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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넷 조문판>>김학철>>《항전별곡》

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항전별곡》(22)

2016년 05월 19일 14:11【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유물론자의 기우제

최채서껀 몇몇 친구들은 태항산에 들어온 뒤 얼마 오래지 않아서 천연으로 된 훌륭한 수영장소 하나를 발견하였다. 반공에 솟은 석벽밑에 많은 내물이 고여서 이루어진것인데 한복판은 물의 깊이가 길이 넘었다.

그들은 오랜 가물끝에 물을 본 오리떼처럼 앞을 다투어 옷들을 벗어 내동댕이치고 물속에 뛰여들어가 씻고 헤고 자맥질하고 하였다. 허나 그들은 곧 다음과 같은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게 되였다. 즉 그들이 불시에 뛰여드는 바람에 물속에서 한유하던 거물급메기—여메기들이 놀라서 이쪽저쪽으로 갈팡질팡을 한것이다. 그놈의 여메기들은 개개 다 크기가 거물급이라고 형용을 하는것도 오히려 부족할만큼 무지무지하게들 컸었다.

최채는 난생처음 그렇게 큰 괴물들을 눈앞에서 보고 슬그머니 무섬증이 나기는 하였으나 다른 물덤벙술덤벙 장난군들이 환성을 올리며 날뛰는 바람에 덩달아서 휩쓸려들어가게 되였다. 뒤죽박죽으로 포위토벌작전을 벌린 끝에 장난군들은 그예 무지스럽게 큰 여메기 두놈을 붙들어내고야말았다.

당시의 태항산은 술도 없고 소금도 없는, 더군다나 입쌀이나 맛내기 같은것은 보고 죽을래도 없는 고장이였다. 해도 그런것쯤은 이들 산아귀들의 맹렬한 식욕에 추호의 영향도 끼치지는 못하였다. 그들은 식인종들처럼 벌거벗은채 내가 모래톱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서 그 두마리의 어획물을 기분 좋게 다 구워먹어버렸다. 기분이 좋을 밖에!

허나 어찌 알았으리, 그때 린근마을에 사는 농민 하나가 먼발치에 서서 이 야단스러운 모꼬지를 유심히 엿보았을줄을.

알고본즉 그 소속의 메기, 여메기들은 춘추(春秋) 진문공(晋文公) 당년부터 세세상전으로 당지 토배기농민들에게 비, 는개, 눈, 우박 따위를 좌우하는 하늘의 수도관리국장—룡왕님으로 보호와 존숭을 받아왔었다. 하여 그들은 요절이 무엇인지, 비명횡사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살았으며 따라서 개개 다 천명을 누릴수 있었던것이다. 그들이 체포니 고문이니 전쟁이니 학살이니 하는따위의 “문명”적행위와는 아무러한 인연도 없는 세외도원에서 유연자득하여 기름이 지고 살이 찌는 원인이 바로 거기에 있었던것이다. 그러므로 최채들의 돌연적습격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미증유의 일대 재액이 아닐수 없었다.

최채들은 룡왕의 고기를 흡족하게 포식들 하고나서 무사히 하루밤을 지내였다. 한데 이튿날 점심시간에 예상 못한 후과가 나타났다. 박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장내를 둘러보며 묻는것이였다.

“어제 저아래 소에 나가서 메기를 잡아먹었다는게 누구요?”

최채는 그 묻는 말에서 심상치 않은것을 감촉하고 마지못해 일어나 기여들어가는것 같은 목소리로

“접니다.”

대답은 하면서도 웬 영문을 몰라서 좀 어리둥절하였다.

“또 누가 있소?”

최채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입을 함봉하였다.

“대여섯 되더라고… 마을사람들이 주둔군사령부에 등장을 갔단 말이요.”

어제 그 식인종아귀들이 마지못해 하나씩 둘씩 여기저기서 일어섰다.

“식사가 끝나는 길로 내게로들 좀 오시오.”

박대장은 웅긋쭝긋 서있는 룡고기추렴군들을 둘러보며 안온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인제 그만 앉아서 식사들이나 하시오.”

메기잡이에 기세를 올렸던 어제의 용사들이 도로 앉아 밥을 먹기는 해도 입맛들을 잃어서 밥이 모래알처럼 깔깔했을것만은 의심할바 없는 일이다.
“동무들은 군중규률을 위반했소… 영향이 아주 좋지 못하오.”

대부에서 박대장은 여메기를 잡아먹은 친구들에게 엄숙히 말하였다.

“아까 오전에 내가 려단사령부에 일을 보러 갔을 때 려단장이 친히 내게다 귀띔해준 말이요. 그가 비록 웃으면서 넌지시 깨우쳐주기는 했지만서도 나는 송구해서 몸둘바를 몰랐었소. 모르고들 한 일이니까 더 말은 않겠소만… 금후에는 각별히 명심들 해주기 바라오. 민중이 아직 각성을 못했으니 어떻거우, 유심론의 시장은 아직도 넓단 말이요.”

룡고기를 잘못 먹은 아귀들은 모두 자라목이 되여서 어떤축은 몰래 혀까지 내두르며 천천히 대부에서 물러나왔다.

일은 그것으로 일단락을 지은것 같아보였다. 그런데 웬걸! 심청이 워낙 바르지 못한 룡왕님께서는 그예 최채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고야말 작정인상싶었다. 그는 자기의 유심론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 온 여름 단 한방울의 비도 내려보내지 않을 작정으로 천상의 수도꼭지를 아주 닫아버렸던것이다. 까짓거, 땅우의 곡식이야 되건말건 저하고는 상관이 없으니까.

그러나 단 하루도 낟알이 없이는 살수 없는 백성들은 죽을 지경이였다. 속들을 지글지글 끓이며 꼬박 한달을 기다렸어도 새파란 하늘에는 병아리 반쪽만한 구름 한점도 보이지를 않았다. 그러니 할수 없게 된 백성들이 어째 룡왕님께서 노염이 나서 버력을 내리시는거라고 생각을 안하게들 되였는가. 살아서 펄펄 뛰시는걸 마구 잡아서 구워처먹지들 않았는가!

그 결과 필연적으로 기우제를 지내게들 되는데 가근방 촌백성들의 사활을 좌우하는 문제라고 보아지는 까닭에 거기에는 추호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아니되였다.

하여 조직에서는 아래와 같이 결정하였다. 즉 촌백성들을 안무하기 위하여 함부로 룡왕님을 잡아서 구워먹은 죄인들을 기우제에 참례시켜 속죄를 하게 한것이다. 가련한 신세가 되여버린 그 몇몇 유물론자들은 검다희다 말이 없이 그저 예예 하라는대로 할 밖에 없었다.

최채는 두손에 향연이 가물거리는 향로를 받들고 빈틈없이, 착실히, 비빌이행렬을 따라서 산에 오르고 또 산을 내리고,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서 국궁하고 절하고 또 무엇하고 무엇하고 갖은 머저리노릇을 다하였다. 제정신없이 그렇게 반나절을 하고나니 죽을 지경일 밖에. 하여 그는 속으로 굳게 맹세하기를—(또다시 메기고기를 먹으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어물전에서 파는것도 안 먹을테다. 젠장할, 그 잘난걸 좀 얻어먹고 이게 그래 무슨 놈의 망신이람!)

래원: 인민넷 (편집: 김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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