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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넷 조문판>>김학철>>《해란강아, 말하라!》

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27)

2016년 12월 23일 13:49【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五三 동요

국자가 가지 처갓 집 안방에서 박승화와 마주 앉아 있는 달삼이의 가슴 속의 피는 시뻘건 쇳물 처럼 끓고 또 끓어번지였다。

자기를、남편인 자기를 유인해 내여 이러한 함정 속에다 처박아 넣은 안해에 대하여 그는、무시무시하게 말 없이 복수의 예리하고 또 예리한 칼을 갈았다。

그 년의 몸둥이를 각을 뜯고、탕을 치고、오장륙부를 다 꺼집어 내여 짓밟아 찔크러떠리여 조각조각 잘라서 가마귀에게 쪼키우고、개한테 뜯기우게 하리라 결심하였다。

그리고 처남의 모가지에다는 자기 손으로 올가미를 씨워서 높은 나무 가지에 매달고 그 눈깔을 도려 내고、혓바닥을 잘라 내리라 자기 자신에게 그는 맹서하였다。

이러한 반혁명적인 집안의 더러운 핏줄을 이어 받은 자기 자식들까지도 그는 저주하였다。미워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런 핏 줄기의 근원인 그 늙은 여우 같은、굶은 승냥이 같은 장모 년도 반드시 죽여 치우고、이 더러운、썩은 내음새 나는 집에다도 불을 싸질러 재를 만들어 날려버리리라고 그는 마음 속으로 별렀다。다짐하였다。새겨 두었다。

한 편 또 그는 자기의 이러한 불행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수랑은 얼마나 좋으랴! 비록 가난은 하달망정 그 사람들은 이런 인간이 참아 당하지 못할 고통은 모르고 살잖는가! 그 사람은 한 집안이 몽땅 철저하게 또 깨끗하게 혁명의 편에 가 서 있잖은가!

그런데 나는?-아버지란 건 완고 덩어리지! 녀편네란 건 비틀배틀이지! 심지어 반동의 괴수인 박승화란 놈까지가 마치 내가 무슨 저의 편이기나 한 것 처럼、저의 놈들과 한가지 내음새가 나에게서도 나기나 하는 것 처럼 항상 끈끈하게 개 같은 수작을 걸어 오잖는가? 더러워서!」

방문 밖에서는、뜰악에서는 달삼이의 답복을 즉、박승화의 제출한 조건의 수낙을 재촉하는 구두 소리와 기침 소리가 점점 잦아 지였다。

방 안에서는 박승화가 벌서 여덟 대 째의 권연을 피워 물었다。

달삼이는 등곬에서 식은、기름 같은 땀이 흘러 내리는 것을 자각하였다。

해도 그는 완고히 입을 다물고 계속 침묵을 지키였다。그는 박승화가 그렇게 많은 말을 하는 동안 단 한 마디도-흥 소리도 헝 소리도、끽 소리도 꺽 소리도-하지 않았다。물론「싫다!」나「좋다!」도 표시하지 않았다。

하나 마음 속으로 한 가지 단단히 결정한 것은 있었다。그것은 다시 더 변갱할 여지 없는、확고부동한、거의 신념적인 것이였다。-즉、천하 없어도 지금은 죽지 못한다!

자기의 감지 못한 눈을 부릅 뜬 피투성이의 목이 나무 가지에 매달리여 새까맣게 먼지를 뒤여 쓰고 데룽데룽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을 그는 참아 상상할 수가 없었다。

나이가 삼십도 채 못 된 자기가、남 보다 나은 재능을 가진 자기가、비록 사립 학교이기는 하나 그래도 한 학교의 교장을 할만한 학식을 가진 자기가、그런 것을 다 버리고 지금 죽어? 안 될 말이지!-이렇게 생각하고 그는 마음 속으로 설레설레 머리를 내흔들었다。

나 하나 죽는대도 이 장미 빛 세상은 큰 변동 없이 여전히 재미 있고、유쾌하고、즐거울 것 아닌가!

버드나뭇골의 초목은 여전히 푸를 것이고、해란강의 물은 여전히 맑을 것이고、곡식은 여전히 익을 것이고、소는 여전히 살 질 것이고、그리고 국자가 일본 술집의 등불은 여전히 빨갈 것이 아닌가!

그 가운데서 나만 혼자 쏙 빠져? 안 될 말이지!-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그는 강렬하게、거의 미쳐날 지경으로 안타까웁게、광열적인 애착을 삶에 대하여 가지게 되였다。

그는 무언의 외침을 크게 외치여 자기 자신에게 들려 주었다。그것은 비록 소리는 내지 않아도 목이 당장에 터져나갈 그런 정도의 부르짖음이였다。

「달삼이、어쨌던 너는 살아야 헌다! 우선 살구 봐야 헌다!」

박승화는 침묵을 고집하는 달삼이의 미묘한 내심의 이러한 모순과 투쟁과 경향을、로련한 의원이-개업한지 근 사십 년 되는 수염 허연 한방 의원이-사나중 아이 뱃 속에 들어 있는 거위를 알아 맞추 듯 그렇게 알아 맞추었다。

-그 증거로는 이러한 경우에 분연히「아니!」하고 외쳐야 할 그 확연한 의사 표시를 달삼이는 하지 않잖는가!(이러한 경우에 지키는 침묵-그것은 그의 내심은 어쨌던 간에 객관적으로는 긍정하는 것이 되고 만다。)

그래 더 끄을 필요 없다고 인정하고 그는 담판을 결속 지을 차비를 하였다。
타협적으로 웃으며、건의하는 뜻으로 물었다。

「김 교장、우리 이전 그만 끝을 냅시다?……」

달삼이는 여전히 침묵하며、그러나 머릿 속으로는 자기도 불유쾌한 담판을 그만 결속 지을 차비를 하였다。마치 마당질 하고 난 뒤끝을 치우 듯이 그렇게 분주히 머릿 속에다 너저분하게 널어 놓았던 이것 저것을 걷우기 시작하였다。

「이 자리서는 어쩔 도리 없으니 수낙하는체 하자。이전 결코 내 잘못이랄 순 없다。대낮에、그도、국자가 거리 한복판에서、더군다나 총 가진 사복이 둘씩이나 문에 파수를 서고 있는 집안에서、『아니!』만 하면 당장 목이 떨어지는 경우에 처하여 가지고、이 밖에 또 다른 무슨 방법이 있어? 천하 없는 장사래도、날고 기는 장사래도 할 수 없잖은가! 비단 나만?……」

그는 이렇게 자기를 변호하였다。부득이라는 보자기로 자기의 행동을 덮어 싸 주었다。

그는 헤여나기 어려운 함정 속에 빠진 자기 자신을 불상히 생각하였다。동정하였다。

그리고 또 한편 그는 그러한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의연히 혁명을 잊지 않고、혁명을 사랑하고、그 혁명을 위하여 애처와 사랑하는 자식을 버리고 돌보지 않을 결심을 내린 자기 자신을 장하다고 생각하였다。칭찬에 값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안위를 얻었다。자기 자신에 대하여 관대할 수 있는 근거를 얻어 내였다。구실을 얻어 내였다。

「돌아 가는 길로 모든 것을 다 영수한테 털어 내 놓으리라。하나도 빼놓잖고 솔직히 다 고백하리라。그러면 영수도 내가 살아 돌아 온 것을 기뻐하여 주고、나의 처자를 버려가며까지 혁명에 헌신하려는 장한 뜻을 칭찬하여 줄 것이다。나는 대공무사한 혁명자로서의 영예를 지니고、길이 그것을 보존하게 될 것이다。그리고 사람들은 나를 전에 배하여 존경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그리고 결론 짓고 그는、최후의 결심을 내리였다。-그러자 마음이 한결 거뜬하여지는 게 마치 까물어쳤다가 다시 숨을 돌리기나 한 것 같았다。

달삼이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을 보고 기뻐난 박승화가、제 바지 가다리에 담배에서 불고치가 떨어진 것도 모르고 다가 앉으며 물었다。

「결심을 내리셨소? 교장 선생!」

달삼이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만세다! 달삼 형!」달려 들어 자기 편이 되여 준 사람의 손을 잡아 흔들며 박승화가 어쩔줄 몰라 하였다。「일은-성공이오! 그러문 그렇겠지!」

그리고는 방문을 손 바닥으로 쳐서 열어 저끼고 소리치였다。「밖에서들、그만 들어오시우! 됐습니다!」

달삼이는 길게 가다듬었던 숨을 내 쉬였다。어깨가 벽돌장을 내려 놓은 것 처럼 별락스리 가벼워지며、삑적지근하던 등어리가 저절로 풀리였다。

「그럼 달삼 형、아주머니와 애기들은 우리가 책임 지구 보호헐테니 안심허구 가 맘껏 활약해 주시우!-헌데 이건 뭐 결쿠 믿지를 못해서 그러는 기 아니라、그、저、수속 관계상……달삼 형、조금치라두 오해를 해선 안 됩니다? ……단지 그 수속 관계상……」하며 박승화는 호주머니에서 동글납작한 인주갑과 서약서라고 한(문)자로 뚜렷이 찍은 두꺼운、빨락빨락 하는 양지를 두 장 꺼내 놓았다。그리고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여기다 서명을 허구、적심(붉은 마음)을 보인다는 뜻으루 손도장을 하나씩……하하하! 이건 거저 이런 형식이니까……안 그렇소、김 형? 무슨 일에나 다 일정헌 형식이 필요헌 거니까。하하하!……」

래원: 인민넷-조문판 (편집: 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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