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항전별곡》(21)
2016년 05월 18일 15:02【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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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병과 기병
손일봉이는 평안도사람이다. 그는 원래는 국민당군대의 한 포병중대에서 중위 소대장으로 근무하였었다. 내가 그를 알게 된것은 그가 조선의용군으로 넘어온 뒤였다. 후에(1941년 12월 12일) 그는 태항산항일근거지 제1군분구 호가장에서 일본군과 교전하다가 전사하였다. 적의 총탄이 그의 머리에 명중하였던것이다.(나도 중상을 입었다.)
그가 국민당군대에 있을 때의 일이다. 한번은 중대장이 유고하여 그가 중대장대리의 자격으로(고참소대장이였으므로) 4문의 프랑스제 쏘로동포(고사, 평사 량용포)를 거느리고 방어선에 교체를 하러 갔다. 한데 도중에서 그의 포병대는 한 중대 가량 되는 일본군의 기병대와 뜻하지 않은 조우를 하게 되였다. 포병이 기병과 맞닥뜨리는것은 쥐가 고양이와 맞닥뜨린 격이니 옴치고 뛸래야 뛸 재간이 없었다. 적아의 상거는 불과 천여메터 밖에 안되는데 중간에 실개천 하나를 격하였었다.
손일봉이는 쌍안경의 렌즈를 통하여 적군의 지휘관도 마상에서 쌍안경으로 열심히 이쪽을 정찰하고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질풍같이 광포한 기병대의 엄습이 미첩간에 다닥친것을 강렬히 느꼈다. 위기일발의 시각! 그는 칼 물고 뜀뛰기로 포수들에게 재빨리 류산탄을 장탄하라고 명령한 다음 잇달아
“목표—좌전방, 1,200메터—적기병의 밀집대렬—사격!”
호령일하에 4문의 쏘로동포는 적의 기병대를 향하여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날벼락을 맞은 적병 서너명이 말잔등에서 굴러떨어졌다. 그것을 보자 포수들은 사기가 부쩍 올라서 연해연방 숨돌릴 사이없이 쏴제꼈다.
헤아리건대 적의 지휘관은 불의에 류산탄의 우박을 뒤집어쓰고 창황중에 판단을 잘못한 모양이였다. 우리 군대가 사용하는 무기가 구라파렬강에서 새로 구입한 무슨 위력이 대단한 최신식무기인줄로 지레짐작을 한 모양이였다. 하여 그는 모진 매는 피하는게 상수라고 생각을 하였던지 지체없이 퇴군령을 내려서 100여명의 기병이 총 한방 쏘지 않고 또 빼였던 칼은 도로 다 칼집에 꽂고 일제히 말머리를 돌려서 뺑소니를 치기 시작하였다. 그뒤를 임자 잃은 군마들이 고삐를 질질 끌며 덩달아서 네굽을 놓아 따랐다. 그것을 바라보고 손일봉이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였다.
포병대로 기병대를 격퇴한 전설적무용담의 주인공 손일봉의 무덤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태항산에 그저 그대로 남아있을것이다. 이 시각 풀이라도 한번 깎아주고픈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