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19)
2016년 12월 13일 14:57【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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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신의 혈관이 금시로 뜨겁게 달아나는 것을 감각하였다。그래 이것 저것 고려할 사이 없이 그는 세운 한 쪽 무릎 위에다 이슬에 젖은 총을 올려 놓았다。
여울진 데까지 다 와서 그 잡혀 가는 사람은 고개를 들어 자기가 온 길을 돌아 보았다。아직 채 다 밝지 않은 때라 얼굴의 표정은 똑똑히 알아볼 수 없었으나、동작과 기타 모든 것을 종합하여 보건대 그의 내심은 몹씨 처량한 것 같았다。
-자기의 사랑하는 마을과 영결을 하는 건가?
배상명이는 잡혀 가는 사람이 얼굴을 자기 쪽으로 돌리는 것을 보고서야 그것이 대평 부락의 농민협회 지부책 안 동무인 것을 알았다。그리고 또 한 번 놀랐다。
「자、앞 서라!」총을 멘 자가 안 동무의 묶이운 팔의 팔굽을 잡아 낚으며 명령 하였다。
안 동무는 선뜩한 물 속에 첫 발을 들여 놓았다。
배상명이가 총 멘 자의 목판 같은 등대기를 겨냥하고 자기 총의 방아쇠를 잡아다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이였다。
깊은 산 속에서 거목의 가지가 쩌개지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총성이、새벽 강 가의 잠 실린 공기를 길게 가르며 나아 갔다。
총을 멘 자는 고꾸라지며 상반신만을 물 속에다 처박았다。몸둥이를 부르르르 마차에 싣고 가는 껍질 벗긴 돼지 모양으로 떨었다。물 속에 처박은 그 자의 대가리 위의 수면에는「꾸루룩、꾸루루룩」소리와 함께 공기 방울들이 떠 올랐다。
안 동무는 물론이지만、두 몽둥이 든「자위단」「단」원도 한참 동안을 멍 하니 그 자리에 버찌르고 서서 눈만 껌벅껌벅 하였다。
그들은 바로 제 옆에서 발생한 일의 의의를 그게 너무나도 돌발적인 것이였길래 리해하지 못하는 것이다。-메고 있는 총을 어떻게 잘 못하여 저절로 오발이 되였는가? 그렇잖으면 이것도 버드나뭇골에서와 마찬가지로 날벼락을 하늘이 때린 것인가?
배상명이는 총의 유정을 열어 새까맣게 끄슨、연기가 몰몰 나는 탄피를 튀겨 내던지고、제 이차의 사격을 준비하였다。
두 번째 총성이 또 일었다。목표를 맞추지 못한、빗나가는 철안이 무겁게 날카롭게、그리고 길게 울었다。
그제야 비로소 자기들이 처하여 있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경우에 생각이 미친、혼비백산한 두「자위단」「단」원은 도망을 치기 시작하였다。
하나는 몽둥이를 집어내 던지고 강 하류 쪽으로、하나는 몽둥이를 든채 강 상류 쪽으로 제각기 걸음아 날 살려라를 불렀다。
「안 동무、나요!」풀수펑 속에서 총을 들고 뛰여 나오며 배상명이가 크게 불렀다。
안 동무는 물 속에 들어 선채 거기서 나오려고도 하지 않고 잠시、크게 뜬、깜박거리지 않는 눈으로 불시에 나타난 자기의 구인을 바라다만 보고 있었다。
얼마만에야 겨우 알아 보고 울음이 섞인、목 갈린 소리로 불렀다。
「위원 동무!」
배상명이는 안 동무의 팔을 묶은 동아줄을 끌러서、때려 잡은 뱀이나 처럼 물 속에다 처박았다。
그리고 죽어 넘어진 자의 어깨에서 물에 젖은 장총을 벗겨 내여 안 동무를 주었다。그리고 독촉하였다。
「자、갑시다! 날이 더 밝기 전에 저 산마루엘、우린、안 동무、기여 붙어야 사우!」
안 동무는 아무 말 없이 그 총을 받아 메고 배상명이의 뒤를 따랐다。
해란강의 물이 피가 섞인 것 마냥 붉어지였다。아침 노을이 동녘 하늘에서 타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거다 붓들렸댔소?」「자위단」의 추격을 벗어나서 어느 정도 안전에 대한 자신이 생겼을 때、배상명이가 물었다。
「근본 집엘 붙어 있지들 못허지요。헌걸 아버지 제삿 날이기에 자정이 다 돼서 모올래 숨어 들어 왔다가、너무 곤헌 김에 잠시 눈을 붙인 기 그만……경각성이 부족했습니다。」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머리를 썩썩 긁으며 안 동무는、자백하였다。해도 구사일생한 사람의 억누를 수 없는 기쁨에 입은 제대로 다물리지를 않았다。
「검、그 자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