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3)
2016년 11월 21일 15:07【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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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 들물、썰물
림장검이가 한영수네게 와서 가치 살게 된 뒤로 부터 그 집에는 약간의 변동이 생기였다。영옥이가 전 처럼 이따금 씩이 아니라 이전、아주 허련하네게 가서 밤을 지내게 된 것이다。그렇게 되니 량 쪽 집이 다 말 동무가 생긴 것을 좋아하였다。
밤에 불 켜는 삼 대를 세 대째 갈아서 그것도 겨우 한 치 가량이나 남았을 제야 영옥이는 저 자는 집으로 왔다。
그를 보자 기다리기에 맥이 난 련하가 원망하였다。
「에그、왜 좀 더 있다 오잖구!」
「입때 눕잖구 기다렸수? 애개개!」엉너리를 치며 영옥이는 곁에 와 쓸어지듯 앉으며 련하의 손 목을 사과하는 뜻으로 꼭 잡았다。「장검이 오빠、그 베 옷 말이오……덜덜떠는걸 어떻게 그냥 보구 앉았을 수 있어야지! 그래 저녁 후에 벳겨서 빨아 가지구 소두벙에 올려 놓구 오느라구……밤을 재워서 쉬쉬해 지문 낼 새벽 일찍이 방치 겉은 걸루 문대겨서 부들부들 허게 눈을 메꿔 드리문 한결 좀 나을께야、안 그러우、언니?」
「근데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개 지며 그래?」
「내가?」
「그ㅎ잖구! 가슴이、생각만 해두 뛰나바?」
「누가! 괜히 언니가 놀리니까 그런 거지……난 몰라! 씨、이래 줄래……」
「아야、이 목、목은 놓구! 이건 너무 좋으문 남의 목을 졸으는 법인가?」
「또 글래 안 글래?」
「아、잘못 했어! 놔 주우、내 다신 안 그러께!」
두 젊은 녀자는 눈과 눈을 맞우 보고 거리끼는 것 없이 한바탕 즐거이 웃어대였다。거의 다 탄 삼댓 불도 우줄우줄 춤을 추었다。그들 두 사이를 얽어 매는 우정의 칡 넝쿨은 이러는 사이에 또 자라서 한 바퀴 더 감기는 것이다。
영옥이는 불상한 사람을 가엾이 녀기여 남의 일에 제 눈물을 떨구는 착한 녀성의 본능으로、이불을 감고 누어서 옷 마르기를 기다리며 그래도 겉으로는 아무치도 않은체 하는 장검이의 말 안 하는 심정을 생각하고 어두운 데로 얼굴을 돌리였다。
그것을 동정하는 련하가 격려하였다。
「내 치마가、그 전 사람이 해 준 초록 치마가 하나 있으니、우리 낼 거기다 가래 나무 껍질루 물을 들이자구! 그걸루 적삼 하난 넉넉히 될꺼야?」
들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고、빼앗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는 사람도 있다。
장검이에게 입히려고 영옥이가 련하의 치마를 뜯어서 만드는 적삼이 채 다 되기도 전에、소 한 짝을 앞 세우고 한영수의 밭 머리를 찾아 온 사람이 있다-
소가 외 짝이래도 밭을 갈 수는 있다。단지 깊이 갈지 못 한다는것 뿐이다。따라서 가을에 걷우는 것이 푹 준다는 것 뿐이다。
그래 한영수는 여름에 김을 두어 벌 더 매여 그것을 미봉할 요량 대고 계속、세월을 놓지지 않을 양으로 봄 갈이를 서둘었다。
더군다나 뜻하지 않은 장검이의 돌연한 출현은 그에게 힘을 주었다。하긴 그것이 아침에는 수수 밥을、저녁에는 조 죽을 끓이여 겨우겨우 버티여 나가는 그의 가느다란 살림에 큰 부담을 가져다 주기는 하였지만은。
장검이는 소 반 짝 맞잡이는 넝준히 하는 실한 일꾼이였다。그는 영수에게서 가대기를 빼앗아서 그것을 제가 잡고 소를 몰았다。영수는 련하를 대신하여 댓두박을 메였다。그리고 련하와 영옥이가 그 뒤를 따르며 자국을 밟았다……
일 손을 멈추기만 하면、일 할 동안에 났던 땀이 식기만 하면、쌀쌀한 북국의 이른 봄의 매저린 바람에 베 옷 한 겹으로 참을 수 없이 이가 맞쫗이는 장검이는、잠시라도 쉬는 것을 거절하였다。
쉴 참에 영수는 제 저고리를 벗어서 그의 어깨를 덮어도 주어 보고、바람 오는 쪽에 제 등을 대여 가려도 주어 보고 하였으나-허사였다。인정머리 없는 집요한 바람과 대 막대기 같이 구부러 들지 않는 장검이의 고집이 그것을 헤살 놓았다。
그 대신 일은-예상 이상으로 훨씬 빨리 진척되였다。단지、그것을 하는 사람이 견디여 나지를 못 하였다……
「저기서 오빠、누가 불러요!」밤 늦게까지 장검이의 적삼을 만드느라고、낮에 한 로동의 피로가 두껍게 걸타고 올라 앉아서 막탕 내려 누르는 눈꺼풀을 억지로 치여 들고 일을 하여 눈이 통통히 부은 영옥이가、자국을 밟다 말고 소리 치였다。앞에서 갈리워 저껴지는 흙 위에 톡、톡、톡! 댓두박을 두드리여 씨를 떨구며 나아 가는 영수에게 소리 치였다。
그들이 여적 갈아 나온 뒷 쪽 먼 밭 머리에 소를 데린 사람 하나이 나타나서 손짓하며 무어라고、이 쪽에서는 분명히 들리지 않는데 부르는 것이다。
「와아、와아、이 소! -근데 와아、저、뭐요?」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고、눈 부신 햇 볕에 눈섶을 찡그리며 소를 세운 장검이가 돌아 보고 물었다。멀어 놔서 똑똑히는 알리지 않으나 어쩐지 그 사람의 몸매가 눈에 익어 보이기에 그는 이상히 생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