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8)
2016년 11월 28일 14:14【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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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로인은 도끼를 들고 돌아 다니며 죽은 개의 주둥이를 발로 밟아 열고는 잇발이란 잇발을 다 까 부러떠리였다。이상히 생각한 장검이가 닥아 가 붓들고 물어 보니까、그 로인은 제 할 일만 하며 눈도 거들떠 보지 않고 이렇게 대답하였다。
「우리 학생을 이 개새끼들이 물어 죽였다우。그래 내가 지금、그 원쑬 갚느라구 그러우……엉、키얏! 오、여기 한 대 또 남았구나! 엉、키얏!」
이 날 밤、대오는 대평 부락에서 숙영하였다。인수가 하도 엄청 나게 많아서 태반은 로숙하였다。그래도 저녁은 한 때 잘들 먹었다。호 가네 스무 마리의 개를 다 삶아 개장을 끓이여 나눠 먹은 것이다。
우리 솥에단 개는 못 삶는다고 애걸하며 붓드는 호 가의 녀편네들을 뿌리치고、지꿎은 그들은 부덕부덕 그 집 솥에다 그것을 안지였다。호 가와 호 가의 일족이 질색하는 개 비린내를 피워서 골탕을 먹이자는 심산에서였다。자기의 생활 습관을 무시 당하는 고통을 너희도 좀 맛 보라는 생각에서였다。
장검이는 이날、늘상 머릿 속에 떠 오르던 단편들을 종합하여 이러한 자기류의 체계를 하나 세웠다。그것은 그 자신에게 있어서는 아주 새로운、경이할 신발견인것 같았으나、사실은 극히 평범한 진리였다。
그는「아하하、이거댔구나!」하고 감탄을 금치 못 하였다。그는 어떠한 대문이건、파수병이 서 있는 대문이건、몇 십 마리의 맹견이 지키는 대문이건、쇠 판대기를 댄 대문이건、빗장을 세 개 네 개 지른 대문이건 할것 없이 다 열고 들어 갈 수 있는、마술사의 열쇠가 자기 손에 쥐여 있었음을 여적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군중의 압력-오직 이것 만이 아무리 굳이 닫긴 문도、어떠한 류형의 문도 다 열고 들어 갈 수 있는、유일무이한 열쇠다! ……이렇게 자각한 그는 그제야 비로소 자기와 자기의 겨레들이 위대한 힘을 가진 거인인 것을 알았다。그리고 새삼스러이 그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밤에 우둥 불 옆에서 자기 전에 장검이는、자기의 느낀 바를 곁에 앉아서 우줄우줄 춤을 추는 불 빛에 무슨 조고마한、표지가 다 떨어진 책을 꺼내여 들고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장극민에게 말하고、그 해답을 구하였다。
그 사람은 자기의 시꺼먼 쌍가풀 진 커단 눈 속에다 웃음을 가득 담고 입술을 움직움직 하였으나、말은 하지 않았다。단지 자기의 한 손을 들어 장검이의 어깨를 툭툭 쳐 주었다。
장검이는 그가 말 없는 대답을、긍정적인 대답을 자기에게 하였음을 알아 차리고、스스로 만족하여 쌧하이얀 잇발을 내여 보이며 씽긋 웃었다。
한 시간 후에 장극민은 읽던 책을 접어서 호주머니에 넣고、사그라지려는 불에다 삭정이를 큰 것으로 골라서 대여섯 가치 지피였다。좌우를 둘러 보고 곁에서 꼬부라져 새우 잠을 자는 장검이에게、형이 동생에게 하는 그런 자연스러운 동작으로、자기의 상의를 벗어서 덮어 주었다。그리고는 허리를 펴고 땅 위에 번듯이 들어 누었다。침침한 불 빛에 잔 글자를 오래 들여다 보던 그의 눈에는、어두운 하늘에 폭 넓게 걸려 있는 늦은 가을의 백통 빛의 은하수가 류난히 뚜렷하였다。
한참 동안을 뒤척거리다가 모자를 얼굴에 덮고야 겨우 잠 들어버린 그는、한영수가 어디서 헌、어린 아이 오줌 자죽 얼럭얼럭한 포대기를 얻어다 자기를 덮어 주고、발끝으로 걸어서 돌아 가는 것을 아지 못 하였다。
이튿날 오후、이천 명으로 불어난 대오는、국자가 시가지를 끼고 흐르는 해란강의 지류 불하통하의 남쪽 기슭을 타고、서으로 향하여 전진하였다。
거기서부터 제모의 끈을 턱 아래 내려 걸고、각반을 친、무장한 일본 경찰 이십 여 명과 사복한 형사가 칠 팔 명 대오를 따라 섰다。
중국 경내에 자기네의 치외법권이 아직 확립되여 있지 않은 때라、감히 직접 손은 대지 못 하였으나、그래도 그 자들은 자꾸만 김시옥이의 신변 가까이 닥아 서 보려고 시도하였다。
물론 그 자들도 그를 유일한 지도자로 주목한 것은 아니였다。반드시 그 배후에 상급 당이 파견한 누군가가 있으리라고 추측은 하면서도、그것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것 뿐이였다。-세심한 장극민은 일체 표면에 나서는 일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오가 교동 부락까지 왔을 때、꾸준히 따라 오며 기회를 엿보던 사복 한 작자가、제 입은 스프링자락을 슬그머니 열어 저끼고 감추어 가졌던 카메라를、소대에서 련락 온 통신원 한테 무엇을 묻고 있는 김시옥이에게 들이 대였다。
그것을 누구 보다도 먼저 발견한 것은 버드나뭇골 소대에서 련락을 왔던 눈치 빠른 영옥이다。
「어마나、사진 찍어요!」소리 지르며 그는、두 팔을 벌리고 달려 들어 가 자기의 가슴으로 그 카메라를 막아버리였다。
필요한 김시옥이의 얼굴 대신에 쓸데도 없는 처녀 아이의 저고리의 동정 부분을 찍은 그 사복 형사는、덜미를 짚이운 소매치기 모양으로 어색한、무엇을 엄폐하려는 그런 웃음을 억지로 웃으며 뒤로 물러 나서、제 스프링의 자락을 여미고 얼른 단추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