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3)
2016년 11월 21일 15:07【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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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다 앞서-겨울이 한창인 때-련하는 행석이 김 유사가 보내 온 중매장이에게서 들은 말이 있었다。-「젊은 녀자가 혼자서는 농사도 지을 수 없을 꺼고 하니 차라리 일찍암치 몸 편할 도리를、어쩌고 어쩌고……」
해도 그 때、련하는 봄이 아직도 천 리 밖에 있는 삼동이라서 닥칠 일을 미리 내다 보지 못 하고 그랬던지、그렇잖으면 또 무슨 딴 생각이 제딴에는 있어서 그랬던지 간에 하여튼、그것을 너절한 수작이라 생각하고는 다시 더 시끄럽게 굴지 못 하게끔 단 칼에 아주 싹 잘라버리였다。
그러나 막상 밭이 사람을 부르는 계절이 되고 보니 녀자 혼자의 힘 만을 가지고는 도제 어쩔 궁리가 나지를 않았다。그러기에 이제 영옥이가 꺼집어 낸 그 말은 그에게서 예기 이상의 커다란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오빠가-소결일 허문 어떻겠느냐구……나더러 가 물어 보라던데?」동네 안 늙은 이들이 늘「고거、산 사람 간을 내 먹을 년이야!」하고、칭찬 반 욕 반으로 평가하던 영옥이의 총명은、련하의 의향을 따져 보기도 전에 벌써 그의 생각하는 바를 환히 꿰뚫어 알고 있었다。
-반드시 좋아서 날뛰리라……첫째는 그리 하여야만 밭을 묵이지 않을 수 있겠으니까、둘째는 그가 자기 오빠를 결코 밉게 보지 않는 눈치를 전부터 잘 알고 있으니까。하지만 또 꼭 한 가지 그로서는 고려하지 않지 못 할 것이 있으리라……그것은 남의 말-발 목을 보고도 너벅 다리를 보았다고 하는 그런、남의 말 하기 좋아 하는 동넷 사람들의 말-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련하의 얼굴은 금시로 환 하여 지였다。그는 열아문 살 나는 처녀 아이 모양으로 달겨 들어 고마운 이-영옥이의 두 손을 꼭 붓들었다。
「정마알? 아이、그럼 난 이전……」그의 내심의 기쁨을 표시하려는 말은 두서 없이 토막토막 끊어지며、작란꾸러기 사내 아이가 층계 위에서 떨군 류리 구슬 모양으로 유쾌하게 탄력 있게 톡톡 튀였다。「밤에 잠두、참말이야、동생、난 잘 못 잤다우。허지만 인젠……」
그러나 련하의 그러한 흥분은 오래 지속되지 못 하였다。흐름을 타고 거침 없이 내려 가던 배가 제 밑창에 두드러져 올라 온 모래 바닥을 감각하듯、그 한 없이 기꺼울 소결이에 무엇인가 걸리는 것을 감각한 것이다。
「그치만 동생、남들이 뭐라잖을까?」련하의 이 물음에는 자기의 행동에 대한 누구의 강력한 지지와 성원을 열렬히 기대하는、바라건대 그 대답은、「원 별 소릴! 그게 다 무슨 상관 있다구 그러우?」이기를 바라 마지 않는、그런 음조가 그득 차 있었다。
「아이、언니두 참、가시 무서워 장 못 담그겠네! 그런 걱정 헐께 무어요? 그래 언니가 손 동여 매구 앉아서 굶어 죽는다문、그 사람들 거기 대핸 또 입 다물구 가만 있을 줄 아우?……남의 말이란-돼지 꼬랑이에 달라 붙은 때꼬리지、뭐、그건 돼지 가는덴 어디나 꼭 따라 다니는 거라우!」
야무진 영옥이의 이 말에 포함되여 있는 반항적인 요소는 곧 그 곁읫 사람에게 감염되였다。
련하는 언제나 자기의 사정을 잘 알아 주고、기뻐서 도와 주고 하는 이 당돌한、무서운것 모르는 소녀에게 자기의 소박한、골육지정 이상의 정을 기우리고 있었다。
지난 겨울、강 건너 마을에서 아랫 골안으로 과부를 동이려고 사나이들이 밤 중에 드나들 제、놋 양푼과 시칼을 들고 와서 그의 동무를 하여 준 것도 영옥이였다。양푼은 그 자들이 만약 달려 들기만 하는 날이면 그것을 요란히 두드리여 동네를 일깨우자는 것이였고、시칼은 안으로 잠근 문 고리를 벗기려고 문 구멍으로 들여 미는 손목을 찍어 떨구겠다는 것이였다。
집에 있는 노끈이란 노끈과 띠라는 띠는 다 가져다 문 고리를 동여 매 놓고 공포에 싸여 앉아서는、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고드름이 깨여지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련하를 안위하며 그 때、영옥이는 이렇게 격려하였다。
「언닌 맘 놓구 거저 가만 앉아만 있어요、내가 다 해 낼테니! 오빠가 머리 맡에 방칠 놓구 누어서 소리 날 땔 기다리구 있는데、뭘、무섭긴!」
그러나 다행히도 사나이들의 흙 묻은 초신 바닥은 이 집 토마루를 드디지 않았기에 의외의 사고는 나지 않고 말았다。
해도 그로 인하여 두 녀자의 사이는 더욱 더 끌러 놓을 수 없게 맺어지였다。그러기에 이 번에도 련하는 더 말 없이 영옥이의 전투적인 깃발 밑에 자기를 내 세웠다。-신뢰는 사람으로 하여금 서리 돋힌 칼날도 받아 물게 한다!
련하는 처녀의 옷 깃에서 계를 떨어 주며 그 어깨를 끌어 안았다。그리고는 낮게 속삭이듯 그의 귀ㅅ가에 대고 말하였다。
「나、낼 아침부터 소 여물에 콩 반 되씩 더 넣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