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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정음문화칼럼123] 민족의 얼과 교육의 과제

허명철

2019년 03월 19일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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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우리는 가족을 단위로 하는 일상생활 속에서 생활례법을 비롯한 민속을 익혀왔고 민속은 우리에게 하나의 법으로 인지되였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우리들이 지적인 호기심이 담긴 "왜 이렇게 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에 어른들은 항상 "이것이 법이다"고 에누리 없는 대답으로 일축하였고 왜 민속이라는 이 법을 지켜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너는 조선족이기 때문이다"는 ‘묻지 마’식의 대답이 고작이였다. 육체와 령혼의 합일체인 내가 "조선족이다"고 하는 것은 두 가지 요소, 즉 민족의 피줄을 이어받아 태여난 육신이고 나의 령혼심처에 민족의 얼이 숨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너는 조선족이기 때문"이라는 리유 하나만으로 무조건 지켜야 했고 따라야만 했던 민속이 말 그대로 일종의 ‘습관법’으로 각인될 수 있었고 민족구성원들의 무의식적인 행위로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상술한 소박한 론리는 민족과 민속의 직접적인 련관성을 의미하고 있으며 민속에는 우리민족의 그 어떤 고유의 정서 내지 생활철학이 담겨져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민속이 하나의 전통으로 전승되여올 수 있었고 또한 시대적 요소의 영향으로 변용된 양상을 보여왔었지만 여전히 하나의 ‘법’으로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민속행위 및 의례 내면에 민족고유의 가치 또는 정신이 내재되여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내적인 가치가 바로 민족의 령혼이고 민족의 정신이며 민족의 얼이라 하겠다.

이번 인대 및 정협회의 기간 습근평 총서기는 정협 제13기 2차 전회에 참석한 문화예술계, 사회과학계 위원들과의 좌담에서 한 국가, 한 민족에게 있어서 령혼이 없어서는 안되며 문화문예사업과 철학사회과학사업은 민족의 뿌리를 키우고 령혼을 만들어가는 사업이라고 지적하였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우리는 전형인물을 부각시키면서 ‘무혼’ 또는 ‘군혼’을 구가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렇다면 중국의 한 개 소수민족으로 있는 우리민족의 령혼은 무엇일가? 필자는 이러한 물음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다.

일상에서 우리는 령혼을 얼이란 낱말로 표현하기도 하며 ‘얼빠진 사람’이라는 용어도 자주 사용한다. 사람이 령혼과 육체의 혼합체라고 할 때 ‘얼이 빠졌다’는 것은 결국 사람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되며 아울러 인간에게 있어서 령혼 즉 얼이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가를 시사해주기도 한다. 한 개인에게 있어서 그럴진대 개개인이 모여 이루어진 집단 또는 공동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민족이 한개 집단공동체로 존속해나가려면 이 공동체를 결속시킬 수 있는 혼이 있어야 하며 민족공동체로서의 얼이 있어야 한다. 민족의 혼 또는 얼은 그 집단의 정신이고 뿌리이며 레비 스트로스가 말하는 ‘신화’ 또는 융이 말하는 ‘원형’ 또는 집단적 ‘무의식’에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으며 민족고유의 생활양식과 삶의 철학과 가치관의 근저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뿌리에 기반하여 우리민족은 단군신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홍익인간 정신, 신라시기의 화랑정신, 조선시기의 선비정신 등등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와 정신을 창출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족교육을 성찰해본다면 오늘날 우리들이 자랑하고 있는 민족교육도 방향성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다가온 것 같다. 민족교육은 민족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면서 후세들에게 지식을 가리키는 것만이 아니며 민족의 력사와 문화지식을 가르치고 생활민속을 습득시키는 데만 그쳐서도 안된다. 민족교육을 통해 민족의 혼을 심어줌으로써 ‘나는 누구냐’하는 자아정체성을 자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의 령혼 심처에는 무의식적인 상태로 잠재되여있는 민족적 혼이 있다. 일례를 든다면 우리에게는 화랑도라는 것이 있었고 정신적 추구와 수련방식이 있다. 이러한 화랑정신의 소유자였기에 우리는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고 ‘림전무퇴’의 정신을 과시하였으며 어려운 생활여건 속에서도 항시 농악을 즐기는 락천적인 삶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또한 이 같은 강인함과 락천적인 정신의 소유자였기에 우리는 전반 이주시기에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주민족의 꿈을 이루어왔으며 세인에게 민족의 위대한 정신과 찬란한 문화 무궁한 저력을 과시해왔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또한 ‘현묘지도’라고 하는 ‘풍류도’정신이 있기에 다양한 외래문화를 소화해낼 수 있었으며 이들 외래문화요소를 우리민족문화가 생성할 수 있는 문화토양으로 활용하였다. 우리는 또한 학식과 인격을 겸비한 지식인을 존중하여 선비라 불렀고 재물과 권세에 초연하고 학문과 덕행과 사회정의를 귀하게 여기고 추구해 오는 이른바 선비정신을 창출해내였으며 이러한 선배정신은 후세가 본받아야 할 인격상으로 되였고 거족적인 교육열을 불러일으키는 데 동력으로 되였다. 어찌 보면 우리들의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행해왔던 행동과 가치추구의 배후에는 민족의 얼이 항상 숨 쉬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 현대화라는 슬로건하에 현대성의 거센 충격으로 서구식 현대문명만을 쫓아다니다 보니 오히려 자체민족의 혼이 숨쉬고 있는 민족문화를 외면시하는 모습들이 우리사회 구석구석에서 드러내고 있다. 어찌 보면 현대판 ‘위기탈출’을 재현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차례 민족의 얼을 살리는 계몽교육을 실시할 필요성이 절실히 제기된다. 이에 호응하여 학교교육은 물론 민속연구에 있어서도 재현의 민속, 해석의 민속, 발굴의 민속에서 벗어나 민속을 문화와 정서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일상화하여 민속이 우리민족에게 부과되는 의미와 가치를 살려야 하며 이들 민속이 민족경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의 지위와 역할을 부각시킴으로써 우리가 력사적으로 창출하고 전승해왔던 민족의 얼을 되살리고 민족문화 창달을 거듭해나가야 한다.

래원: 인민넷-조문판(편집: 김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