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혁의 독서칼럼 (7)
징글벨이 울릴 때—오 헨리의 명단편 “매치의 선물”
2012년 12월 24일 10:05【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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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양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면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 바로 오 헨리의 “매치의 선물”이다.
지독하게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있는 부부의 사랑의 이야기이다.
…매치는 소중한 긴 머리채를 잘라 팔아 크리스마스선물로 남편의 금시계줄을 산다. 한편 남편은 대대로 물려받은 그 소중한 금시계를 팔아 안해의 아름다운 머리를 치장하기 위한 빗을 크리스마스선물로 준비한다. 서로의 선물꾸러미를 헤치는 순간,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소설속 주인공들은 물론 독자들은 당혹감으로 허둥거리게 된다.
책을 놓은 그 다음 독자들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장 귀중한것은 무엇인지? 하는 궁극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특별할것 없는 이야기 같지만 그 반전의 이야기는 가족을 위한, 사랑을 위한, 서로를 위한 값진 희생이란 무엇인지 생생히 보여준다. 받는것보다 주는것이 더 아름답고 행복한 일임을 환기시켜준다.
저자 오 헨리는 1862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그린스보로에서 태여났다. 원명은 윌리엄 시드니 포터, 세살적에 어머니를 잃고 알콜중독자 아버지밑에서 자랐다. 어려운 가정환경속에서 그는 안해본 일이 없었다. 재직하였던 은행에서 계산실수를 범했다는 리유로 고소돼 수감생활을 하게 된 그는 9살 난 딸을 위해 펜을 잡았다. 공모전에 당선돼 딸의 학비라도 벌어볼 생각이였던것이다. 그는 딸에게 자신의 수감생활을 숨기기 위해 간수의 이름을 빌려 작품 “휘파람 부는 딕의 크리스마스 스타킹”을 발표했다. 그 이름이 바로 미국문학사에 한획을 그은 작가로 우뚝 선 오 헨리였다.
1901년 출소후 뉴욕에서 창작에 매진, 그동안 얻은 풍부한 경험과 일화들을 바탕으로 “마지막 잎새”를 비롯한 300여편의 단편소설들을 발표했다.
건강악화로 마흔여덟나이에 사망했으며 사후 8년 뒤인 1918년에 오 헨리 문학상이 제정되였다. 그후 오 헨리문학상은 매년 그해 최고의 작가에게 수여되는 영미문학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자리매김되였다.
오 헨리는 모파쌍, 체호프와 더불어 “세계 3대 단편소설 작가”로 불린다. 모파쌍의 영향을 받아 풍자, 애수에 찬 화술로 평범한 미국인의 생활을 그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에서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반전의 결말로 농숙(浓熟)한 기교를 보여준다. 작품의 마지막에 와서 작품 전체를 관통했던 조용함이 깨지는 순간 가슴을 두드리는 파렬음으로 독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하여 창작에서 "오 헨리식 결말"이란 기법마저 나왔다. 압축과 긴장, 극적 반전, 생에 대한 촌철살인의 통찰은 오 헨리의 단편만이 보여주는 소설미학이다.
그의 글의 결말은 반전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생에서 반전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밑바닥 삶을 바탕으로 다양한 내용의 작품을 쓸 발판을 제공했다. 외롭고 비참하게 살았던 그였지만 자신을 벼랑끝까지 몰아세웠던 세상과 운명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담담하고 따스했다.
그의 과거는 불행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의 많은 작품들을 감상하며 그 아름다운 작품들로 인해 희망과 살아갈 용기를 제공받고있다. 오 헨리의 작품은 그 부피의 미소함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우리의 가슴에 따뜻한 기운을 선사하는 크리스마스선물꾸러미 같은 글들이다. 그리고 그속에 흐르는 따뜻한 휴머니즘은 블루칩처럼 건전하고 방대한 내용으로 여느 장편소설 못지 않은 크고 깊은 감동을 우리에게 주고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당금, 따뜻한 겨울을 맞고싶은 추운 이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그 소설의 행간에 숨어있는 따뜻한 낱말, 그리고 이야기들은 날카로운 겨울바람을 멈춰세우고 차가운 눈발의 란무를 잠재우며 미구에 다가올 봄날 같은 희망의 온기로 추위에 시르죽은 당신의 온몸을 감싸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