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4)
2016년 11월 22일 16:02【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자기 집 울바줏 구멍으로 누가 엿보는 것도 모르고 그 사람은、양복 주머니에서 똥그란 손거울을 꺼내 들고 그것으로 샅샅이 비추어 보며、코ㅅ속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고 멋대로 자라나서 자기의 용모의 단정을 파괴하는 코 털 한 대를 한참 걸려서 뽑아 내였다。그리고는 그것을 엄지 손 가락 손톱 끝에 세워 가지고 햇 볕에 무슨 신기한 발견이나 한것 처럼 자세히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너、학굔 안 가구 여기서 또、뭘 허니!」남의 속내도 모르는 쌍가마가、괭이를 메고 밭으로 나가다가 제 동생이 남의 집 울바줏 구멍을 열심히、마치 시골 아이들이 단오 명일 때 거리에 들어 가서 일 전 내고 요지경 속을 들여다 보듯、들여다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더럭 소리 질렀다。
「쉬잇!」놀란 성길이가 눈은 그 구멍에 붙인 채、똑똑치 못 한 제 형을 궁둥이 위에서 손을 흔들어 제지하였다。
해도 그것은 효과를 보지 못 하였다。쌍가마는 목소리를 한 층 더 높이여 가지고 위협하였다。
「일른다、엄마 헌테!」
「왜 떠드우?」
울바주 안에서、꼬리를 흔들어 주인을 전송하던 검둥이가、심상치 않게 생각하고 이리로 뛰여 오며「컹?」하고 외 마디 짖음을 짖었다。
형세가 그른 것을 보고 성길이는 재빨리 제 형을 버리고 혼자 내빼여버렸다。
뒤에서는 혼자 남은 팔삭 동이 쌍가마가 울바주를 사이에 두고 안에서 짖어대는 검둥이와 맞붙었다。
「이 개 겉은 눔의 개!」
「우앙!」
「저레 목아질!……」
「쿠앙!」
「에? 요것 봐라!」
「왕!」
박승화를 건니여 주고 돌아 오기가 바쁘게 성길이는 그 배에 뛰여 올랐다。
「건녀 주우、빨리!」
제 궁둥이에 날아 와 앉아서 짹짹 대는 참새 새끼를 삭임질 하며 황소가 돌아 보듯、그렇게 성길이를 도리켜 보고 나루직이 최원갑이는、손에 든 밧줄을 제 맬 데 가져다 매며 심쭉도 안 하였다。
「왜요? 건녀 달라는데!」
최원갑이는 천천히 담배 쌈지를 꺼내 들며 눈도 깜박 하지 않았다。
박승화를 놓질까바 속은 달고、최원갑이의 사람을 사람으로 녀기지 않은 태도에 약은 오르고 하여 조꼬만 성길이는、뱃창을 꺼져라고 쾅! 굴으며 호통 빼였다。
「건녀 줄라우、안 줄라우!」
그제서야 그 두꺼운 입술에서 침 묻친 신문지조각을 떼며 최원갑이가、탁주 같이 걸직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기다려! 건널 사람이 더 올 때꺼지……」
「왜、나 혼잔 좀 못 건너 가나?」
「안 돼!」
「검、인제 박 툰장은 왜 혼잔데 건녀 줬어?」
「툰장허구 너허구 같아?」
다행히 이 때、저 쪽 강 기슭에 이리로 건너 올 사람이 서넛 나타났다。
하는 수 없이 최원갑이는 이제 막 말뚝에 매였던 밧줄을 다시 끌르며 꿍울거리였다。
「제엔장헐、그럴람 좀 더 일찍이나 오던가!」
좋아난 성길이가 한 마디 비꼬아 주었다。
「혼잔、씨、안 된다디만?」그 뜻은 제가 어쨌던 간에 독배를 타고 건너게 되였다는 것이다。
최원갑이는 못 들은체、거기에는 댓구도 하지 않았다。
강을 건넌 성길이는、어미 잃은 노루 새끼가 섞갈린 길을 순간순간에 판단하며 어미 간 방향을 날쌔게 찾아 가듯、그렇게 박승화의 뒤를 따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