련하는 제 발을 한 번 굽어 보고 나서 살몃이 미닫이를 열었다。고개를 숙이고 들어 가、소금 자루를 내려 놓고 한쪽 구석에 가 쪼글떠리고 앉아서 천천히 눈을 들었다。
「아!」
놀라서 짧게、가볍게 이렇게 소리치고 련하는 얼른、내려 놓았던 자루를 다시 집어 들었다。그리고는 누가 빼앗아 가랴기나 하는 것 처럼 그것을 꼭 껴안았다。
그는 의원과 마주 앉아서 담뱃대를 들고 있는 사람의 얼굴에서 낯 익은 곰보 자국을 알아 본 것이다。뜻 밖에도 그것은 행석이 김 유사였다。그도 단골로 다니는 이 약국집에 약을 지으려 온 것이였다。
련하는 얼굴이 뜨거워 나서 도저히 그 자리에 거냥 앉아 있을 재간이 없었다。그래 이것 저것 고려하여 볼 여지도 없이 그는、얼른 일어나 미닫이를 열고 맨발로 흙 바닥에 뛰여 내리였다。
행석이가 벗어 놓은 팔총들이 참지 올린 새 초신과 나란히 놓여 있는 자기의 흙 때 오른 헌 짚신을 그는、마치 호개가 물어다 놓고 빨아 먹으려는 돼지 뼈다구를 빼앗기나 하 듯이 날쌔게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 보지 않고 허둥지둥 정신 없이 그 끔찍한 골목을、뒤에서 누가 따라 오는 것 처럼 뛰여서 벗어났다。
련하는 놀라서 쌍다드미질 하는 가슴을 오래 오래 걸려서야 겨우 가라앉히였다。하나 다시는 더 약국을 찾아 다닐 용기가 그에게는 없었다。
그래 아주 단념하고 발길을 그는 동으로-버드나뭇골 쪽으로 돌리였다。한시도 더 거리 안에 지체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소영자를 지나서 마반산이 가까워지자 여적 어쩐 일로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저절로 놓여지며、숨이 제대로 나갔다。그러자 피로가 그를 덮치여 눌렀다。무릎이 쑤셔 나고 허리가 뻐근하여 더 걷기가 괴로웠다。이마가 기름 같이 끈적끈적한 식은 땀으로 척척하니 젖었다。
그래 그는 길 가 풀 밭에 들어 앉아서 주욱 다리를 뻗었다。오고 가는 사람이나 없나 하고 아래 위를 둘러 보았다。아무도 없었다。
그는 허리를 꼬부린채 소금 자루를 베고 모으로 누었다。한결 편안하였다。
어디서 먼 데서、멀고 먼 데서(꼴을 베면서 부르는가?)제법 듣기 좋은 젊은 남자의 노래 소리가 종용한 남풍을 타고 끊어졌다 하며 나부끼여 왔다。
그것은 함경 북도에서 나서 간도 땅에서 자란 련하로서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왜냐면 간도 땅에는 강원도에서 흘러 들어 온 사람이 극히 극히 적어서、거의 없다 싶이 하였기 때문이다。
그가 누어서 귀 기울이여 듣고 있는 그 애처롭고도 유창한 소리는 강원도 메나리였다。
해가 져서어어 그늘 지나아아아아
산이 높아아아 그늘 지지이이이이………
련하는 어떻거다 문득 영수를 생각해 내였다。영수도 자기 처럼 소리 한 마디 변변히 할줄 모르는 것을 생각하고、어쩐지 좀 우수워서 빙그레 혼자 웃었다。
그리고는 입 밖에 내여 이렇게 속삭이여 보았다。
「그 이는 벙어리 매미야……헌데두 넌 죽자 사자?」
절렁절렁 길 위에서 소 방울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뛰쳐 일어나 소금 자루를 집어 들고、거기 붙은 검부러기를 툭툭 털어 옆에 끼고 련하는 풀밭을 나섰다。
빈 달구지가 한 채 필요 이상 덜크덕거리며 마반산 쪽에서 이리로 올라 오고 있었다。
그 위에 앉아서 소몰이꾼이 제 입에 검정이가 묻은 것은 모르고(그는 길 가 남의 옥수수 밭에 무단히 뛰여 들어 가 탐스럽게 익은 것을 몇 이삭 째여 내다가 그어 먹고 시침이 딱 떼고 오는 길이다)눈알을 별락스리 구을리며 련하에게-아지도 못하는 남의 집 길 가는 아낙네에게-눈짓하였다。
허허실수로 한 번 해 보는 수작인가、그렇잖으면 가만히 눈을 똑 바로 가지고 거저 지나지는 못하는 습성 때문인가?
련하는 모르는 척 고개를 푹 숙이고 길 가에 비켜 서서 소달구지를 지나 보내였다。
몇 걸음 옮겨 놓고 나서야 그는、소몰이꾼이 입 가 두 볼에 검정이가 볼만 하게 묻어 가지고 그래도 무얼 먹겠다고 눈알을 구을리던 꼴이 새삼스러이 우수워 났다。그래 그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노라고 혀 끝을 앞 잇발로 꼭 깨물었다。
버드나뭇골이 한 오 리 가량 바께 남지 않았을 때、부지런히 걷고 있는 련하의 눈 앞에 불시로 길 가 가락 나무 숲으로부터 사람 하나이 툭 튀여 나왔다。
가슴이 철렁하여 련하는 문득 그 자리에 서버리였다。
길 앞을 떡 가로 막고 서서 그 분명히 몫을 지키고 있었든 듯 싶은 사나이는、두 팔을 벌리였다。그것은 목만둥이 최원갑이였다!
풀귀얄로 쓸어 내리는 것 처럼 련하의 얼굴에서는 피가 일시에 귀 밑과 턱 아래로 빠져 내려 갔다。
한참을 말 없이 서로 건너다 보고 서서 련하와 최원갑이는、발 바닥에 뿌리가 생긴 것 마냥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얼마만에 자기가 뛰여 나온 가락 나무 숲을 가리키며 느럭느럭、탁 가라 앉은 막걸리 같은 목소리로 최원갑이가 제의하였다。
「헐 얘기가 있으니 절루 좀 들어 갑시다。」
그 말을 듣자 련하에게서는 이상하게도 여적까지의 몸서리 치우는 무서움이 젖은 행주로 싹 닦아치운 듯 깨끗이 없어지였다。
「어떻게 피하여 볼까?」하는 소극적인 허황한 념두가 사라지고、「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이전 싸워서 뚫고 나가야 한다!」는 뚜렷한 투쟁의식이 강하게 머리를 쳐든 것이였다。
래원: 인민넷-조문판 | (편집: 장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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