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 허련하
허련하가 열다섯 살 나던 해에 여름 내、궂은 비가 마치 오줌 소태 난 사람의 오줌 모양으로 찔끔찔끔 쏟아지여 밭 곡식이 거의 다 썩어지고、게다가 충재까지 생기여 그 근방 농민들은 명색 만의 가을이 끝나기가 바쁘게 모두 다 송기 벗기기와 칡뿌리 캐기에 동원 되였다。
그래 아이는 많고、주인의 오랜 병은 낫지 않고 하여 정 살아 갈 방도가 서지 않는 허련하의 부모네는 옹근 사흘 밤을 꼴깍 새며 궁리한 결과、「밭 한 고랑 더 일구느니、입 하나를 덜라」는 속어의 가르킴 대로、그 어린 딸의 입을 덜기로 하였다。
아이의 인물이 워낙 말쑥한데다가 총명까지 하여 탐 내는 사람은 많았으나、이 해 가을 따라 누구나가 다 제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지라 얼른 손들을 내여 밀지 못 하였다。
그런데 마침 버드나뭇골에 사는 어떤 사십 가까운 홀아비 하나가 재수 있을 때라선지、첫 눈 내리기 착 전에 새끼 두 마리 거느린 큰 어미 호랑이가 그와 그의 아버지가 놓은 자기황을 물어 터뜨리고 턱이 떨어져 죽었다。그래 그는 어미 호랑이 뿐만 아니라、어미의 시체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 그 두 마리의 새끼 호랑이까지 잡았다。
그 사람은 국자가에 그것을 내다 처분하여 소와 달구지를 작만하고、그 위에다 조 두 섬과 광목 한 필을 사 얹어 가지고는 그 길로 색씨 집에를 갔다。
거기서 그 사람은 싣고 간 물건과 처녀 아이를 바꿔 싣고、싱글벙글 좋아라고 제 멋대로 내버려 두어도 잘 걷는 소를 채찍질 하여 몰며 제 집으로 돌아 왔다。
그 사람의 생김 생김이 과히 뭉투룩 하지 않았을 뿐더러 제법 인삿성도 있었기에 련하의 부모네는 마음이 좀 덜 아프기는 하였으나、그러나 막상 그 좁쌀로 지은 밥을 넘기려니까 목 구멍이 너무나도 아팠다。
밥을 보고 좋아라고 손벽을 치는 철부지들의 하는 양을 보고 그 아버지는 벽을 향하여 돌아 앉고、그 어머니는 맨발로 뛰여 나가 굴둑 뒤에 서서 치맛 자락으로 얼굴을 가리였다。
그리고 련하는 련하 대로 달구지 위에 앉아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억지로 참느라고 제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어린 마음에도 자기네 집에 먹을 량식을 그들이 요구한 수량 보다 훨씬 더 많이 듬북 실어다 준 그 사람에게、언짢은 꼴을 보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사람은 어린 안해에게 자기의 늦은、무르녹은 사랑을 아낌 없이 기우리였다。그것이 련하의 소녀 시절을 따거운 가을 볕 처럼 빨리 익히는 작용을 하였다。
그 사나이가 상한으로 죽던 그 해에 련하의 나이는 스물 둘이였으나、그 성숙한 정도는 근 십 년 나 위읫 녀자들의 그것과 별 차이 없었다。
련하의 시어머니는 그 아들 보다 한 해 앞서 세상 떠났고、시아버지는 자기의 늙은 마누라 보다 햇 수로 두 해 겨우 더 살았다。
련하는 어려서 온 시집이라、게다가 아버지 같은 남편을 섬기게 된지라 누구를 대하여도 어렵고 부끄럽기만 하여、말 똥 구을러 가는 것만 보아도 허리를 부등켜 안고 눈물을 짜며 웃어 대는 제 또레의 처녀 아이들 처럼 마음 놓고 한 번 큰 소리로 웃어보지도 못 하였고、보름 명일에 모여 앉아 물장구를 치며 하는 노래 한 가락도 불러 보지 못 하였다。
그리고 겨울에 다듬이질 할 때、터서 갈라진 손 등에서 피가 튀는 것을 보고 장에 간 길에 돼지 기름 한 덩어리를 사다가 그것을 손수 녹이여 손 등에 바르라고 주던 남편에 대하여서도、고마움과 존경과 어려움 이외에는 아무런 감정도 가져보지 못 하였다。
남편이 죽은 후、련하는 얼맛 동안 혼자서(그와 사이에 생긴 아이들은 둘이 다 돐이 차기도 전에 죽고 없었다)밤에 벼개를 적시며 울었다。
해도 그 눈물은 끊기 어려운 정을 울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혼자서 어찌 살꼬? 하는 막막한 앞 날을 우려하여 흐르는 것이였다。바꿔 말하면 죽은 남편을 운 것이 아니라、산 자기를 운 것이였다。
하나 그러기 얼마 아니 하여 동넷 사람들은 그가 밭에서 일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였다。
처음 한 해는 그래도 늙은 시아버지가 거들어 주었기에 밭을 묵이지 않고、녀자는 하지 못 하는 것으로 되여 있는 후치질까지 배워가며 농사를 지여 가을에 제법 뜰악에다 나까리 같은 것을 가려도 보았으나、그 시아버지 마저 없고 보니 올 봄에 와서는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덮인 눈이 점점 엷어 가서 군데군데 시꺼먼、젖은 흙이 내비치는 밭을 정주 뒷 문 틈으로 내다 보는 그에게는、사정 없이 이 골안에 스미여 들어서는 남의 사정도 모르고 그것을 녹이는 봄이 한 없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이러한 걱정 가운데 잠겨 있는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친 사람이 있다。그것이 바로 이웃에서 오랍 누의 단 둘이서 살며、아랫 마을 박승화의 땅을 부치는 총각 한영수다。
그 이야기는 봄 갈이 시작을 며칠 앞 둔 어느 날 밤에 시작되였는데、그 사람의 누의 동생 영옥이가 그 의향을 전달하여 왔다。
그 날 밤、영옥이는 전과 같이 련하네 드딜 방아(발 방아)에 와서 저의네 량식 할 조를 찧고 있었는데、문득 생각난 듯이 자기를 도와 채질을 하여 주는 련하를 돌아 보고 물었다。
「언니넨 참、어쩔라우、밭 갈일?」
「아이、나두 모르겠어、정말 어쨌으문 좋을런지……」한숨 같기도 하고 안 같기도 한 숨을 한 번 짧게 내여 쉬고、이렇게 대답하며 무엇을 기대나 하는 드키 치여 든 련하의 계 묻은 뺨은 그래 보아서 그런지는 모르나 어쩐지 붉으레한게 달무리 한것 같았다。
「근데 우리 오빠가아……」드디던 것을 멈추고、거기서 발을 내려 놓으며 영옥이가 이렇게 허두를 떼였다。
「에? 오빠가 뭐?……」가슴이 리유 없이 덜컹 내려 앉아서 그것을 알리지 않으려고 머리에 쓴、풀어지지도 않은 무명 수건을 한참이나 걸려서 고쳐 쓰며 련하는、처녀 아이의 다음 말을 조급히 기다리였다。
래원: 인민넷-조문판 | (편집: 장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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