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栖霞)의 민간 전통공예 전지(剪紙)
2014년 02월 27일 09:11【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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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하나, 종이 한 장만 가지면 찾아온 손님과 한담을 주고 받으며 손끝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도 빠른 손놀림으로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 아름다운 나비 등의 전지(剪紙) 작품을 하나씩 빠르게 오려냅니다. 이렇게 서하 사람들은 이미 그들만의 뛰여난 솜씨로 넒은 세상을 개척해 냈습니다.
서하의 전지공예는 교동(膠東) 전지공예의 중요한 분파로 이미 200여년의 오랜 력사를 자랑하고있습니다. 옛날 서하에서는 특별히 지혜롭고 손재주가 뛰여난 녀자들을 "기량(伎倆)인"이라고 불렀는데 "기량인"들은 마을 출신을 불문하고 모두 다른 사람들의 흠모의 대상이 되였습니다. 그들이 오린 꽃모양 전지작품도 샘풀로 재래식 종이우에 연기로 그을려져 지금까지 보존돼 내려오고 있습니다. 전지 작품의 가장 큰 용도는 창문 장식입니다.
서하의 민가들은 과거 대부분 살창식 창문을 선호하고있었는데 이 때문에 작은 크기의 전지공예만 사용가능했습니다. 이를 위해 부녀자들은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들은 세분화의 기법으로 먼저 큰 구도의 작품을 여러 개의 길고 가는 소폭으로 오리고, 이를 다시 창문에 붙여 원상 복귀시켰습니다. 이렇게 창살을 넘는 전지공예를 서하에서는 "창월(窓越)"이라고 부르며 보통 창문중심에 붙여줍니다. 그외 또 "창각화(窓角花)"﹑ "창방화(窓旁花)"와 창문에 걸어 두는 움직이는 "두계화(斗鷄花)" 등이 있는데 함께 창살문화라는 뜻의 "령간(欞間)문화"를 형성하고있습니다. 오늘까지도 서하의 일부 농촌 마을에는 설같은 전통명절이나 결혼식 등의 경사스러운 날이 오면 전지공예로 창문을 장식하는 풍습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창문 장식용을 제외하고 서하 전지공예에는 또 징두리﹑천정 장식용과 그릇 장식용 등도 포함되여있습니다. 바로 문에 주렁주렁 달아주는 문첨(門簽), 전등에 붙이는 등화(燈花), 온돌벽을 장식하는 항장화(炕墻花)﹑ 천정을 꾸며주는 천붕화(天棚花)﹑ 종이 상자나 종이 항아리를 치장하는데 사용되는 지합화(紙盒花)와 지항화(紙缸花)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합니다.
예술은 생활에서 기원합니다. 서하의 전통 전지공예도 일반 백성들의 생산, 생활과 밀접한 련관을 가지고있습니다. 이 때문에 창작된 작품들은 대부분 그들의 진실한 생활을 예술적으로 그려냈고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그들의 추구와 동경을 담아냈습니다. 한편, 생활습관의 차이로 서하 전지공예는 또 점차 약간의 동서지역 차이도 나타내게 됩니다. 동부는 부드러운 라인과 아름다운 조형, 완정한 구성, 다채로움과 정교함 등의 장점이 돋보이는데 등장인물 모두가 풍부한 감성을 지녔고 화조나 물고기, 벌레는 생기가 넘칩니다. 서부는 구도에 분방함이 살아숨쉬고 라인에서는 호방함이 묻어납니다. 작품에는 대부분 대범함과 중후함, 소박함이 배여있는데 섬세함과 정교함도 함께 공존합니다.
풍부한 소재와 다양한 형식은 서하 전통 전지공예의 또 다른 특색입니다. 형식적으로 서하 전통 전지공예는 홍화(紅花), 염화(染花), 친화(襯花) 등 몇 가지로 분류됩니다. 빨간색이나 분홍색의 색지를 직접 오려 만든 도안은 "홍화"이며, 흰색의 종이로 도안이 오려지면 먹으로 세부 라인을 강조하고 다시 알록달록 색감을 칠해서 완성되는 전지는 "염화"이고, 검정색 종이로 오린 도안을 빨간색 종이를 바탕으로 천정이나 종이 항아리를 장식하면 "친화"가 됩니다. 도안내용에 따라 아름다운 사물에 대한 사랑이나 행복한 생활을 동경한 작품들인 "죽보평안(竹報 平安)"﹑ "희상미초(喜上眉梢)"﹑ "복록수희(福祿壽禧)"﹑ "사사여의 (事事如意)" 등이 탄생되기도 하고, 순수한 사랑을 노래한 "소삼매 삼난 신랑(蘇三妹三難新郞)"﹑ "우랑직녀(牛郞織女)"﹑ "원앙희수(鴛鴦嬉水)"﹑ "장생원앙(張生鴛鴦)" 등이 탄생되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듯 생동한 대자연속의 새들과 화초, 물고기, 벌레, 변화무쌍한 해와 달과 별들도 일상 장식도안에 매우 적합한 소재들입니다. 상서로운 말을 표현하는데 들어가는 단어와 비슷한 발음이 나는 사물이나 상징물, 정감 기탁이 가능한 물건 역시 서하 전통 전지공예의 중요한 표현방식입니다. 련꽃이나 금붕어를 오려 붙이면 해마다 넉넉한 살림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련년유여(連年有餘)"의 뜻을 나타내고, 까치와 매화로는 눈꼬리가 크게 올라갈 정도의 기쁜 일이 찾아주기를 바라는"희상미초(喜上眉梢)"를 표현합니다. 그외 복숭아로 장수를 상징하기도 하고, 원앙으로 사랑을 표현하기도 하며 불수감이나 석류로 다자다복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서하 농촌에는 현재 약 1000여명에 이르는 민간 전지공예 종사자들이 활약하고 있는데 해마다 농한기가 되면 이들은 남녀로소 할것없이 온돌 아래목이나 문어구에 모여 앉아 서로 기예를 보여주며 솜씨를 겨룹니다. 몇 백가구가 모여 사는 장가장진(臧家庄鎭) 후고격장촌(後高格庄村)에서는 거의 마을 녀성 전부가 전지공예에 몸담고있습니다. 그중에서 다섯 금화(金花)로 불려지는 란씨 오자매가 가장 유명한데 그들이 창작한 "백묘도(百猫圖)", "백봉도(百鳳圖)"와 "백룡도(百龍圖)"는 자태에서 표정에 이르기까지, 눈에서 발톱에 이르기까지 한곳도 비슷한 구석이 없어 선후로 200여점이 일본, 카나다, 필리핀 등 나라에서 열린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냈고 많은 외국인들에 의해 소장되였습니다.
현재, 전지공예는 농촌 생산과 생활에도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는데 서하시는 이를 사과생산에 도입해 다양한 글자와 도안이 새겨진 시리즈별 "예술사과"를 출하하고 있습니다. 년간 생산되는 근 1억개의 예술사과를 통해 소비자들은 훌륭한 사과 맛과 더불어 예술적인 향수까지 누릴수 있게 되였습니다.
서하의 전지공예는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자신만의 특유의 심미적 기능을 발휘하고있습니다. 끊길듯 말듯 이어지는 라인과 모기발처럼 가느다란 가장자리 마감처리 등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없는 절묘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런 독특한 예술적 매력으로 사하 전지공예는 이미 산동에서 세계로까지 활동반경을 넓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