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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전]민족은 문화의 구분

남영전

2015년 09월 14일 09:07【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들어가는 말

인류의 인적교류가 날로 빈번해져 지구촌이라고 불리우는 현시대, 어느 민족이나를 물론하고 "민족문화 전승과 발전"이란 화제는 특별히 중요한 의의를 띠고있는 과제이다.이 과제가 중요하다는것은 어느 하나의 민족이 소실되느냐 아니면 발전하느냐에 관계되는 심각한 문제이기때문이다.

지금 많은 문화학자들은 민족문화의 소실, 특히 급속히 소실되는 민족언어를 두고 안타까움을 나타내고있다. 응당히 다채로와야 할 세계가 동화의 길, 천일색의 길로 나가고있다고.

필자는 토템시를 쓰기 위해 토템문화공부를 하면서 인류학, 민족학에도 흥취를 가지게 되였다. 민족문화의 전승과 발전을 담론한다면 우리는 우선 무엇이 민족이고 무엇이 민족문화이며 무엇이 민족이 살아남는 길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관해 나름대로의 일가견을 펼치므로 여러 학자들의 조언을 기대한다.

민족이란 개념이 언제부터 있게 되였는가?

중국의 경우를 보면 1840년, 아편전쟁이전에는 《민족》개념이란 말이 없었다. 지금 말하는 민족성원을 칭할 때 어느 《인》이라고 하였다. 중국의 《25사(二十五史)》로부터 《청사고(淸史稿)》에 이르기까지 줄곧 숙신인(肅愼人), 녀진인(女眞人), 고구려인(高句麗人), 몽고인(蒙古人), 한인(漢人)으로 칭했고 몽고인은 한인(漢人)을 색목인(色目人)이라고 불렀다.

1840년 아편전쟁이후 구라파학자들의 민족과 종족혈통론 즉 "구라파문화중심론"이 중국에 전파되면서 "민족"이란 개념을 접하게 되였다. "인"을 "민족"으로 칭하게 된것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한 후였다. 중국의 56개 민족, 지금은 이미 습관화된 호칭이다.

민족은 인류사회발전의 산생물이다

인류학, 고고학의 발견과 연구에 의하면 현존하는 인류의 조상들은 아프리카에서 나왔다는것이 거의 일치한 결론이다. 6만년전의 몇몇 안되는 조상설, 1만년전 빙하시기에 용케도 살아남은 조상설. 어쨌든 고고학과 현대 DNA의 연구는 인류의 공동조상설을 뒤받침해주고있다.

인류는 다른 동물보다 지혜로운 고급동물이다. 악렬한 자연환경속에서도 살아남았고 번식이 빨랐으며 또한 살길을 찾아 무리를 지어 세계 각지로 이동을 하였다. 한반도에 사람의 발길이 닿은 시기는 2만5000년전이라고 한국 건국대 신복용교수는 말한다.

여러 곳에서 한 지역에 모인 각 씨족, 부족 사람들은 장기간 력사의 흐름속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의식주행어(衣食住行語)의 공동문화가 만들어진다. 이 공동문화의 탄생은 곧 이 지역의 한개 민족의 탄생을 의미한다.

《성씨의 고향》(한국 중앙일보사, 1989년 2월 28일), 《한국성씨보감》(한국민족문화진흥회, 1992년 9월 15일)을 보면 우리 민족은 248개의 성씨로 구성되였다.

민족구성을 이야기할 때 한국의 신복용교수는 "유전자를 따져보면 적어도 35개 이상의 혈통으로 이뤄져있다"고 하였다. 신복용교수의 글 "한국인은 단일민족이 아니다"는 2001년 5월 8일 《료녕조선문보》에 발표되였다. 작자가 이 글을 쓴 시기는 아마 더 이전이라고 사료된다. 지금에 와서 우리 민족은 248개 성씨의 혈통으로 구성되였다는것이 더 과학적이라고 생각된다.

11년전인 2004년 8월, 필자는 중국 《문예보》에 "토템문화가 현대인류에 주는 중요한 계시"란 글을 발표하여 "민족은 혈통으로 구분되는것이 아니라 문화로 구분된다"는 관점을 피력하였다.

실상 우리가 평소에 말하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것은 생물학의의에서의 피가 아니라 문화의 피인것이다. 문화의 피가 민족성원들의 의식속에 튼튼히 자리를 잡고있기에 흔히들 생물의 피로 착각하고있는것이다.

민족문화는 민족의 령혼

문화는 인류가 사회력사발전과정에서 창조한 물질재부와 정신재부의 총화를 가리킨다.

여기에서 말하는 물질재부와 정신재부의 창조란 무엇인가? 그것은 곧 의식주행어에 대한 창조인것이다. 인간이 살자면 옷을 입어야 하고 음식을 먹어야 하고 집이 있어야 하며 행위방식이 있어야 하고 대화로 서로 소통을 해야 한다. 의식주행어에 대한 창조는 인간의 필수적인 창조인것이다.

한 지역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부동한 씨족들은 공동한 의식주행어를 창조한다. 이렇게 창조된 물질재부와 정신재부가 곧 그 민족의 문화인것이다.

각 지역마다 인간의 생존환경이 다르기에 각 지역에 사는 인간들이 창조한 의식주행어가 같을수 없다. 의식주행어문화가 다르기에 민족이 다르다. 그래서 민족은 문화로 구분되고 민족문화는 그 민족의 표지와 상징으로 된다.

성숙한 민족일수록 의식주행어문화의 완벽함과 우월성을 나타낸다. 이를테면 어떤 민족은 의식주행어에 나름대로의 문화를 가지고있고 언어도 있지만 문자가 없다. 유감이 아닐수 없다.

한개 민족은 그들이 공동히 창조한 문화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 민족의 성원은 어릴 때부터 그 민족의 문화에 물젖고 락인이 찍힌다. 그래서 다른 민족성원들과는 선명한 차이를 보인다.

령혼이란 인간의 행동에 통수(統帥)와 지배작용을 하는 요소를 말한다.

민족성원들의 행동에 통수와 지배작용을 하는 요소는 곧 그 민족의 문화인것이다. 때문에 민족문화는 민족의 령혼인것이다.민족문화가 그 민족성원들의 령혼이라는것은 우리가 그 민족성원들의 일상에서 볼수 있다.

우리 민족의 이주민들은 본민족 지역이 아닌 타민족지역에 가서 모여 살아도 민족복장을 입었고 민족음식을 먹었으며 민족특색의 가옥을 지었고 민족풍속을 지켰으며 민족언어를 사용하였다. 심지어 그들이 살던 고장의 이름까지 가지고 와서 산다. 그래서 민족의 이동은 실상 민족문화의 이동인것이다.

한사람이 타민족지역에 가서 며칠동안이라도 김치와 고추장, 된장을 못먹게 되면 그것이 생각나서 못견딘다. 3세때 맛들인 음식맛 평생을 가도 바뀌지 않는다.

지구촌인 현시대, 민족성원들은 어디를 가도 자기 민족의 특색을 가지고 다닌다. 이것은 곧 민족성원들의 령혼에는 민족문화가 자리를 잡고있기때문이다.

민족문화의 소실은 민족의 소실

한 부류의 사람들을 한개 민족이라고 칭하는것은 그 부류가 자신이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있기때문이다. 만약 그 부류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고유한 민족문화특색을 잃어버린다면 그 민족은 곧 타민족에게 동화된다는것을 의미한다. 이러면 그 민족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것이다.

경제의 글로벌, 문화의 다원화라고 하는 현시대, 각 민족문화의 충돌과 융합, 선양과 소실은 매일매일 진행중이다.

이러한 와중에 민족문화가 전승발전하느냐, 아니면 점차 소실되느냐를 점검하는 자대는 역시 그 민족의 상징인 의식주행어문화의 현황이다.

현하 조선민족의 상황은 어떠한가?

민족집거지역을 보면 민족을 구분하는 의식주행어 다섯가지 문화요소에 이미 많은 외래문화요소가 자리를 잡고있다. 거리에서 본민족의 복장이 보기 드물고, 빵, 햄버거, 피자 등 외래음식이 선호되며 주택과 건축의 양식은 서양식이고 민족의 습관과 풍속이 점차 색바래지고있다.

잡거지구는 이러한 동화의 속도가 더 빠르다. 민족구별 다섯개 요소중, 행과 어는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다. 그런데 잡거지구에는 행에 속하는 전통적인 민족습관과 풍속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민족의 말과 글을 모르는 신세대들이 나날이 늘고있다.

필자는 1989년에 미국과 카나다를 방문했을 때, 그곳의 한인작가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적이 있다. 미주에서 태여난 한국인 3세는 본민족의 문화를 거의 다 상실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들은 자신을 코리아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민 3세가 이럴진대 4세, 5세로 내려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민족문화를 전승하고 발전시키려면 정부의 역할, 정책의 지지, 지식인들의 선도작용, 민족성원들의 각성 등 합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 민족교육, 민족문학, 민족예술은 민족의 정신재부를 대표하기에 응당 중시를 받아야 한다.

나오는 말

민족은 극히 복잡한 인류사회현상이다. 때문에 민족과 민족문화를 론의한다는것은 하나의 난제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3000여개의 민족이 존재하지만 지금까지도 민족개념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그래서 모든 학자들이 다 심복하는 정의는 아직도 없는것이다.

중국은 1950년부터 1979년까지 마지막 한개 민족의 신분이 확정될 때까지 줄곧 30년동안 민족식별작업을 해왔었다. 전문가들은 쓰딸린의 민족개념에 대한 《공동한 언어, 공동한 지역, 공동한 경제생활, 공동한 심리소질》 등 네가지 기준을 가지고 중국의 여러 소수민족을 식별하는데는 애로가 많았다. 그래서 중국의 실정에 맞는 더 구체적인 식별기준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고 민족학학자가 아닌 한 시인이 민족의 개념을 의식주행어의 문화공동체로 보고있다. 그래서 민족을 문화의 개념이라고 하고 민족은 문화로 구분된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민족의 성원으로 민족을 사랑하고 관심하기에 나름대로의 견해를 가지고있고 민족이 소실되지 않으려면 민족문화를 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있다.

래원: 길림신문 (편집: 김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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