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18)
2016년 12월 12일 16:17【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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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二 재액
버드나뭇골에 들어 온 일군의「토벌대」는 돌아 가려 하지 않았다。
웃 골안에다 설영을 하였다。주인 없는 집 문을 떼고 들어 가 식사할 준비들을 하였다。
서너 집 굴둑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산 위에 피난한 사람들은 그것을 짐작하였다。
「아구 어쩌겠소、전과 달라 이번엔 아주 눌어 붙을 작정들을 허나보오!」
「글세나 말이우다! 이걸 어쩌문 좋겠소?」
「애개、애개! 우리 집에서두 내굴이 나우!」
「우리 새(땔 나무)를 저 도둑눔들이 다 때나보!」
아주먼네들이 그것을 나무 그늘에 숨어서 내려다 보며、손으로 가리키며 떠들석 하였다。
「떠들긴! 그러기 내 뭐랬어? 새를랑 구덩이 속에 넣구 흙을 덮어 놓라잖아!」
「종용히들 좀 허지 못허겠소?」
「공연히 아래서 듣기만 해 봐、올려다 대구 총질을 허잖나!」
「쯔쯔! 녀편네들이란、정말!」
한 쪽에서는 녀인들 보다 겁이 훨씬 더 많은 남성들이、목을 움추려떠리고 앉아서 이렇게 비난하였다。모든 책임을 다 마누라에게 전가하려고들 시도하였다。
날이 저물었다。하는 수 없이 산 위의 사람들도 내려 가 저녁 지어 먹을 것을 단념하고、산 아래의 본을 따서 저녁 밥을 지였다。
고깔 봉오리 저 쪽 넘어 골짝이에 내려다 남비들을 걸고 삭정이를 따다가 불을 지피였다。남비 가지고 올라 온 집이 도제 서너 집 바께 안 되여서 그 남비 한 번 얻어 쓰기가 여간만 힘 들지 아니 하였다。순서를 다투느라고 서로 싸움질까지 하였다。
친척 집에다 먼저 빌려 주려고 하면、친척 아닌 집에서들、「이건 저의 집안끼리만 해 먹구 살라나?」-친척 아닌 집에다 먼저 빌려 주려고 하면、친척 집에서들、「이건 가깝구 먼 것두 모르나?」하고 항의를 하여、남비 가진 사람들이 몹시 립장이 곤난해 하였다。
잠 투정 하는 아이、배 고프다고 우는 아이-아이 단련에 어머니들은 더욱 기가 나서 덤비였다。
옆에 딱 붙어 앉아서、「이전 그만 다 됐구레!」「아아니、그 집에선 밥이 타꼬부라질 땔 기다리는 거유?」「뭣 사람 생각두 좀 해야지!」하고 독촉들을 하는 바람에、끓여 낸 밥은 대개가 다 설지 않았으면 죽 반 밥 반의 무어라고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이였다。
남비 임자도 뜸 들인 밥을 먹어볼 엄두는 내지 못하였다。
주인에게 안기여 온 닭들도 낯 선 생나무 가지에 올라 가 잠을 자려니까 눈이 잘 안 감기는지 자꾸만 신경질적으로 발을 갈아 드디며 리유도 없이 서로 다툼질을 하며、꿍얼거리며、좀체 잠 들지 못하였다。
한 십 년 틀지 않은 이불 솜 같이 어지러운 구름이 낮게 드리워 별 하나 반짝이지 않는、밑이 빠진 것 처럼 끝 없이 종용한 밤이 버드나뭇골을 내려 덮었다。
메가폰을 만들어 입에 대고 박승화가 정적을 리용하여 산 꼭대기 사람들을 딱딱한 말로 공갈하였다。말랑말랑한 말로 유인하였다。한 마디로 선전활동을 개시하였다。
「오늘 밤 자정 전으루 내려 와 귀순허는 사람은 지은 죄의 경중을 막론허구 다 용서허구 다 받아 들이기루、토벌대장의 승인을 얻었으니 다들 내려 오시오오!」
「그리구 한영수든가 기타 빨갱이 우두머리들을 붓들어 오는 사람에겐 상금을 주기루 했으니-십오 원씩 주기구 했으니-돈이 요구되거던랑、그 눔들을 잡아 가지구 내려 오시오오!」
「허지만 만약에 자정이 지나서두 제 발루 걸어 내려 와 귀순허지 않는 자는 일률루 목을 잘라 나무 가지에 걸어서 본을 뵈기루 했으니 그줄들 알구 잘 생각해 보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