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계사년(癸巳年), 뱀띠 해다. 뱀은 다산과 풍요, 불사와 재생의 상징이다. 뱀띠 해를 맞아 뱀의 생물학적 특성과 그와 련관된 인문학적 의미 우리 력사에 나타난 뱀에 관한 이야기를 알아본다.
뱀은 파충강 뱀목 뱀아목에 속하는 동물의 총칭이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뱀은 11과 2,500여 종이며 이 가운데 독 있는 뱀은 4분의 1 정도다.
십이지의 여섯번째 동물인 뱀은 육십갑자에서 을사(乙巳) 정사(丁巳) 기사(己巳) 신사(辛巳) 계사(癸巳)의 순서로 순행한다. 시각으로는 오전 9시부터 11시, 방향으로는 남남동, 달로는 음력 4월에 해당한다.
서양에서 뱀은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만든 장본인으로 인간에게 교활함의 대명사로 기억된다.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기다란 몸뚱이와 소리없이 발밑을 스윽하고 스쳐지나가는 듯한 촉감, 미끈하고 축축할 것 같은 피부, 무서운 독을 품은 채 허공을 날름거리는 길다란 혀, 사람을 노려보는듯한 차가운 눈초리 등 뱀처럼 외모에서 인간에게 혐오감을 주는 동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뱀은 냄새를 맡기 위해 두 갈래로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는 특성 때문에 유혹의 사탄, 이간질, 수다의 대명사로 문화적인 락인이 찍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혐오감 뒤에는 호기심과 관심이 동시에 자리한다.
뱀은 겨울잠에서 다시 깨어나고 주기적으로 허물(껍질)을 벗는 특성 때문에 불사(不死)·재생(再生)·영생(永生)의 존재로 인식되기도 한다. 제주도 무속신화에서 뱀은 알 또는 새끼를 많이 낳는 특성으로 재물과 풍요, 다산의 상징이 된다.
뱀은 다리 없이 배로 기어 다니고 구멍 속에 들어가 땅 밑에 살기때문에 땅과 밀착되어 있다. 이 때문에 뱀은 농경문화권에서 "지신(地神)"으로 간주되어 풍요를 상징한다. 뱀은 예부터 가옥의 밑바닥에 살면서 집안의 재산을 관장하는 가신(家神)으로 모셔졌다. 부자가 되는것을 "업이 들어온다"고 하고, 재산을 탕진하는것을 "업 나간다"고 하는데, 구렁이는 업신(業神)으로서 집안의 재물을 지킨다고 믿어졌다.
뱀은 그 모양 때문에 남근을 상징하기도 한다. 뱀이 녀성과 성적 접촉을 하고 임신을 시킨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꿈에 뱀이 나오면 태몽이라고 하는것이다. 전통적으로 뱀에게 물리거나 뱀과 접촉하거나 뱀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꿈은 재물운이나 태몽 등 길몽으로 해석된다.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면 뱀이 사람 주위를 떠나거나 사람을 죽이거나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기분 나쁘게 기어 다니는 꿈은 재수없는 꿈으로 풀이된다.
뱀은 왕권의 상징으로 떠받들어지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에서 보듯이 뱀이 왕관의 정면을 장식했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몸에 뱀을 칭칭 감곤 했는데 그 모습을 조각한 작품이 바티칸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력사에서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와 나해 리사금, 48대 왕인 경문대왕, 금관가야의 김수로왕, 후백제 견훤 등은 뱀과 관련된 일화가 전하는 인물들이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제48대 경문왕의 침전에 저녁마다 수많은 뱀들이 모여들어 궁인이 놀라 쫓아내려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경문왕은 “나는 뱀이 없으면 편안히 자지 못하니 금하지 말라”고 했다. 왕이 잘 때 뱀이 혀를 내밀고 왕의 가슴을 덮어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뱀이 표현된 사례가 많다. 뱀과 거북의 합체인 사신총 현무도(玄武圖)를 비롯, 삼실총의 장사도(壯士圖)와 교사도(交蛇圖) 등이 대표적이다. 장사도는 뱀이 힘센 역사(力士)의 목에 감겨서 팽팽하게 힘을 뻗치고 있는 형상이며 교사도는 두 개의 S자가 서로 마주보고 얽혀 있는 모양을 한, 두 마리의 뱀이 그려져 있다. 교사도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것만 다를 뿐, 중국의 "복희여와도"와 같은 형상이다.
신라토우에서 단연 눈길을 끌고 빈도가 높은 것도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거나 쫓는 형태의 장경호(長頸壺·긴목항아리) 장식이다.
정월 세시풍속 가운데 뱀과 관련 있는 날은 상사일(上巳日)과 대보름이다. 정월의 첫 뱀날인 상사일의 풍속은 대개 뱀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며 대보름에도 "뱀치기" "뱀지지" 등 뱀 퇴치 행위가 많은것이 특징이다.
대략적으로 한국인의 12분의 1은 뱀띠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뱀과 연관을 맺고 살고 있다. 조선후기부터 민간에 크게 유행한 당사주 책에서 뱀띠는 “용모가 단정하고 학업과 예능에 능하며 문무를 겸비했다”고 쓰여 있다.
뱀은 뒤돌아보는 법이 없이 그저 앞만 보고 똑바로 전진할 뿐이라고 한다. 계사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 뱀처럼 지혜롭고 민첩하게 상황판단을 잘 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미켈란젤로 작 시스틴 성당 벽화 |
래원: 인터넷흑룡강신문 | (편집: 김홍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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