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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넷 조문판>>김학철>>《해란강아, 말하라!》

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25)

2016년 12월 21일 13:24【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五○ 달 밝은 밤

버드나무의 새파랗던 이파리가 아침 마다 삽짝문 앞에 나서서 쳐다 보면 그것이 알릴 정도로 누런 빛을 더 하여 갔다。

그리고 밤 마다 밤 마다 맑은 달도 살이 져갔다。직각으로 깎이웠던 활의 시위 쪽이 눈에 보이게 부풀어 오르며 점점 점점 둥글어 갔다。

그러다 얼마 아니 하여 추석이 왔다-

삐오넬 리성길이는、아랫 마을에 남아서 불과 일 년 어간에 식구가 줄 대로 다 줄어 텅 빈 것 같은 집을 홀로 지키는、가엾은 형 쌍가마를 밤에 몰래 찾아 가 볼 결심을 하였다。

그 지능이 보통 일반 사람의 수준에 퍽으나 모자라기에 쌍가마는、별반 주목도 박해도「자위단」에게 받지 않고 아랫 골안에 무사히 견뎌 박여 있었다。

하기는 자기의 땅을 묵이지 않기 위해서도 박승화는 쌍가마를 거기 살게 해야 하였다。그런 의미에서 쌍가마는 말하자면 박승화의 피보호자였다。소도 부리기 위해서는 콩을 삶아 먹이고 외양을 쳐 주고 하지 않는가?-그와 마찬가지였다。

맥사리 없는 모기가 어쩌다 한 마리씩 비틀거리며 날다가 얼굴에 와 부드떠리는 밤 길을、그러나 낮 같이 환하게 밝은 고요한 밤 길을 성길이는、아랫 마을을 향하여 걸어 가며 생각이 많고 또 많았다。

비록 구차하여 먹을 것은 별반 없었어도 그래도 지난 해 이날은 즐거웁지 않았던가! 그리고 량친 생시에는、물론 년령 관계가 크기는 하겠지만、그리 불상하다고 생각하여 본적 없던 형 쌍가마가 오늘 와서는、기억을 자아내는 추석날이라고 해서 그런가、왜 이다지도 몹씨 측은할가!

장검이 형님은 머지 않아 살기 좋은 날이 반드시 온다고、다시는 쫓기여 다니지 않으며 마음 놓고 일하고 공부할 날이 온다고 하였지만-정말 그런 날이 오게 될까? 일본 군대와「반공 자위단」은 정말로 우리한테 져서 달아나게 될까?

그리고 련하 아주머니는 쌍가마도 여느 사람들 처럼 장가를 들고 밭 임자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과연 그렇게 될 것을 믿어도 좋을까?……

불과 일 년 어간에 철부지 어린 아이던 성길이는、보통이 아니게 오던이 나고、지혜가 늘고、생각하는 것이 많아지여 일반 성년 남자나 별반 다름 없을 정도로 어른스러워 지였다。강철과 화약이 그를 옹글진 올벼의 알 처럼 익혀 놓은 것이였다。

밤도 늦고、게다가 추석날이고 하여「자위단」은 평소 보다 경계를 늦추었는지、성길이는 별로 힘 들이지 않고-엎데거나 기거나도 하지 않고 쉬헐히 자기 집에 접근할 수 있었다。

달 빛에 처마가-이미 누런 빛으로 변해버렸을 뿐만 아니라 구멍이 군데군데 숱하게 뚫린、그래도 원래는 희였던 문창에다-그림자를 지워 주는 집、그 집에서는「드렁 컥컥、」「씨익 쿠루룩……」하고 코 고는 소리가 야단스럽게 났다。

「성이 저렇게 코를 고는가?」생각하고 성길이는、「마구 깨우문 놀아겠지? 소리를 지를런지두 몰라!」

하나 그것은 필요 없는 념려였다。그 코 고는 소리는 쌍가마한테서 나는 것이 아니였기에。

조심조심 마당 안에 발을 들여 놓던 성길이는、달 빛에 하반신 만을 내여 놓고 상반신에다는 버드나무가 땅에 지우는 그림자를 덮어 쓰고、곤들아져 잠이 든 사람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는 놀라서 발 뒤축을 쳐들고 두어 발자국 뒤로 물러 났으나、그 사람이 좀체 깨여날 것 같지 않은 것을 보고는 약간 마음을 가라 앉히고、들었던 발 뒤축을 다시 살며시 내려 놓았다。그리고는 살금살금 다가 가 그게 누군가를 알아 볼 작정을 하였다。

두껍게 두꺼운 입술、넙디디한 코……아、최원갑이!-모주에 취한 돼지 처럼 세상 모르고「푸룩 컥컥」거리는 그것은 뜻 밖에도「자위단」「분단」장 최원갑이였다。

그뿐이랴、헤적하니 벌어진 그 자의 저고리 밑에는 가죽 케-쓰 밖으로 삐이죽 손 잡이를 내여 민 권총이 있잖은가!

그것을 본 성길이의 조꼬만 가슴은 터질 것 같이 뛰기 시작하였다。겉잡을 수 없는 모험에의 욕망이 그를 밑 없는 수렁이나 처럼 억세게、꼼짝 못하게 잡아 끄을었다。빨아 들이였다。

그래 이것 저것 생각하여 볼 여지도 없이 성길이는、한 무릎을 꿇고 허리를 꼬부리고 그리고 손을、자꾸만 떨리여 말 들어 주지 않는 손을 권총에 가져다 대였다。

집안에서「쿨룩쿨룩」하는 기침 소리가 나더니 이어서 쩝쩝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났다。

이 때、쌍가마는 자지 않고 그냥 누어서 눈을 껌벅거리며 자기의 모자라는 머리로 오래 보지 못한 아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술이 곤드레만드레 취한 최원갑이가 저 자는 집을 찾아 간다는 기 방향을 잘못 잡고、엉뚱한 데로 들어 와 문을 열라고 하는 바람에 쌍가마는 들었던 잠을 깨친 것이였다。

래원: 인민넷-조문판 (편집: 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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