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항전별곡》(6)
2016년 04월 26일 14:25【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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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경산은 당일 밤안으로 짐을 꾸려가지고 포석로에서 금신부로로 자리를 옮겨버렸다. 새 거처에 안돈이 된 뒤에 전날의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고 혼자서 쓴웃음을 웃었다. (만약시 그 녀석이 특무가 아니라면 나도 혁명하겠다는 아Q를 몰아낸 가짜양국놈 꼴이 되잖는가.)
리경산이 비록 이름난 테로분자이기는 하였으나 읽은 책은 여간만 많지가 않았다.《삼국》,《수호》 따위는 말할것도 없고《홍루몽》,《유림외사》까지도 다 숙독하였다.《크로뽀뜨낀전》과 알란포의 탐정소설은 더더구나 파고들었다. 그리고 무슨 까닭인지 그는 로신선생을 몹시 숭배하였다. 종래로 탐정소설을 쓴적도 없고 또 테로분자들의 모험주의를 찬양한적도 없는 로신선생을.
한주일 가량 지나서 리경산은 자기의 한고향사람이며 또 선배인 최선생을 려반로 그의 거처로 찾아보러 갔다. 그들은 다같은 평안도사람이였으나 나이는 리경산이 열살이나 아래였다. 최선생은 운남강무당출신으로서 주은래동지가 정치부 주임으로 사업할 당시 황포군관학교에서 중대장으로 봉직하였다. 그러나 후에 교장인 장개석이 반변을 하는통에 거기를 떠나서 상해 프랑스조계에 와 반일활동을 하고있었다. 후에 그는 만주로 가서 동북항일련군의 한 군단장으로 활약하였다.
리경산이 최선생의 기거하는 방에 들어가보니 거기에는 먼저 온 손님 한분이 앉아있었다. 한데 그 손님은 리경산이 들어서는것을 보자 빈총에 놀란 노루처럼 후닥닥 뛰여일어나더니 다시는 앉을념을 못하였다. 최선생은 영문을 몰라서 그 손님에게
“왜 그래?”
하고 마뜩잖게 물었다.
리경산이 다시 본즉 어, 이런, 자기를 벼락이사를 시킨 바로 그놈의 아Q가 아닌가!
“아니, 서로들 아는 사이였는가?”
최선생은 두 사람의 얼굴을 반반씩 갈라보며 의아쩍게 물었다. 리경산은 그제야 최선생에게 고개를 돌리며 맞갖잖은 말투로
“선생님, 저 애가 어떻게—여기를 왔습니까?”
하고 되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저 사람이 여기를 와서 무에 잘못된거라도 있소?”
“저것의 근지가 분명찮단 말입니다!”
“오, 그런 뜻이로군. 자, 우선들 앉소. —어서 너도 앉아라.”
두 사람이 다 자리잡아 앉기를 기다려서 그 아Q녀석은 걸상언저리에다 궁둥이를 조금 붙이는체만 하였다. 최선생이 입을 열었다.
“이 아이로 말하면 홍구 일본인 자동차부에서 조수노릇을 하고있는데 내가 보는바에는 아직 어린 나이에 아주 훌륭한 포부를 품고있단 말이요. 우리가 못미더워할 리유는 아무것도 없지요. 우리는 마땅히 이 아이를 새 인재로 잘 육성해야 해요. 우리네 테두리는 아직까지 너무나도 좁단 말이요. 테두리를 넓혀야 해요. 대담하게 넓혀야 해요…”
해도 리경산은 종내 마음이 안 놓였다. 최선생이 경각성을 상실해서 사람을 잘못 본다고만 생각하였다. 우리의 사업을 조런 똑 뭐 같은 괴물딱지때문에 망쳐버리면 어떻거나 하고 걱정을 하였다.
허나 시간은 가장 공정한 재판관이다. 얼마 오래지 않아 사실은 최선생이 옳았다는것을 증명하였다. 리경산도 최선생이 지인지감이 있다는것을 승인하고 탄복하였다.
그날 최선생을 방문하였던 두 사람은 후에 서로 사귀여 뜻이 맞는 동지로 되였고 또 공동한 노력으로 옳은 길—맑스주의적계급혁명의 길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