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곰삭힌 된장 맛 고스란히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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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리화촌에 자리잡은 향토식품공장 안뜰의 봄해살이 감빛으로 물들고있다. 이곳에서 아스라한 기억속에서나 떠올릴수 있는 전통장독들을 만날수 있다. 마당 가득한 장독, 마당 그득한 해빛, 투박하지만 정겨운 항아리들이 묵직한 된장을 품은채 보석처럼 빛난다
마당터 가운데 해살 잘 고이고 바람량이 적절한 3000평방메터 되는 뜰안에 500여개의 장독이 일렬로 늘어서 저마다 장맛을 뽐내는 향토식품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장이 뭉근이 곰삭아 익어가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주위를 둘러보니 산과 바람, 항아리와 장을 돌보는 사람만이 존재하는 조용하고 청명한 곳이다.
“구수하면서 칼칼한 된장찌개가 그립지 않습니가? 상추쌈을 싸먹던 된장은 또 어떻습니가까?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엄마 손맛 된장입니다”
이 공장 주인 리남욱(54살)사장의 끊이지 않는 “된장례찬”, 항아리밭을 뒤로하고 반갑게 맞으며 달려오는 발밑에는 와글와글 자갈이 밟히는 소리가 귀맛을 쫑긋 잡아당긴다.
리남욱씨는 지난 2007년에 이곳에 연길향토식품공장을 앉히고 전통방식 그대로 “삼명원” 브랜드 된장과 고추장을 담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다 연길시백화점 슈퍼마켓을 비롯한 주내 크고 작은 슈퍼에 진출, 뿐만아니라 북경, 상해, 청도 등 국내 여러 도시에서 단골손님을 확보하고 꾸준한 주문을 받고있다.
국가 QS(품질안전)허가증도 따낸 향토식품공장에는 질 좋은 장을 만든다는 단순한 기본자세를 넘어선 특별함이 존재한다.
“장을 담글때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은 맛은 전통이되 발상과 방식은 현대인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리남욱사장의 이말은 작업장을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납득이 간다. 위생적인 각 작업실에는 그날의 온도, 삶은 콩 무게, 메주 개수 등의 작업이 자세하게 수치로 기록돼 있다. 장 담그는 날로 해마다 일정 분량의 장을 보관해 3년산, 5년산 등급의 된장을 만들고있다. 대량생산과 낮은 질의 재료로 가격대에 리익점을 맞춘 시판 된장이 수요와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재의 시장에서 전통장의 명맥을 이어 나가려면 장의 고급화와 브랜드화로 인식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는 향토식품공장의 경영철학이다.
해가 뜨는 순간부터 지는 순간까지 한줌의 해살도 놓치지 않고 바람이 쉼없이 오가는 이곳에서 옛날 방식 그대로 메주를 띄우고 숨쉬는 장독에 장을 담아 자연과 시간이 뒤받침해주면서 전통 장맛이 그대로 만들어진건 아닐가? 시판 된장이 널리 퍼져 집집마다 된장찌개 맛이 별다르지 않는 지금, 산이 있고 물이 맑은 이곳에서 우직하게 순수한 재래식 된장을 만들면서 우리민족 전통음식문화의 맥을 이어가고있다는게 반갑지 않을수가 없다.
우리것을 잊지 않으려는 그런 이들이 있어 이 꽃샘추위속에서도 입과 코가 즐겁다(신연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