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18)
2016년 12월 12일 16:17【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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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구 덧붙여서 한 마디 더 알릴 말은-잘들 들어 두어어!-오늘 밤 자정을 기해서 황군 토벌대는 공격을 개시해 가지구 그 산 꼭대기를 싹 쓸어버릴테니、그줄들 알란 말이다아! 그러니 아예 눈을 붙여볼 생각들은 말아라아!」
박승화의 정치 공세는 포 사격이나 총질 보다 결코 못지 않은 파문을、피난하여 산 위에서 밤을 새는 사람들 사이에 일으켜 놓았다。
「여보、어쩌자우?」무릎 위에서 잠 든 어린아이를 들어서 돌려 눕히여、저린 다리를 겨우 뻗으며 아낙네들이 먼저 동요하였다。
「좀 더 기다려 봐……누가 먼저 내려 가거던 천천히 그 뒬 따라 내려 가두 늦잖으니。」남정네들도 따라 흔들리였다。
「치만 그러다가 너무 늦어지문 어떻거우?」
「자정꺼지라잖아?」
한영수는 곧 박 서방 댁들을 동원하여 여기서 수군수군、저 모퉁이에서 속닥속닥 하는 사람들을 하나 하나 찾아 다니며 설복 공작을 하도록 배치하였다。
그리고 자기도 왕남산이와 구역을 나눠 가지고 그 일을 진행하였다。
그들은-박 서방 댁、련하、영옥이、그 밖에 몇몇 적위대 청년들、그리고 영수 본인과 왕남산이는-어두운 데를 더듬더듬 더듬으며、미끄러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며、개 꼬리를 밟아서 밟은 사람과 밟히운 개가 다 같이 놀라기도 하며、사람들을 찾아 다니였다。
그러면서 가지가지의 말로 사람들을 안위하였다。
「속아선 안 돼요、저건 박승화란 눔이 우릴 꾀여 내려 가려는 수작이니까……내려만 가문-다요。그 눔들이 그래 사정을 둘줄 아우? 속지들 말아요。괴로워두 우리 다 가치 조금씩만 더 참읍시다。저 눔들두 언제꺼지나 저러구 있진 못헐꺼니까요。」
「애길 이리 주시우、내 좀 안아 나께……」
「뭐요? 올라 오문 어쩌느냐구요? 올라 오긴! 해 보는 수작이지요。이 밤중에 올라 오긴 어딜 올라 와요? 그리구 또 설사 올라 온다손 치더래두 뭐 겁날 것 있나요、피허문 되지!」
「기저귄 날 주시우、내 갠에 내려 가 빨아다 드리께?」
「적위대 동무들이 산 허리에서 자잖구 지키구 있으니까、무슨 동정이 있기만 허문 곧 알릴 꺼예요。」
「추워서 그러시우? 검、내 삭덩일 더 따다 드리지!」
하나 어떠한 권유와 설복도、배려와 친절도 류인호 장인의 거미줄 쓴 마음의 문을 두드려 열지는 못하였다。
그는 쉴 사이 없이 기침을 하며、재채기를 하며、입 속으로 혼자 꿍얼꿀얼 하였다。
「내야 죄 없는 사람인데 설마 어쩔라구? 그 자들두 사람일테지! 그리구 박승화가 날 누군지 못 알아 보리만큼 눈이 뒤집혔을 리두 만무허구! 쿨룩、쿨룩!……공연히 이게 무슨 고생이람? 아、아췌이! 환갑이 낼 모랜데、아췌이! 이러다간 질거(지레)죽겠다。쿨룩、쿨룩!……」
오싹오싹한 등어리에 따뜻한 구둘이 와 닿을 생각을 하니 그는 진정 견디기 어려웠다。거머틱틱한 구름장 대신에 파리 찌 싼、개흙 바른 천정을 누어서 쳐다 볼 생각을 하니 그는 더 참을 수 없이 집이 그리워 났다。
게딱지 같은 초가 집이 마치 여우의 그것을 찬 색주가 모양으로 그를 유혹하였다。
그래 그는 주위가 다시 종용하여 지기를 기다리여、사람들이 잠 들기를 기다리여、마누라고 뭐고 다 집어 내던지고 저 혼자 모올래 일어나 산을 내려 가기 시작하였다………
산 기슭에 거의 다 내려 왔을 때、문득 그의 가슴 속에는 문틈으로 새여 드는 불 빛 같은 희망이 비치여 들었다。
-「제일 먼저 귀순헌 나를 그래、례절 아는 사람들이 거저 모르는체 헐 리 있나? 전에 일한 합방 때두 동네에서 제일 먼저 일본 국기를 내 걸었다구 면장이 나를 찾아 와 악수를 했는데!……그렇다문? 이번에두 토벌대장이 악술 허잘테지? 하! 그리구 박승화두 필시 무슨 말이 있을 거야-혹시 내려 오잖는 사람들네 땅을 떼서 날 줄런지두 모르지……소를 끌어다 부리랄런진 또 누가 알아?…… 하! 그렇게만 된다문 팔잘 고치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