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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미학, 그리고 풍성한 수필잔치―《도라지》 2011년 4호 격월평

2016년 07월 04일 14:14【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이번호 《도라지》를 읽으면서 먼저 인상깊었던것은 수필의 풍성함이였다. 조광명의 창작담을 수필로 볼수 있을 경우 무려 20편에 가깝다. 그렇다고 소설이나 시, 평론이 부진한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번호 《도라지》는 전체적으로 우리에게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했다고 할수 있겠다.

1. 소설의 관심과 수준

최삼룡의 비평을 곁들여 특집으로 편집된 한영남의 단편소설 2편은 이제 시인에서 소설가로 거듭난 한영남의 소설스타일을 보여주고있다.

먼저 단편소설 “심해어”는 의인화된 심해어가 더 큰 세계에 나가고싶은 욕구때문에 자신의 세계를 탈출했다가 새로운 울타리속 즉 어항속에 갇혀버린 현실적운명과 할아버지 일가의 운명의 상징적인 관련속에서 도시화시대 하층민의 불안한 삶의 양상이 제시되고있다.

기법적으로 이 소설은 의인화된 심해어의 삶과 할아버지 일가의 삶이 교차적으로 그려졌는데 더 큰 세상으로 나오고싶어 익숙한 자신의 세계를 탈출해나왔다가 다시 그보다 더 작고 답답한 어항속에 갇혀보린 심해어의 삶과 할아버지 일가의 삶은 어떤 관계인지가 불분명하다. 할아버지에게 뉴스에서 본 심해어의 쭝긋 웃음이 맛있는 먹이감을 앞에 둔 야수의 표정으로 보인다거나 며느리가 돈 벌러 남방에 갔다가 오히려 아들과 리혼했고 아들은 어렵게 살면서도 자식을 스스로 키워보겠다고 하다가 서투른 자식관리때문에 어린 자식이 화상을 입었다는 등의 고달픈 삶의 현실이 “더 큰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새로운 세계가 실상은 심해어를 가두어둔 어항과 마찬가지인 일종의 새로운 속박된 삶의 세계라고 하면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썩 적절해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실루엣-어처구니들의 이야기5”의 의미는 뚜렷하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길에 거의 매일과 같이 만나던 “직업녀성” 김지은이 어느날 “굉장한 녀성기업가”로 “신분상승”이 되여 정신팔이 근무하는 신문사에 찾아왔고 게다가 수필집을 내겠으니 도와달라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어느 노래방에서 그녀가 낸 수필집을 보고 아가씨들에게 물어서야 그녀가 그 노래방의 아가씨라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는 이야기. 노래방아가씨가 수필집을 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아가씨들이 전해준 그녀의 이야기는 더구나 상상을 초월한다. 그녀는 얼굴이 이쁜 덕에 남편이 의처증으로 끊임없이 뒤조사를 하는 등 시달림을 받다가 견디지 못해 네살짜리 딸애를 데리고 리혼하여 이 도시에 왔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딸애가 몸이 아파 돈 빨리 버는 노래방아가씨로 “전락”했고 그 돈으로 아이의 병을 치료한다는 것. 그럼에도 자기 삶을 기록한 수필집까지 내고. 노래방아가씨라는 미천한 직업에 대한 인식을 뒤집어놓은것도 작가의 남다른 시각이라 할수 있지만 이를 통해 더러 타락한것처럼 보이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미덕이 남아있고 “삶의 강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것은 주제의식의 측면에서도 평가할만한 일이다.

이 작품은 또 시점인물 정신팔이의 눈에 “직업녀성”으로 보이던 미녀가 “굉장한 녀성기업가”로, 수필집을 간행한 수필가로 “인격상승”이 되였다가 다시 노래방아가씨로 밝혀져 “인격하강”으로 반전하고 결국 그러한 이중적삶의 뒤에 숨겨진 애달픈 운명이 드러나는 이중, 삼중의 서사적반전을 만들어냄으로써 작품성을 한결 높여준 동시에 급변하는 시대 인간들의 삶을 다각적으로 그려보인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인정된다.

구호준의 중편소설 “륜회” 또한 상당정도 반전을 기대하게 하는 서사적흐름을 보이고있다. 시점인물인 “나”는 비록 부모들이 리혼하여 혼자가 되였으나 인물 잘난덕에 고중때 선배들과 타의반 자의반으로 련애하면서 몸을 준적 있는 녀성이다. 그후 석사공부를 하던 그녀는 사회학 박사공부를 하는 “너”를 만나 련애하다가 동거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날 “너”가 교수님의 요청으로 장암동(노루바위골) 참사 관련 력사학론문을 쓰기 위해 현장답사를 다니다가 실종되는데 일기를 통해 “너”가 위인을 더 깊이 알게 되며 동시에 장암동참사(일제가 청산리참패와 현금도난 사건을 보복하고자 예수를 믿는 장암동 남정들 30여명을 살해한 사건) 관련사건 조사를 나갔다가 실종된 경위를 알고 뒤를 추적한다. 결국 “너”의 증조할아버지가 일제의 총칼에 굴복하여 길안내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책감때문에 자취를 감추고 고아원에 가서 자원봉사로 속죄하고자 한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 그에 앞서 “너”는 아버지가 국장이 된것이 권모술수를 통해 얻어진것이라 보고 그런 아버지가 싫어 그 부도덕함에 반기를 들고 혼자 집을 나와 박사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모든 사연을 알고 이를 용서하려는 “나”는 현재 임신중이다.

이 소설에서 “륜회”라는 표제는 아무래도 할아버지 삶의 오점과 아버지의 권모술수로 “륜회”했음을 자각한 주인공이 그 륜회의 련결고리를 끊어버리고자 속죄의 길에 나섰다는 의미로 해석될듯하다. 따라서 작품은 전체적으로 력사와 현실의 “륜회”적 관련성, 성과 사랑에 대한 신세대의 태도, 부도덕한 정치적처세술과 순결한 학문의 대조로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다 하겠다.

이 소설은 구호준 특유의 감각적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신세대의 육체적, 심리적 고민과 가치관의 변화를 내면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갈등을 통해 보여주는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자의식의 지나친 팽창이라는 비판은 피하지 못할것 같다. “장암동참사”라고 하는 력사적사실을 작품의 구조속에 관통시킴으로써 내부에서 외부에로의 탈출을 시도한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아직은 미약하다. 의식의 객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인간의 자의식속에서 움직이는 심리적인 력동성이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 심리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묘사해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또한 이 소설은 앞에서 언급한대로 구조적으로 반전을 기대하게 흐르고있지만 그 반전의 결과는 너무 미약하다는 점 또한 아쉽다. 개인적인 조언(전적으로 개인적인 조언이지만)을 하자면 “너”가 고아원에 숨어 속죄하게 되기까지 심리적인 고통을 겪는 과정과 그 고통의 크기에 초점을 맞추었더라면 반전의 효과가 최대화되지 않았을까 가정해보기도 한다. 가령 증조할아버지의 행동을 좀 더 비렬하게 그린다든가, 아버지의 권모술수를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림으로써 “너”의 속죄의 동기를 강화시키는 등이 한 방법이 될것이다.

조룡기(조원)의 단편 “죽음의 밥상”은 다분히 회고적인 분위기를 지닌 작품이지만 현실적인 삶과 완전히 리탈하지는 않고있다. 하층민들의 각박한 삶이 소년의 시점에서 그려진 이 작품에서 시점인물인 붙들이와 이웃에 사는 그의 친구 성덕이는 성덕의 아버지가 술공장을 경영하다가 지하수 오염으로 문을 닫으면서 빚더미에 앉게 되고 이를 견디다 못해 성덕의 아버지는 자살하고 어머니는 야반도주하여 오투툰이라는 곳에 이사를 간다. 2년후에야 종적을 알고 붙들이 어머니는 붙들이 아버지를 억지로 떠밀어 빚 받으러 보낸다. 그러나 겨우 여윈 암소를 끌고오는데 오는 길에 아버지는 넘어져 허리를 다쳤고 그후 아버지가 답답하여 집을 나서던 날 여윈 암소는 끝내 죽어 고기를 반값으로 팔고만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 소가죽을 말려 붙들이에게 요를 만들어준다는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붙들이의 몸에 기생한 이를 잡는 어머니의 모습과 닭알을 훔쳐먹는 붙들이와 성덕이 두 소년의 모습은 가난의 상징이 되겠고, 결말부분에서 여윈 암소를 잡는 장면과 그 가죽을 요로 깐 붙들이의 묘사에는 다분히 죽음의 분위기가 연출되여 섬찍하고 우울한 느낌을 준다. 이는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탐미주의 미학과 맥이 닿아있다 하겠다. 어쩌면 경제적으로 상당히 윤택해진 우리 사회의 환경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에는 오늘까지도 분명 가난은 존재하며 그것을 작가의 책임감으로 재현해낸다는것 또한 가치가 있는 작업이라 할수 있겠다.

네편의 소설을 전체적으로 보면 특별히 뛰여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겠으나 오늘날 우리 소설의 수준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것 같다.

2. 수필의 새 지평

수필이 다른 문학장르와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화성이다. 실화와 마찬가지로 수필도 거의 허구가 허용되지 않으며 삶의 진실 혹은 삶 자체를 사실대로 말한다. 그래서 “수필은 삶이다” 라고 표현해도 대과는 없을것이다.

“수필 새 지평”이라는 특집으로 게재된 리화의 수필 3편은 다양한 기법으로 삶의 양상과 느낌을 표현하고있다. 특집 제목에 값하는 가치를 가진다 하겠다.

첫편인 “선녀야, 계곡물에 막걸리 부어라”는 참신한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원한 숲과 발이 시리도록 차거운 계곡물, 여기에 우리의 전통적 해갈음료였던 막걸리의 이미지가 가미되면서 무더운 여름 계곡에서의 산행을 그 이상 더 바랄것이 없는 선녀가 된듯한 느낌으로 표현하고있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 마시고 그 막걸리를 계곡물에 쏟아 산과 함께, 숲과 함께, 물과 함께 취하는 화자의 소탈함은 친자연적인 삶이야말로 우리 본연의 삶이라는 깨달음을 얻게도 한다. 그래서 아줌마는 이제 선녀가 부럽지 않다고도 하고, 아줌마가 곧 선녀인지도 모른다고 한것은 아닐까. 둘째편인 “그런 꼬리 하나 필요했다”라는 작품에서 1600세 은행나무와의 교감, 력사와 불자의 신앙심, 자연파괴와 자연보호의 대립 그리고 대지와의 교감도 역시 그러한 친자연적인 삶에 대한 작가의 인식에서 비롯된것이라 하겠다.

셋째편인 “날아라 양말, 달려라 맨발”은 상기 2편과는 달리 서사에 힘이 실려있다. 양말을 기워신던 가난의 시절이 아련한 추억으로 그려지면서 그때문에 어딘가 움츠러들던 지난 세월, 그 움츠러듦에서 탈출하기 위해 양말을 사 모으던 경력은 이제 옛날의 얘기가 되였다. 생각이 바뀐것이다. 그 생각이 바뀌기까지 화자에게 일어난 심적인 변화는 아무래도 삶에 대한 깨달음이 될것이다. 이제 양말을 마음껏 사 신을수 있고 그래서 움츠렸던 지난 시절이 우습게 생각되는것처럼, 지금 내가 얽매여있는 커다란 뭔가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작은것이 되고 결국 푹 웃어버릴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질것이라는 깨달음이 그것이다.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뉘우침 혹은 깨달음이 아닐까싶다.

리화의 수필은 서정성이 특징이다. 톤이 너무 높지 않은 서정속에 소탈함이라 할까 자유분방함이랄까 하는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가 드러난다. 우리가 리화의 수필에 공감할수 있는것은 바로 그러한 작가의 삶의 태도가 아닐까싶다. 그러나 리화의 수필은 “날아라 양말, 달려라 맨발”에서처럼 서사와 서정, 그리고 론리의 유기적인 결합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이번 호에서 또 눈에 뜨이는 수필작품중의 하나가 바로 홍군식시인의 “그저 사는거다”이다. “어쩌면 우리는 바로 그 사실을 잊고사는지도 모른다. 뭔가 뾰족한것이 있어야만 사는것 같이 착각을 하고 뭔가 화끈한게 있어야만 그게 진짜인줄로 오해하고있지만 사실은 ‘그저 사는것’, 바로 그게 삶이라는것인지도 모른다.”(원문) 아무래도 이것이 이 작품의 핵심적인 의미가 될듯한데, 작품에 나오는 무위, 고요함 등은 “무위자연”의 도가철학과 통하는데가 있는것 같다. 즉 인간의 삶은 결국 “그저 사는것”이라는것. 홍군식시인도 이제 달관을 꿈꾸는 나이에 이른것 같다. 고독과 무위를 련겨시키는것, 거기에 달관에 이르는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주향숙의 “한송이 꽃으로 다가가고싶다”는 앞에서 살펴본바 있는 리화의 수필과는 다른 측면에서 서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유려한 문장과 시적인 정서로 다른 사람에게 한송이 꽃으로 다가가고싶다는 “착한” 삶의 태도를 표현하고있다 하겠는데, 장르적으로 이런 풍격의 수필도 나름대로의 개성과 가치를 가지지만 산문성이 너무 미약한 점은 흠이다. 수필은 산문이기에 시적인 수사보다는 사실적인 서사가 동반될 때 더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싶다. 이 작가의 장르적 확장이 시급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조광명의 “나는 행복한 시인이로소이다”는 “창작담”이라는 장르로 게재되였지만 실제 읽어보면 2편의 수필에 해당된다. 첫편인 “락엽과의 대화, 그리고 아파서 울수 있는 시인”은 시인의 눈으로 본, 요절한 락엽의 미, 그 운명에 대한 시적인 감성의 표현이 되겠고 거기에 관련된 시작품 3편이 곁들여졌다. 둘째편인 “제3의 눈, 그리고 그 눈을 더 크게 밝게 키우기”에서는 여덟살배기 딸애의 제3의 눈, 즉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세계의 아름다움이 표현되였는데 이를 통해 도출해낸 예술의 의미와 예술가적 삶의 의미는 의미심장한데가 있다.

이밖에 이번호에서 인상이 깊었던 수필은 김향란의 “허브향기처럼”과 김명희의 “돈나무를 심다”였다. 전자는 서사와 서정의 적절한 배합과 묘사의 참신함이 돋보이지만 그러한 소재속에서 발견한 주제가 기대에 못미치는 아쉬움이 있다. 삶과 허브간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있는것이다. 신인의 작품이므로 장래를 기대해본다. 후자의 경우 돈나무에 관련된 중외의 여러가지 풍속과 부정적 혹은 긍정적인 사실들을 들면서 돈 혹은 재부에 대한 인간의 욕구표현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리고있다. 그러나 마지막부분에서 돈때문에 고생하는 자들에게 돈이 깃들기를 기원한다는 화자의 마음은 감동적이다. 물론 이 작가의 가치판단이 되기도 할것이다.

특집으로 편집된 리화의 수필을 제외하면, 솔직히 풍성한 작품의 량에 비해 이번 호의 수필들은 대개가 평범하다. 일부에서는 요즘 수필을 너무 쉽게 쓴다거나 수필이라는 장르를 얕잡아본다는 지적도 있지만 수필도 이제 당당히 하나의 독자적인 문학장르가 된 이상 좀 더 신중하고 엄숙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그래야만 량적인 풍성함을 넘어 질적으로도 우수한 수필이 다수 출현하지 않을가싶다.

3. 로시인의 신감각

대개가 그렇듯이 이번호에도 게재된 시작품은 별로 많지 않다. 대련작품묶음으로 함께 게재된 로시인 김파의 시 7편이 전부이다. 그러나 이를 쉽게 보고 넘어갈 일은 절대 아닌것 같다. 로시인의 작품이지만 그 감각은 완전히 새로운것이기때문이다.

우선 “잠꼬대”라는 작품에서 모더니즘시의 대표시인중의 하나인 엘리어트가 등장할 정도로 시인은 과거 자신의 시풍을 확 바꾸고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역설, 현실에 대한 불평불만이 주조를 이룬 7편의 시들은 난해하다. 정상적인 사유의 틀을 깨고있기때문이다.

먼저 첫편인 “치매증 날씨”에서는 하늘이 감기에 걸려 재채기를 하고 계절이 동맥경화에 걸려 “여름이 눈사태 구토한다”고 표현한다. 늙은 밤이 졸고있고 체념이 커피잔에 떨어졌다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체념이 “수줍게 꽃망울 터뜨”린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화자의 내면 체험 혹은 정서가 은유를 타고 “외면화”하고있다 하겠는데 그 다음의 내용은 다시 외부의 세계가 내면화되는 형태를 취하고있다. “야시장에서는 눅거리 정조를/ 바가지로 마구 퍼 팔고있다”고 한것은 물신주의 풍조가 팽배한 오늘의 시대적상황이 화자의 가치판단과 함께 표현된것이다. “지구가 궤도를 탈선”했나 의심하며 세월이 어지름증을 탄다고 한것은 그러한 급변하는 시대적상황에 대한 회의 혹은 비판이 될것이다. 그러나 다음 행에서 화자의 정서는 급변한다. “거북등우의 벼포기들이/그냥 갈증을 마시고있다”고 한것은 얼핏 텔레비전 뉴스화면에서 가끔 만나게 되는 기후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서술처럼 보여 앞의 이미지들 혹은 주제의식과는 전혀 무관해보인다. 그러나 초현실적이고 의미의 관련성을 무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립장에서 보면 전혀 리해할수 없는것도 아니다. 그렇기는 하나 이 작품을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시각에서 보기에는 아직도 론리적인 관련성이 뚜렷하다.

되돌아가서 이들 7편 시작품의 표제를 주목해보자. “치매증 날씨”, “꿈의 락서”, “잠꼬대”, “무지개빛갈”, “별찌”, “꿈자락”, “굴렁쇠자국” 등의 이미지들은 거의 전부가 현실이라기보다 환상 혹은 몽상적인 분위기, 손에 잡히지도 않고 확실하지도 않은 환영과 닿아있다. 결국 전 작품 모두가 오리무중의 환상과 몽환적인 이미지들로 되여있다는 말이 되겠다. 거기에 서로 련관성이 불분명한 은유들이 점철되면서 종잡을수 없는 의미망을 이룬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하나의 일관된 정서는 있다. 력사와 현실, 자연과 인간사에 대한 역설적인 느낌이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전체적으로 부정적 혹은 비판적인 정서를 드러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비약이 적은 “꿈의 락서”라는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로시인의 과거 그림자는 여전히 잔존한다. 제1련의 “필묵과 종이”는 글쓰는 화자 자신 혹은 시인 본인의 이미지가 될것이고 제2련의 방울새는 아름다운 꿈 혹은 리상적세계에 대한 화자의 동경이 담겨있다 할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제3련의 추억속 현실은 그러한 동경의 실마리를 건져올린것이 되겠고. 이처럼 화자의 꿈 혹은 화자가 동경하는 리상세계가 추억과 맞닿아있기에 이상하게 돌아가는 오늘의 현실은 역설적이고 부정적일지도 모른다.

이들 작품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과거 시인의 시풍과는 크게 다른 모습을 갖추고있다. 그래서 “로시인의 신감각”이라는 표현도 가능한것이다. 그러나 모더니즘적인 표현을 가능케 하는 시적장치들은 아직 썩 정교하지 못하다. 한행씩 읽으면 별로 난해하지 않을것 같기도 한 이들 시작품들이 전체적으로 의미파악이 어려운것은 아무래도 이때문이 아닌가싶다.

정리해보면 이번호의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농사에 비유해 말하면 평작에 가깝다. 수필의 풍성함도 눈에 뜨이고 로시인 김파의 새로운 감각을 표현한 시작품도 있으며 한영남시인의 소설가적 성숙을 보여주는 미학적결실도 긍정할만하지만 특별히 뛰여난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조금은 아쉽지만 다음을 기대하고싶다.

* 《도라지》에 게재한 글입니다.

래원: 인민넷 (편집: 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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