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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사랑 그리고 허무의 미-2000년대 김철의 시

장춘식

2016년 07월 01일 15:49【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1. 시작하면서

김철은 해방후 우리 문학의 대표적인 시인중의 한사람이다. 1955년 서정시 《지경돌》로 문명(文名)을 세상에 알린 이래 수많은 시집을 출간하였으며 오늘날까지도 시창작을 멈추지 않고있다. “기발한 착상, 강렬한 시대정신, 풋풋한 시형상 그리고 세련된 언어”라는 평가는 김철의 출세작인 《지경돌》에 대한 평가인 동시에 그의 초기작품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시집 《산향길》에 수록된 서정시들은 1979년이전시기의 김철의 시풍격을 보여주고있는바 명쾌한 격조, 랑만적인 색채, 풍부한 상상력, 다정다감한 언어, 류창한 운률이 그대로 보존되고있다”는 개혁개방 이전시기 시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지경돌》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물론 개혁개방후 특히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의 시는 여러모로 변모를 시도하고있는것 또한 사실이다. “1980년대 김철의 시는 점차 싸구려랑만주의 시풍에서 해탈되여 참사실주의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생활의 표층에 대한 기계적인 모방이 없어지고 인생과 시대에 대한 심층사고가 많아졌다. 시표현수법이 보다 개방적이고 다양해졌으며 시인의 직관적인 통찰력에 기초한 간결하고 생동하고 개성적인 시형상을 창조하였다.”는 평가에서 그러한 변화의 모습을 감지할수 있다. 여기서 “싸구려랑만주의 시풍”이라는 표현은 아무래도 해방후 개혁개방이전까지 우리 문학의식의 미숙상태에서 비롯된 리상주의적인 시풍을 지적하였을것인데 이는 김철시인 한사람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전반 조선족문학의 문제였다고 해야 옳을것이다.

그렇다면 로년기에 들어선후 씌여진 2000년대 김철의 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이고있을까? 본고에서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문예지들에 게재된 김철의 시작품을 통해 김철시인의 새로운 시적시도와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삶의 허무와 그 겸허한 수용

허무는 인간의 영원한 과제중의 하나이다. 이는 생명의 한계성과도 관련되거니와 문학작품으로서도 피할수 없는 주제분야가 된다. 특히 중로년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삶에 대한 허무의식은 점차 강해지며 그래서인지 2000년대 김철의 시작품중에는 삶의 허무를 주제로 다룬 작품이 많다. 간접적으로 다뤄진것까지 하면 본고에서 론의대상으로 삼은 작품 다수가 이러한 허무의식을 다소간 내포하고있을 정도이다. 아무래도 시인이 이제 여든살에 가까운 로인이라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은것 같다.

어떤 측면에서 허무에 대한 서글픈 표현은 인간의 마음이 약해졌다는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그렇기때문에 일부 소극적인 정서를 띤다고 할수도 있다. 그러나 인류 공동의 과제라는 측면에서 시문학이라고 이를 외면할수가 없다. 문제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허무의 상황에 한탄하고 거기에 그냥 젖어버리고마느냐 아니면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 적극적인 극복의 의지를 보이느냐에 있을것이다. 김철의 2000년대 시작품들은 이 량자를 동시에 드러내고있다.

먼저 《리발소에서》라는 작품을 보자.

리발소 땅바닥에

내 하-얀 머리칼이 떨어진다

소리없이 쌓이는 서글픔

내 생이 잘린다

리발소에 드나드는 동안 이렇게

내 소년이 잘리고

청춘도 잘리고

지금은 가을, 늦가을

퇴색한 황혼이 싹둑싹둑

잘려나간다



내 생명을 잘라먹는 시간의 가위는

멈출줄을 모르는데

비상과 추락의 틈서리에서

만신창이 된 나의 꿈은

세월의 아쉬움 한자락 붙잡고

운다, 내-

삶이 먹혀가는

잔인한 리발소에서…



세월의 무정함과 삶의 무상함을 리발소에서 잘려나가는 머리칼에 비유하고있다. 여기서 특히 “리발소 땅바닥에”떨어지는 “내 하-얀 머리칼”은 “내 생이 잘린다”는 표현에 의해 잘리는 머리칼과 줄어드는 삶이 등치되였다. 소년과 청년, 중년, 로년이 머리칼을 자르는 가위에 의해 잘려나갔다고 믿는것이다. 이는 일반인이 다 리해할수 있는 생명의 허무감이라 하겠다. 시인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비상과 추락의 틈서리에서/만신창이가 된 나의 꿈은/세월의 아쉬움 한자락 붙잡고”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꿈꾸었던 꿈을 다 이루고 복된 삶을 누리며 인생의 황혼에 이르렀다면 삶은 조금 덜 허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인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삶은 그 시대 다수인, 적어도 상당수의 중국인들이, 혹은 조선족인들이 겪었던것과 마찬가지로 “비상과 추락”을 거듭하며 젊은날 꾸었던 꿈은 “만신창이가”되였다. 그래서 삶이 더욱 허무하다고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송화강변》이라는 작품에서는 그러한 력사의 기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면서 좀더 서글픈 느낌을 준다.



송화강변

눈덮인 허허벌판

옛날, 만주 올 때

아버님 지게우에

달랑 앉아있던

깨진 밥솥 하나, 그리고

울보 내 녀동생, 지금은

모두 다 가버렸다



홀로 남은 내 가슴의 허허벌판

얼어붙은 추억은

녹을줄을 모른다…



여기서 화자는 이주민이다.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고난을 겪고나서야 오늘의 조선족이 있었는지를 우리는 안다. 렬악한 동북땅의 자연환경은 “눈덮인 허허벌판”으로 묘사되였다. 그렇게 춥고 견디기 힘든 땅이 이민지요 이주민은 그러한 불모의 땅에 정착하여 삶의 터전을 가꿔야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함께 왔던 녀동생도 가버렸으니 아버지, 어머니도 벌써 다 가버렸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화자는 이제 홀로 남았고 그러기에 가슴이 옛날 만주땅처럼 “허허벌판”이 되고 추억이 “얼어붙”었다고 했다.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과 얼어붙은 추억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수가 없는것. 그래서 인간은 허무할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깨진 사랑은》이라는 제하에 발표된 이 작품외에도 《북국설》(외10수)이라는 제하에 발표된 작품들 대부분은 사라지는것에 대한 허무의식을 담고있다.

이상 두편을 포함하여 허무의식이 표현된 김철의 근작시 작품은 어느 정도 허무에 젖어들거나 심지어 탐닉한듯한 면이 없지 않다. 그리고 이대로만 계속 나간다면 삶의 허무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이 될수도 있다. 그러나 로시인은 여기에 머물지만은 않는다.

《겨울나무》에서 화자는 “흘러간 아쉬움을/갈기갈기 찢고있다”면서 삶의 허무에 반항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지만 결국 아무리 험한 삶이고 허무한 세월이라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련의 “아무렴,/기억은/상록수가 아니지!…”라는 표현에서는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의 운명을 그대로 겸허히 혹은 성실히 받아들인다. 여기서 겨울나무는 화자의 삶을 의미할것이다. 《내 인생 그대로가》에 오면 그러한 달관과 겸허가 삶자체의 궁극적인 모습에 대한 인식으로 심화된다.



거치른 바다

험한 파도를 헤치다보면

나, 소금물 많이도 먹었네



오장륙부가 다 절어

이제는 토해내도

쓴물밖에 없는 신세



바람부는 세월에

인생을 걸궈내면

짜고 쓴 소금

인생 그대로가

소금이 아니겠나



《내 인생 그대로가》의 전문이다. 여기서 화자는, 삶은 거치른 바다, 험한 파도를 헤치는것이라 전제하고나서 그런 과정에서 소금물을 많이 먹어 오장륙부가 다 절었다고 했다.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험했으면 바다물처럼 짜고 쓸까. 그러나 “인생 그대로가/소금이 아니겠나”에 오면 그러한 삶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삶자체가 쓰고 짜다는 인식에 이른다. 삶자체가 쓰고 짤진대 이를 거부하고 분노할 리유가 있을수 없다.

허무에 직면해 교만하지 않고 당황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는 일종의 달관의 경지라 할수 있다. 허무가 피할수 없는것일진대 이에 분노하고 이를 거부하려는것은 옳바른 삶의 자세가 아닐것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는것은 삶의 중요한 지혜가 되기도 한다.

3. 고향과 추억과 사랑, 그 애틋함

시인의 로년기 작품이여서 그렇겠지만 2000년대 김철의 시작품들은 기본적인 소재 혹은 주제의식면에서 추억에 많이 의존한다. 그리고 이러한 추억에는 고향과 사랑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등장한다. 앞에서 이미 살펴본 《송화강변》에도 이민으로부터 시작된 화자 가족의 삶 전반이 슴배여있거니와 《별》에서는 기억속의 잊지 못할 사람을 이제는 “저 멀리 날아”가버린 “별”에 비유한다. 그리고 《북국설》이라는 제하에 발표된 11편의 작품중 다수가 추억에서 취재하고있다. 특히 《해질무렵》이라는 작품에서는 어린날의 기억들이 세월의 무상함과 련관되여 알찐한 마음의 공감을 부른다.



옛날, 서산마루에 해가 지면은

엄마 곱돌장싸개에 장 지져놓고

돌쇠야 말순아 불러들였지



그것들 지금은 뿔뿔이 다 가고

해져도 불러들일놈 없는 쓸쓸한 저녁

부르면 바람만 우여-찬서리 몰고오네



토속적인 이미지들속에 묻어나는 아득한 옛날 삶의 모습은 그것이 우리의 고향이고 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속에서 잊혀져가는 상황이여서 더구나 가슴아픈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래서 《고향길》이라는 작품에서 타향살이하다가 고향길에 나선 화자의 “나그네”처지에서 허무의식이 좀더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고향의 추억은 《고향집》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절실하게 표현된다.

이 작품에서는 고향의 기억과 고향을 떠난 화자의 삶의 기억이 대조적으로 나타난다. 고향의 기억은 따스함과 행복함과 사랑 등으로 밝게 인식되는 반면 고향을 떠난 화자의 삶의 기억은 차가움과 서글픔과 패배감으로 어둡게 그려진다. 그리고 “아리숭한 기억속으로/증발해버린 고향의 정/그래도 고향엔 예와 다름없이/철이 되면 봄꽃이 물들고있다네요”라는 마지막련에서 알수 있는것처럼 고향은 어떤 신앙처럼 절대적인 선이 되기도 한다. 《달빛》이라는 작품에서도 이점은 다시 확인된다.



달이

우물에 잠겼습니다

퍼내도 퍼내도

천년을 퍼내도

달은 그냥

웃고만 있습니다



달처럼 이쁜것이

고향의 마음

천리를 가도

만리를 가도

갈증을 달래주는

샘물입니다



《달빛》의 전문이다. 여기서 달빛은 절대적 아름다움 혹은 진리로 표현되는데 이 달빛과 등치될만한것이 바로 “고향의 마음”이라 했다. 그만큼 시인에게 있어 고향은 삶의 중요한 내용이 된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이 시인에게 있어 추억과 늘 함께 따라다니는 또다른 이미지는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의 이미지는 많은 작품에서 나타나지만 특히 《깨진 사랑은》과 《보리밥》에서 절실하게 표현된다. 먼저 《깨진 사랑은》에서는 사랑을 쉽게 깨지는 유리에 비유하고 “사랑도 깨지면/저렇게 아픔인것을”이라 하여 사랑의 깨짐을 뒤늦게야 후회하는 화자의 깨달음을 표현하고있다. 그리고 결국 “아물지 못한 어린 상처 하나가/세월의 물살우에/눈물처럼 떠있다”는 표현에서 느낄수 있는것처럼 사랑을 옛날의 추억과 련관시키고있다. 《보리밥》에서 사랑은 달콤함 혹은 행복함을 나타내는 이미지가 아니라 “깔깔한 보리밥”과 등치된다. “세상살이 마치도 보리끄스름같아”서이다. “깔깔한 그것을 삼켜야만 했었지/고운 정 미운 정/사랑은 덫…”이라는 마지막련의 표현은 긴 세파속을 헤쳐나온 사람만이 느끼는 사랑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세집사랑》도 시인의 사랑에 대한 어떤 깨달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사랑은 나의 세집, 정들어 사는동안

부엌에서 타버린 장작개비마냥

내 심장은 타고타서 재가 되였다



어느날 돈없어 쫓긴다 해도

네집의 삐뚤어진 문패만은

내 마음에 항시 걸어두리라!



시인은 남녀 두사람의 사랑을 세집살이로 표현한다음 사랑하는동안 “내 심장은 타고타서 재가 되였다”고 할 정도로 사랑을 아픈 과정으로 절실히 느끼면서도 그 사랑이 깨지면 오히려 항상 마음에 새겨두겠다고 한다.

김철의 시에서 사랑은 이처럼 세파속을 헤쳐나온후의 어떤 깨달음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다수의 경우 《깨진 사랑은》에서처럼 지난 삶의 한 기억으로 인식된다. 가령 “봄 여름 끓던 시절도 다 보내고/잎보다 더 많은 가을의 애수/가랑잎을 밟지 마세요/단풍은 나의/멍든 사랑입니다”에서 사랑은 험한 세상을 지나온 삶의 한 기억이기에 더 소중한것으로 인식된다.

요컨대 김철은 세월의 덧없음과 삶의 허무를 서글퍼하면서 때로는 거부하고 분노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고희를 훨씬 넘긴 원로시인이 긴 세월 삶의 바다를 헤여오면서 건져낸 인생의 지혜라 할수 있다. 그리고 늙어서도 뗄수 없는 사랑에 대한 집착은 고향에 대한 드팀없는 사랑과 더불어 삶의 허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일종의 몸부림으로 리해된다. 그러한 사랑과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애잔한 추억, 고향에 대한 애틋한 사랑으로 삶의 허무를 극복하려 했다는 말이다. 세월의 덧없음과 삶의 허무를 겸허히 수용하기 위해 필요했던 시인의 인생모색이 낳은 결과가 아닐까 한다. 이를 우리는 달관의 경지라 부를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4. 민족분단의 아픔에 대한 사명의식

2000년대 발표된 김철의 시작품중에는 특별한 주제의 작품 한편이 있다. 이 시기 김철의 대부분의 작품이 10행 내외의 단시인데 비해 이 작품은 20련 110행에 달하여 서정시로서는 장시라 할수 있다. 《휴전선은 말이 없다》가 그것이다.

전성기 김철의 시중에는 장시가 더러 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였고 오랜 사색끝에 내놓은 력작인데 그 주제 또한 심상치가 않다. 여기서 휴전선은 당연히 조선반도 남북을 가로자른 이른바 “38선”을 말한다. 화자는 백발이 되여 휴전선 근처 어느 옛날의 전적지인 무명고지에 서있다. 시적표현도 원색적이고 강렬하다. “아물지 못한 상처들이/마음에 걸려서/석양도 벌겋게/피를 끓인다” 라는 표현이 그렇다. 그만큼 화자의 가슴이 아프다는 말이 될것이다. 그리고 휴전선이다.



바라보면 머얼리

휴전선은 여전하고

녹쓴 철조망을 넘어

새들만이 오가는데

피없이 터치지 못할 울분이

내 한가슴 가득 차있다.



꼭같은 배달민족이건만 휴전선 하나로 남북이 갈려 수십년을 혈맥이 끊겨 살아온다는것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고 분노할 일인가. 게다가 화자는 남과 북 어느쪽에도 편을 들수 없는 처지다. 다음의 례문에는 그러한 중간자적 립장이 잘 드러나있다.



높은 령마루에 올라

남북을 바라보는 내 마음

긁힌데없이 저리고

한점도 떼낼수 없는

아픈 살점들을 어루만지는 내 손길

천추의 한이 맺혀

서로의 아픔을 싣고

저기, 흰 구름만 조용히 흘러간다



그러나 그 중간자적 립장은 그냥 방관자로 지켜볼수만은 없는 립장이다. 화자역시 꼭같은 단군의 후예이기때문이다. 남북을 바라보는 화자의 마음은 “긁힌데없이 저리고” 그래서 화자의 손은 저도모르게 “한점도 떼낼수 없는/아픈 살점들을 어루만”진다. 이때 화자에게 있어 오늘까지 수십년간 이어져온 분단의 아픔을 만든 장본인인 이데올로기는 이제 먼 옛날의 얘기일뿐이다. 그러나 휴전선 이남과 이북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긴긴 불장마에 시달리는 이 나라

생각하면 진짜 환장하겠다

습관된 그 애환은

언제 끝나련?

어둡고 질긴 밤이

장장 반세기를 울부짖는

귀먹은 이 시대

절망하는 별들은

폭포로 무너져내리고



남과 북은 아직도 “긴긴 불장마에 시달”리고 이때문에 화자는 “환장하겠다”고 애탄 심정을 뱉어낸다. 여기서 “귀먹은 이 시대”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장 반세기의 울부짖음에도 “귀먹은 이 시대”는 아마도 겨레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주지 못하는 혹은 치유해주려 하지 않는 모든것을 의미할것이다. “몸살난 절규를 넉두리하며/가도가도 끝없는 통일의 미로”는 그래서 현실이다. 책임이야 누구에게 있던지 “아무도 드틸수 없는/그 하나의 진실때문에/멍든 가슴들을 화독으로 달굴 때/숨기지 못하는 하나의 갈망이/온 강토에 메아리로 여울져간다” 그래서 화자는 그 책임을 자신이 짊어지기로 한다.



찬바람속에서도

뜨거운 입김이 흐르는

하늘이여 땅이여

기어이 오고야말 해동의 계절

어수선한 강토를 설걷이하고

내 여기 사랑을 심으리라

자유를 키우리라



겨레의 비극은 결국 사랑의 결핍으로 이루어졌다고 본셈이다. 그래서 “어수선한 강토를 설걷이하고” 거기에 다시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랑을 심고 자유를 키우겠다고 한다. 시인의 가슴에 쌓이고 쌓인 서러움이 그러한 결단을 가능케 한것이다. 그리고 화자는 그러한 자신의 결단에 자신감을 가진다. “나의 호소는 비수처럼/태양을 찔러 피흐르게 하였고/나의 념원은 천둥이 되여/잠든 우주를 흔들어 깨우리”라는 화자의 의지는 그러한 자신감의 표현일것이다. 그리고 다시 화자가 선 산정에 되돌아온다.



아, 분단의 절규가

피멍든 창공에 메아리로 솟고

삭이지 못하는 겨레의 한이

여기, 산정의 노을을 피로 끓인다.



이 마지막련은 앞의 시련들에 비해 직설적이다. 시인의 격한 가슴이 터쳐나올 출구를 찾은것이라 하겠는데 상당히 세련된 상징과 비유로 흐르던 정서가 결구부분에 와서 직설로 표현됨으로써 얼마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시의 흐름에는 큰 영향이 없는것 같다.

이 작품은 해외에 사는 단군의 후예라는 립장에서 민족분단의 상황을 아파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한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세련되고 때로는 원색적이고 충격적이기도 한 비유와 상징들은 시의 기품을 한결 돋워준다. 김철시인으로서뿐만이 아니라 우리 시단의 한 력작임에 틀림없다.

5. 시적 의미의 다중성

형식적측면에서 2000년대 김철의 시는 상당정도 전날의 특징들을 이어오고있으나 갈고 닦은 흔적들이 사라지고 좀더 솔직담백하며 성숙되고 달관한 모습을 보이고있다. 특히 시적상관물의 의미층이 보다 두텁고 다중성을 띠고있다는 점은 신중국 1세대 시인으로서 특기할만한 변화라 하겠다.

먼저 《깨진 사랑은》의 경우 사랑을 유리에 비유해 깨지면 아프고 다시 맞출수 없다는 리치를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과거 김철시인의 일관된 시작특징을 거의 그대로 이었다고 할수 있다. 《아기는》이라는 작품도 같은 경우가 된다. 아기의 웃음과 울음은 진실한데 “돈에 곯아빠진 순정때문에” 세상은 진짜로 울고 웃지 못한다고 하고는 진실한 아기의 웃음과 울음으로 때묻은 세상을 깨우친다고 했다. 하나의 속성으로 다른 하나의 속성을 비춰서 드러낸것이라 할수 있다. 이런 작품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앞항에서 론의한바 있는 《휴전선은 말이 없다》에서 다음의 표현들은 분단의 아픔과 그 해소 혹은 극복의 의지라는 주제의식을 나타내는데 효과적일뿐만아니라 그것 자체로서 의미의 두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많은 추억들이 덕지덕지 쌓여서

봉우리를 이루고

아물지 못한 상처들이

마음에 걸려서

석양도 벌겋게

피를 끓인다



이 6행의 시구에서 표현의 대상은 “봉우리”와 “석양”이다. “하많은 추억들이 덕지덕지 쌓여서 봉우리를 이루”었다함은 저 봉우리에 오랜 력사의 기억이 쌓였다는 사실을 말하는 동시에 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의식속에 수많은 력사의 기억이 쌓였다는 사실을 표현한것이 되기도 한다. 석양이 벌겋게 피를 끓인다는것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붉은빛의 석양을 보며 피로 얼룩진 력사의 흔적이 화자의 마음속에 떠올라 격한 감정을 유발했음을 의미하는데 이를 유발시킨 장본인은 바로 “아물지 못한 상처들”이다. 이는 물론 6.25전쟁으로 비롯된 민족분단의 력사를 두고 말할것이다. 그런데 전반작품의 주제를 떠나서 생각해보면 이러한 시적표현 혹은 상관물은 좀더 많은 련상을 가능케 한다. 이를 우리는 시적의미의 다중성이라 볼수가 있을것이다.

《뿌리》라는 작품은 좀더 복잡한 의미망을 형성하고있다. 일차적으로 “뿌리”는 나무의 뿌리를 지칭한것 같다. 땅에 살면서도 땅위의 가지와 잎과 열매를 사랑하는 마음은 계절도 없고 야심도 사욕도 없다고 했다. 나무뿌리의 속성이다. 2차적으로 뿌리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를 상징한것처럼 보인다. “거치른 광야에 자식을 세워놓고”나 “실성한 바람같은 무심한 세월/빨강꽃 노랑꽃 사랑이 주렁질 때”라는 표현들에서 우리는 상관물의 등가관계를 짐작할수 있다. 즉 나무뿌리의 가지와 잎, 열매에 대한 사심없는 사랑과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련관시켜 표현하고있는데 이때 생기는 의미는 당연히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초월한다. 상징과 비유의 속성에 의해 의미의 다중성이 만들어지기때문이다.

《락수물》에서는 이러한 의미의 다중성이 좀더 확대된다. 시적상관물의 불확실성때문이다.



한밤중, 나는

락수물소리 들으며, 저

사나운 바다를 생각한다

한사람 한사람이 모여서 이루는

데모의 바다, 그

엄청난 함성을 듣는다



강자를 만드는 락수물

짙푸른 바다의 효용

죽음에 도전하는 그

무서운 밤!



하-얗게 표백된 나의 꿈이

바다가 백사장에 슬픔으로 깔리고

자유를 갈망하는 저 몸부림

벌겋게 달아오른 갈증이

지구의 여윈 몸을 달군다



락수물은 그리움의

변주곡인지도 몰라

퍼렇게 멍든 내 가슴에

쬐고만 구멍 하나를 판다



이 작품에서는 시적상관물이 락수물과 물의 최후의 귀속처인 바다로 이루어졌다. 같은 물이면서도 그 속성이 뚜렷한 차이를 가지는것이 락수물과 바다이다. 문제는 이 두 시적상관물이 각각 나름대로의 의미층을 이룬다는데 있다. 그래서 시는 난해해진다.

첫련에서 화자는 락수물을 보며 바다를 생각하며 바다는 또 “데모의 바다”와 등치된다. 그리고 제 2련에 오면 락수물과 바다물 각각의 속성이 다른 힘이 부각되며 거기에 세상사의 흐름이라는 의미가 암시적으로 나타난다. 제 3련에서는 바다라는 시적상관물이 화자 개인의 삶에 련관된다. 그런데 그에 그치는것이 아니라 화자의 바래진 꿈과 강력한 욕구가 겹쳐지면서 제3의 의미층을 이룬다. 다시 마지막련에 이르면 락수물에 되돌아와 연약하지만 끈질긴 힘을 가진 락수물의 속성이 화자개인의 운명에 관련되면서 또다른 의미층을 만들어낸다. 비록 락수물과 바다물이라는 관련성을 가지면서도 속성이 판이한 두 시적상관물이 화자의 삶에 비유되면서도 결과적으로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있기때문에 미완의 작품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지만 바로 그렇기때문에 열려진 공간이 형성되여 독자의 상상이 개입될 여지가 생성되며 이때문에 오히려 의미의 다중성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기도 하다.

《산사》라는 작품은 시적상관물이 단순하다.



오늘은 장날인가봐

개미들이 줄지어

장보러 가는

구멍빠진 퇴마루에서

봄볕이 잠간 놀다간 뒤

잠을 깬 풍경이 뫼바람에

왈랑절랑 수선을 피우면

면벽한 스님은

깜빡 졸다가 나무아미타불

헛갈린 념불에

다람쥐 깜짝 놀라

정적 하나 물고 달아나는

산사의 하오



보는바와 같이 별로 새로울것도 놀랄것도 없는 어느 산사 하오의 풍경이 엷은 수사적인 옷을 입고 담백하게 그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읽으며 의미의 다중성을 느낄수 있는것은 상관되는 주제의식이 분명하지 않기때문이다. 즉 여기에 그려진 이미지들과 이런 이미지들이 모이면서 이루어진 어떤 경지 모두가 열려있다는 말이 된다. 이제 나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겨질수밖에 없다. 의미의 다중성이 가능한 리유가 여기에 있다.

요컨대 2000년대 김철의 시는 시인이 일관되게 추구해왔던, 기발한 착상과 세련된 언어를 통한 철학적 의미의 창출이라는 시작특성을 이어오면서도 젊은 시절의 시작품들에서 흔히 볼수 있었던 조각의 흔적들이 사라지고 좀더 솔직담백하며 때로는 원색적이기까지한 모습을 보이고있다. 게다가 시적상관물의 불확실성을 통해 의미의 다중성도 획득하고있어 로시인의 달관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

5. 끝내면서

2000년대 김철시인의 작품들은 주제의식의 측면에서 삶의 허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시인은 그러한 허무에 직면하여 때로 거부하고 분노하기도 하지만 결국 겸허히 수용하며 고향과 추억과 사랑, 즉 추억속의 아름다운 고향과 아직도 끈질기게 지켜가는 사랑의 의지를 통해 극복하고자 한것처럼 보인다. 이는 로시인의 삶의 지혜인 동시에 달관의 경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현실에 대한 불만과 비판, 특히 민족분단의 비극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를 타개하고자 하는 사명의식 또한 삶의 허무를 극복하기 위한 한 노력이라 볼수도 있을것이다.

주제의식의 측면에서뿐만아니라 시작의 형식적측면에서도 로년기의 김철시인은 전날의 일관된 풍격을 이어오면서 동시에 그에 만족하지 않고 시적상관물의 불확실성을 통해 의미의 다중성을 꾀하기도 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 하지 않을수 없다.

래원: 인민넷 (편집: 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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