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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넷 조문판>>김학철>>《항전별곡》

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항전별곡》(24)

2016년 05월 23일 13:22【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우리의 이 가관의 편지를 돌려본 장난군들이 조신할리 없었다. 중구난방으로 떠들며 밤에 오락회가 있을 때 전체가 보는 앞에서 그 편지를 꼭 랑독해드려야 한다는것이다. 등쌀에 못이겨 김영만이와 내가 일어나 각기 편지 한통씩을 소리내여 읽으니 그제는 좋아라고 손벽들을 치며

“걸작이다, 걸작!”

하고 웃음판을 벌리는것이였다.

다음은 우리 누이동생의 편지에 얽힌 웃음거리.

그 편지를 읽어본 친구들은 거의 례외가 없다싶이 다 나한테 달려와서 우리 누이동생의 얼굴이 고운가 미운가를 물어보는것이였다. 꼴을 보아하니 다들 랑만적환상에 사로잡힌 모양이라 나는 짐짓

“미워, 미워. 아주 박색이야.”

하고 단념들을 시켰다.

허나 어디 곧이들 들어줘야지. 한사코 바른대로 말하라고 사람을 못살게 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에라, 인간의 일생이 얼마나 된다고 남의 속을 태워주랴, 공연한 단련 받지 말고 속시원히 원들이나 풀어주자. 하여 말을 고쳐서

“아니다. 실상은… 소문난 미인이다.”

한즉 아니나다를가

“그러면 그렇겠지!”

하고 그들은 매우 흡족해서 나를 놓아주고 싱글싱글하며 돌아서는것이였다.

기실 우리 누이동생은 인물이 그리 곱지를 못하다. 해도 곧이들 들어주지를 않으니 하는수 없지!

한데 어찌 알았으리, 그로 인하여 하늘에서 복덩이가 떨어질줄을. 보잘것없는 무명소졸이던 내가 갑자기 인기를 끌기 시작한것이다. 이러저러한 친구들이 나를 찾아와서 친해보자고 수작을 붙이는데 그 골자인즉 례외없이 다 우리 누이동생을 저에게 달라는것이다.

“수천리 밖에 있는 아이를 지금 어떻게…? 더구나 전선이 가로막히고 국경이 가로막혔는데…”

하고 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고개를 외치면

“아니, 아니… 전쟁이 끝난 뒤에… 귀국을 해서 그러자는 말이지.”

하고 그들은 낚시줄을 길게 늘이는것이였다.(오뉴월 소불알 떨어지면 구워먹을 놈들도 다 많지.)

“그럼 좋아, 그렇게 하지.”

친구지간에 너무 각박하게 굴수 없어서 나는 누이동생의 혼사를 제 주장으로 정해버리는 궁지에 빠졌다. 맑스주의자답지 않게.

“틀림없겠지?”

“두말이 왜 있어.”

해도 그 멍청이녀석은 마음이 안 놓여서 기어이 나더러 수결을 두고 손도장을 지르라는것이다.

래원: 인민넷 (편집: 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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