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삼이는 가슴이 띠끔하였다。「물적 증거를 남겨?-일이 이건……」하고 그는 입 속으로 혀를 찼다。입 안이 왼통 먹물을 문 것 처럼 쓰고 그리고 텁텁하였다。
박승화 놈이 장사꾼 모양으로 에누리를 하여 자기를 업어 넘긴 것이 괘씸하여 그는、그 자의 허여멁언 상통을 한 대 콱 쥐여 박아 주었으면 하는 충동을 받았다。참았다。그리고 생각을 고쳐하였다。
「어차피 이렇게 되는 판에야 마찬가지 아닌가!-저 놈들은 내가 만약 말을 안 듣는 경우에는、약속을 리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내가 서명하는 이 서약서 한 장을 우리 지부에 보내서 나를 파멸 시킬 작정이겠지만、내부에서 처단을 받게 할 작정이겠지만、그거 다 무슨 상관 있어? 가서 그런 것까지도 다 영수한테 미리 말해 두면 되지。있는 사실을 다 고백하면 되지。-괜찮아!」
그래 그는 아뭇 소리 않고 박승화가 내여 미는 만년필을 받아 쥐였다。손이 떨리였다。진정하려고 애쓰며 첫 글자를 썼다-김、그리고 달、마지막으로 삼。
그는 자기의 이름을 서약서에다 만년필로 쓴 것이 아니라、무덤에 세울 비석에다 정으로 새긴 것 같았다。
지문의 빨간 인주 자국이 그 이름 밑에 찍히울 때는、마치 자기의 뜨거운 심장을 들어 내여 거기다 내려 놓기나 하는 것 처럼 마음이 선득 하였다。아찔 하였다。-현기증 나는 공허의 시꺼먼 구렁텅이……
박승화는 간단한 수속을 끝내자 곧 달삼이를 강 부장한테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달삼이는 귀에 간지러운 칭찬을 들었다。
그 다음에는 지시、그 다음에는 주의사항、그 다음에는 련락 방법、그 다음에는 보수에 대한 약속、그 다음에는 격려 등등……숱하게 들었으나 그것들은 죄다 맨 첫번에 들은 칭찬과 마찬가지로 그의 귓 등을 흘러 지나 갔다。
그럭저럭 하다 나니 밤도 이슥하였다。
강 부장 실을 나오며 박승화가 친근하게 달삼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의미 있게 웃었다。건의하였다。
「내 좋은 데 안내허까? 못 가 봤지? 그래、그럼 내 오늘 밤 한턱 허지! 흐흐!……」
거절할 용기 조차 없어진 달삼이는 박승화가 끄으는 대로 끄을려 갔다。
새벽에 달삼이는 분 내음새가 코를 찌르는 이부자리 속에서 부석부석한 눈을 떴다。먹지 못하는 술을 권하여대는 바람에 마지 못해(하기는 홧김에 한 번 정신을 잃도록 들이 켜 보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다)받아 마시고 골어 떨어져 그는 세상 모르고 잔 것이였다。
목이 몹시 말랐다。-물이 어디 없나?
일어나려고 팔굽을 짚었다。무엇이 그 밑에서 뭉클 하였다。놀라서 옆을 보니 엊저녁에 처음 안 녀자들 가운데의 하나가、거기 누어서 입을 반쯤 벌리고 자고 있었다。콧 등에 기름이 내돌아 두껍게 바른 분이 얼럭얼럭 벗겨진 것이 어쩐지 오한이 나도록 보기 싫었다。
달삼이는 얼굴을 붉히며 누가 벗겼는지 모르는(자기가 벗은 기억은 전혀 없었다)바지를 주워 입었다。
소리 안 나게 미닫이를 열고 기름 대우를 낸 것 처럼 반들반들한 마루로 나왔다。신발을 찾아 신었다。
누가 등 뒤에서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물었다。
「벌서 가십니까?」
대답 않고 달삼이는 밖으로 나왔다。
「안녕히 가십시요。또 오십시요!」하는 소리를、들은 척도 안 하고 도망치 듯 재게 그는 발을 옮겨 놓았다。
몇 발자국 안 되는 골목 어구까지 와서 코가 저리게 시원한 새벽 공기를 길게 들여 마시여 허파에 하나 가득 채우고、그리고 뒤를 돌아 보았다。
희미하게 빛 바랜 전등 불 빛에、진하게 먹으로 건너 쓴 좀 작은 넉 자「조선료리」와 크게 쓴「해동헌」석 자가 눈동자 속으로 뛰여 들어 왔다。
어디서 검정 개가 한 마리 나타나서 꼬리를 내려 드리우고 다가 오더니、냄새를 맡아 보고는 짖지도 않고 저리로 가버리였다。
소영자 가까이에서、들판 가운데서 산마루에 금시 올라 솟은 붉은、테두리 큰 아침 해를 달삼이는 보았다。
안해와 어린 아이를 마지막 한번 만나 보지 않고 떠나 온 것을 그는 후회하였다。-「아직 자고들 있을테지?」
「아니!」그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그까짓 것들!」그리고는 더러운 것을 떨어버리기나 하 듯 머리를 내흔들었다。
기계적으로 발을 갈아 드디였다。의식하지 않고 또 생각하였다。-떨어버리였다。걸으며 생각하였다。-또 떨어버리였다。걸으며 생각하고는 떨어버리고、걸으며 생각하고는 떨어버리고……
마반산 가까이까지 와서 타협적인 결론을 그는 혼자 내리였다-어린 것들이야 무슨 죄가 있어?
버드나뭇골 가까이까지 와서 그것은 한 계단 더 발전하였다-녀편네……아무 것도 모르는 녀자……제딴에는 그래도 나를 생각한다는 게 그리 된 것이 아닌가!-그렇다면? 불상한 것、내가 미워한다는 게 옳잖지!
그러나 다음 순간、영수의 우애에 찬、너그러운、그러면서도 준엄한 얼굴이 눈 앞에 크게、뚜렷하게 떠 오르자 그는 곧 자기의 그릇됨을 깨닫고、그리고 아프게 뉘우치였다。결심하였다。
「다 털어 놓고 이야기 해야 한다!」
그러나 바지 벗고 찬 강물에 들어 서자(「자위단」이 따바리 틀고 있는 아랫 마을을 통과할 수 없기에 그들은-웃 골안 사람들은-나루터 상류 쪽을、언젠가 장검이가 달구지를 띄우던 데를 건너서 산길을 에둘러 다녀야 하였다)그의 결심은 또 다시 무디여지며、생각이 뒤집히였다。마음이 변하였다。
바지를 입고 숨을 돌리고 나니 그의 생각은 또 뒤집히였다。마음도 따라서 또 변하였다。결심을 또 다시 하였다。이번에는 아주 단단히 마음 먹었다。
「다 털어 놓고 이야기 해야 한다!」
집에도 들리지 않고 달삼이는 꼳꼳이 영수를 찾아 갔다。
「어떻게 됐어? 왜 벌서 돌아 오는가?」그 사람은 약간 놀라서、그러면서도 반기며、해도 퍽 걱정스러운 듯이、친절히、위로하는 어조로 물었다。그리고는 달삼이의 얼굴에서 직접 그 해답을 구하기나 하려는 듯이 가까이 다가 와 들여다 보았다。「수술을 했어? 차도가 있는가?」
그의 관심이 너무나 박절하고 또 따뜻하였기에 달삼이는 그만、자기가 하려고 마음 먹은 말을 하지 못하였다。
우물 쭈물 하다가 뜻 밖에도 그는 딴 소리를 하고 말았다。
「수술? 했어。괜찮을 꺼야……」
꾀장이 장사치가 눈 뜬 고객을 앞에다 세워 놓은채 요술을 부리여、진짜를 감추고 가짜를 바꿔 내 놓 듯이、그의 혓바닥이-죽일 놈의 혓바닥이-롱간을 부린 것이였다。
「그럼 왜 벌서 돌아 왔어?」영수가 나무람 하였다。「사아람두 참! 좀 더 있으멘서 돌봐 주잖구……」
달삼이는 얼굴이 뜨거워 나 견딜 수 없어서 고개를 돌리였다。그리고 변명하 듯 되지 않는 말을 억지로 몇 마디 쥐여치였다。
「내가-있으문 뭘 해……여깃 일이 바쁜데……장모가-있잖은가! 또 가 보문 되지 뭐……여기선 별 일 없었나?」
래원: 인민넷-조문판 | (편집: 임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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