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13)
2016년 12월 05일 15:29【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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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잡는 사람이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신기한 것 구경에 빠지지 않을 욕심에 아이들은 와르르 몰려서 먼지를 일구며 앞을 다투어 아랫 마을을 향하여 뛰여 내려 갔다。
「조런 여위 겉은 새끼!」자기의 영업 대상을 죄다 몰아 가지고 내빼는 성길이를 뒤에서 욕질하며 새 잡는 사람은 잠시、발길을 어디로 돌릴까 망서리였다。
한 시간 후、새를 잡으리 만큼 잡은 즉、속셈으로는 제 볼 일을 어지간히 다 본 그 사람은、일본인 상관에게 보고할 재료를 머릿 속으로 정리하며、정분 난 색주가가 고운 손으로 따라 줄 마사무네(일본 청주)맛을 미리 혀끝으로 맛을 보며、아랫 마을을 향하여 길을 서둘었다。
길이 꼬부라진 데를 막 돌아 섰을 때 별안간、울음 소리와 함께 구을러난 공 처럼 어린 아이 하나가 뛰여 달아 올라 왔다。그 사람은 그것이 아까、동네 아이들을 몽땅 몰아 간 괘씸한 놈인 것을 알아 보았다。
「고눔 새낄、놓지지 말구、좀 잡아 주우우!」방치 같은 것을 휘둘으며 어린 아이의 뒤를 따라 오며、젊은 사람 하나이 이 쪽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새 잡는 사람으로 가장한 정탐은 순간에 이렇게 판단 내리였다。
「아하、요놈의 자식이 필시 뭘 도둑질 허거나 헌 모양이구나!」
그래 보복할 생각이 나서 얼른 팔을 벌리여 길을 막으며 호통하였다。
「요 눔! 어디루?」
「아구구、사람 살리우우!」고함 지르며 성길이는 그 사람의 사타구니 사이로 빠져 나가려 하였다。
「어딜!」몸부림치는 아이의 덜미를 한 손으로(한 손에는 새채가 들려 있으니까)꽉 잡아 누르고、정탐이 욕질 하였다。「그렇게 문문히? 요 도둑 괭이!」
「거、잘했소오! 놓지지 말구、꼭 붓들구 있어 주우!」달려 오며 방치 든 사람이 당부하였다。
그 바람에 겁을 집어 먹은 아이가 최후 발악적으로 제 덜미를 잡은 사람의 다리를 꽉 물었다。
「아가!」소리 지르며、얼굴을 찡그리며 정탐은、새채를 내동댕이 치고 두 손으로 아이의 목을 내려 눌렀다。그리고 물린 다리를 데꺽 쳐들었다。
그것을 보고 방치 든 젊은이가 달려 오며 낯 선 사람을 칭찬하였다。격려하였다。
「옳소! 그렇게!」
다음 순간 성길이는、힘껏 내려 치는 방치가 사람의 두개골을 으스러떠리는 소리와「아긁!」하는 짧은 비명이、바로 제 머리 위에서 동시에 나는 것을 들었다。
이어서 육중한 어른의 몸뚱이가 세워 놓았던 좁쌀 마대 처럼 천천히 제 위에 기울어지는 것을 감각하였다。그 사람의 허리에 찬 그물 망태 속에서는 놀라난 새 새끼들이 짹짹거리며 팔딱거리며 야단 법석을 하였다。
「어드레、성길이、놀라잖았어?」피 묻은 방치를 집어내 던지고、저 혼자도 곧 잘 일어나는 아이를 부축이여 주며、얼굴이 해쓱 하여진、숨결이 높은 장검이가 물었다。
그리고는 죽어 나자빠진 정탐의 허리춤에서 그리 힘 들이지 않고도 떼여 낼 수 있는 권총을、마치 흥클어진 실꾸러미를 만지적거리 듯이 오래오래 걸려서 떼여 내였다。
그의 눈에 보이게 떨리는 손을 내려다 보고 섰는 성길이도、그것이 감염이 되였는가 어째 무릎이 자꾸만 겉잡을 수 없이 와들와들 떨리였다。
정탐이 내려 오는 것을 장검이들에게 신호하여 줄 목적으로 낭지겁 위에 숨어 있던 달삼이가、거기서 몸을 일으키며 가다듬었던 숨을 길게 내여 쉬며 무릎에서 흙을 털어 내였다。그리고 내려다 보고 장검이에게 물었다。
「빨리 치워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