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께 드리는 편지--단동시조선족소학교 지경
2014년 04월 24일 15:07【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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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안녕하세요? 아빠가 계시는 그곳은 춥지 않으신가요? 여기 길가은행나무에는 옴지락 옴지락 파란움이 싹트이기 시작하네요. 그윽한 봄향기 짙어가는 계절 자연히 아빠얼굴이 더욱 그리워 지는군요.
아빠 덕분에 저는 단동지구조선족 어린이들의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고 즐겁게 한국문화체험을 다녀왔어요. 깨끗하고 정결한 서울대학 환경, 방학인데도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언니 오빠들, 더우기 많고많은 도서들은 저의 마음을 확 끌었어요. 아빠도 아시다싶이 전 꿈이 많았지요. 정의를 지키는 변호사,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타선생님, 패션디자이너…그러나 아빠를 보내는날, 다른 한 확고한 꿈이 나의 마음에 자리잡게 되였어요.. 그것은 바로 장래 의사로 되는것이였어요.
지난날 우리 가족은 비록 자그마한 귀틀집에서 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저녁이면 밥상놓고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며 세상에 부러운것없이 행복하게 살았지요. 그런데 이런 우리 가족에 “암”이라는 무서운 질병손님이 느닷없이 찾아오면서 나를 그토록 사랑하시던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게 된거였어요…설상가상으로 할아버지를 정성껏 시중들며 수고하시던 아빠마저 어느날인가 피를 토하시며 쓰러지셨어요. 간경화라는 무서운 벼락이 아빠몸에 덮친거였어요. 정말로 하늘이 무너지는듯싶었어요. 나는 의사선생님께 무릎을 꿇고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어요. 저는 100점 맞은 시험지를 아빠께 보이면 아빠의 그 몹쓸병이 뚝 떨이질거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했어요. 하지만 아빠, 아빠는 대상을 받은 저의 상장을 보시지 못한채, 학급1등을 한 저의 성적을 보시지도 못한채 끝내는 영원히 우리곁을 떠나시고 말았어요. 그렇게도 총망히 말이예요…행복했던 우리 가족은 이렇게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지요. (병마가 우리 행복을 빼앗아 갔어, 난 꼭 의사가 될거야, 의사가 되여 불치병으로 고생하시는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어 그들의 가정이 오래도록 행복하길, 그리고 불쌍한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게 할거야…) 아빠가 떠나는 날 나는 저도 모르게 굳은 결심을 내린거였어요. 아빠 저는 장차 서울대학에 가서 의학을 배울거예요. 나는 전번 한국려행에서 서울대학미래졸업장을 받고 왔어요. 꿈이 티끌만치 작더라도 그걸 소중하게 간직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아빠가 말씀하셨죠. 전 알아요, 애벌레가 털뭉치에 쌓여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것 같아보이지만 기실 나비로 되기까지는 쉼없는 변화가 있었다는걸. 다만 참고 견디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거지요. 아빠, 전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거예요
아빠, 아빠는 홀로 하늘나라로 가신 할아버지가 걱정되셔서 먼저 가신거죠. 그럼 아빠는 하늘나라에서 할아버지를 잘 보살피고 저는 여기서 할머니, 어머니를 잘 모시면서 저의 꿈 실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게요! 잘 지켜봐주세요.
이 시각 아빠가 너무도 그리워지네요, 눈물이 앞을 가려 뭐라 더 말할수 없는 이 마음, 생전에 아빠보고 해보지 못했던 말, 오늘 이 보배딸이 늦게나마라도 한마디 해봅니다! 아빠, 사랑해요! 무지무지 사랑해요!
아빠, 하늘 나라에서 부디부디 잘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