야지! 늦으문 못 살아!」

「했을 꺼야요。난 준비를 허는 것만 보구、부랴부랴 떠나 왔으니까요。」

「으음、공연히 쓸데 없이 가가지군!」

「허지만 어차피 날 병이문 차라리 나온 게 다행이였지요。」

「그래 어머닌……?」

「로인이 뭘 알아야지요? 거저 매부 들어 오실 때만 기다리구 있지요。」

「흐음、거、참!」

「어서 저를 따라 들어 가십시다。」

「아이들은 어찌 됐어?」

「앞 집 아망이가 다 맡아 주셨기에 그래두……」

「란리루군!」

「글지 말구、곧 들어 가십시다。기왕 돼진 일을 이제 역정이나 내문 무슨 소용 있나요?」

골을 내며내며 달삼이는 옷을 갈아 입고、아버지에게서 구김살 하나 없이 방정히 펴서 자리 밑에 깔아 두었던 일 원 짜리 지전 몇 장을 타 가지고、처남아이를 따라 점심도 먹는둥 마는둥 길에 올랐다。

달삼이는 유명한 애처가였다。

해가 한공중에서 약간 서 쪽으로 기울어지려 할 때 벌서、두 사람은 국자가 거리에 들어 섰다。어지간히 서둘러 근 삼십 리 길을 그들은 단숨에 내뽑은 것이였다。

「어둘루 가는가?」

처남이 급한 환자가 있는 병원으로는 꼳꼳이 가려 하지 않고、먼저 저의 집 쪽으로 방향을 잡는데 불만한 달삼이가 따지 듯이 이렇게 물었다。

「집에 좀 들렸다 가십시다。」처남이 고집스럽게 그 방향으로 계속 걸음을 옮기며 대답하였다。

「이 사람? 환자가 급헌데 집엔 또 뭐허려!」

「아니、꼭 좀 들려얄 일이 있어요。」

기분이 몹시 좋지 못하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길바닥에서 싸울 수도 없는 거고 하여 달삼이는、시무룩하여 잠자코 처남의 뒤를 따랐다。

저의 집 손 바닥만한 뜰악에 들어 서며 달삼이의 처남은 안에다 대고 이렇게 소리치였다。

「매부、왔어요!」

그러자 방문을 열고 뜻 밖에도 병원에 누어 있어야 할 달삼이의 안해가(멀쩡한 안해가)변명하는 표정으로、미안한 듯이 남편을 맞아 들이였다。

「이건 무슨 도깨비판국이야!」화가 치민 달삼이는 신도 벗지 않고 토마루에 버찌르고 서서 더럭 고함을 질렀다。

「김 교장、역정 내지 말구 들어 가십시다。죄는-나헌테 있으니、사죄를랑-들어 가 내가 허지!」

별안간 등 뒤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여 왔다。

「응?」-뒤를 돌아 보고 달삼이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는、이제 막 자기가 들어 온 대문을 막고 서서 박승화가 웃고 있었다。그리고 그 자의 또 뒤에는 비록 검정 제복은 입지 않았으나 누구나 한 번 보면 그것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그런 낯선 사나이가 둘、양복 옆주머니에 각각 의미 있음직하게 바른 손을 넣고、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아!」낮게 달삼이의 입술 사이로 이런 소리가 새여 나왔다。

「놀랄 것、김 교장、없습니다。-들어 가십시다。」다가 와 떠밀다 싶이 하며 박승화가 재촉하였다。

들어 갔다。앉았다。두 무기 가진 사복은 밖에 서 있었다。잠시 묵묵하였다。안팎이 다 종용하였다。아이들은 외할머니가 안고 데리고 어디 나가버린 모양으로-보이지 않았다。

얼마얼마 만에、련거퍼 피워 문 두 댓째 권연을 재떨이에 눌러 끄고 나서 박승화가、달삼이의 처음 흥분이 약간 가라 앉는 기미를 보고、천천히 입을 열었다。
「놀랐을 줄은 김 교장、나두 아외다。허지만 이렇거는 것 바껜 딴 도리가 없기에、우리가 서루 대면헐 기회가 없기에 생각다 못해 꾸며낸 게 이런 계책이니、나삐 생각은 마시우。기실 아주머니랑 저 학생에게랑은 죄가 없외다。허니 화풀일 정 해야시겠다문 검、나헌테 허시우。내 다 달게 받으리라。」하고는 얼마 동안 하회를 기다리기나 하는 듯이 말을 끊고、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가 다시、「그리구 내가 이제 얘기허려는 건、건 정말 내 진정이니、조금두 의심 말구 들어 주시우。김 교장을 난 오늘 여적 내 적으루 생각해 본적이 없외다。이건 뭐 구구허게 내가 나서서 설명허잖는다드래두 다 교장 자신이 짐작허는바 있을 거니까、구태여……」여기서 그는 눈을 들어 달삼이 댁과 그 동생을 바라 보았다。그리고는、「잠깐만 자리를 피해 줄 수 없을까요?」

이 보다 앞서 박승화는、달삼이의 처가 친정에 나들이 갔다는 정보를 받아 쥐자、곧 그 뒤를 따라 국자가에를 들어 와、강 부장을 만났다。

그리고는 제복 입은 경관을 보내여 령사관 경찰서로 그 녀자를 호출하였다。
그래 가지고 박 가와 강 가는 무서워 벌벌 떠는、세상 경험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그 녀자를 번차례로 드나들며 울골질하고 달래고、별의 별 훌룽대를 다 놓아 가지고 종내는 자기네 수요에 알맞도록 구어삶아 놓고야 말았다。

「토벌 바람에 근본 목숨을 부지헐 수두 없겠거니와、또 설사 살아 남는다손 치더래두 공산을 허자구 그 자들이 달려 들어서는 집을 내라 땅을 내라、그 뿐인가? 녀편네를 내라、뭘 내라-헐테니까、어차피 살진 못허게 되는 거요。

「그렇다문 뭣허려 당신네 처럼 땅이 자라구、세간이 넉넉헌 집에서 그 눔들을 따라 다니며 그 몹쓸 고생을 가치 해야 헌단 말이오? 그래 김 교장이나 유사 어른이 그만헌 학식과 명망을 가지구 있으멘서、어디 가문 우대를 못 받을까바 그래 그 따위 눔들 편을 든단 말이오? 안 그렇소、아주머니?

래원: 인민넷-조문판 (편집: 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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