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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나+너=?》(1)

도라지 2001년 문학대상

2011년 10월 24일 16:10【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작가 리광수씨의 연극작품에서 한때 성황리에 공연되고 큼직한 상까지 탄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그 연극명이 “도시+농민=?”이다. 지난해에 있은 대학교 동창모임에서 동창생부인이 “나+너=?”란 알아맞히기 문제를 내놓았을 때 어쩔수없이 떠올린것이 리광수씨의 연극 “도시+농민=?”였다. 도시에 진출한 농민들의 희로애락을 그린 리광수씨의 연극을 보면 연극명 “도시+농민=?”의 정답이 나온다. 그 정답이 바로 “도시농민”이다. 그럼 “나+너=?”의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해 가을, 대학교 동창모임이 있었다. 졸업후 15년만에 처음으로 가지는 동창모임이였다. 학교를 떠나 산지사방으로 흩어졌던 동창생들이 D시로 모여들었다. D시를 택한것은 최근년간에 D시에 볼만한 관광지가 많이 개발된데도 있겠지만 동창생중 가장 출세를 한 D시 부시장 한철이가 동창모임에 드는 비용을 전담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동창모임이란 대체로 첫날엔 1차부터 4차, 5차로 이어지는 술자리에서 잔을 들며 회포를 나누고 이튿날에는 관광겸 들놀이겸 야외로 가서 개나 양을 잡아놓고 또 술을 마시고 그렇게 날마다 술에 곤죽이 되고 나면 작별의 인사를 나눌 “최후의 만찬”이 막을 올릴 때가 된다. 사흘동안 D시에서 괜찮다는 식당과 노래방, 다방, 사우나를 전전했는데 한철이는 첫날부터 동창모임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말로는 갑자기 긴급회의가 있어서 성 소재지로 갔다고 했다. 하여 동창생도 아닌 한철의 부인이 남편을 대신하여 우리들과 줄곧 어울려 다녔다. 사실 어울려 다녔다기보다 열심히 안내를 맡았다는것이 더 적합한 표현일것 같다. 수수한 용모에 성격이 활달한 한철의 부인은 시 계획위원회 과장이라고 했다.

마지막 날 저녁 우리는 한철이네 집에서 개를 잡아놓고 “최후의 만찬”을 가졌다. 다른 날과 달리 “최후의 만찬”에는 개개인한테 선물꾸러미가 차려졌다. 선물은 그 지방 특산물인 값비싼 송이버섯이였다.

한철의 부인은 선물을 나눠주기에 앞서 이런 말을 꺼냈다.

“방금 애아버지가 전화를 걸어왔는데 동창모임에 참가하지 못해 아주 유감스럽다고 하면서 약소한 선물이지만 달게 받아주시면 고맙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4년간 고락을 같이 하고 또 15년간 헤어져 서로 만나지 못한 동창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알아맞히기 문제 하나에 담는다고 하셨습니다.”

“알아맞히기 문제?”

동창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집약해서 담았다는 알아맞히기 문제가 대체 뭔지 모두 귀를 앙구었다.

“아주 간단한 문젭니다. 나와 너를 합치면 뭐가 됩니까? 말하자면'나+너=?'”
어쩐지 다시 소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글 첫머리에 밝혔듯이 나는 알아맞히기 문제를 듣는 순간 어쩔수없이 작가 리광수씨의 연극작품 “도시+농민=?”을 떠올렸다.
“잠깐만, 나와 너는 특정된 대상, 말하자면 남자와 녀자라던가 아니면 남자와 남자, 녀자와 녀자, 이런 식으로 무슨 규정이 따로 없습니까?”
누군가 이렇게 묻자 한철의 부인이 말을 받았다.

“따로 없습니다. 나와 너에는 남녀로소가 다 포함될수 있습니다. 나가 녀자이면 너는 남자가 될수도 있고…”

“알만합니다.”

누군가 한철 부인의 말을 잘랐다.

“나와 너가 합치면 남녀의 경우엔 부부가 됩니다. 남자와 남자, 혹은 녀자와 녀자 경우엔 친구가 되고 친구가 아니면 동성련이 됩니다.”

그 말에 집안은 웃음마당이 됐다. 반장이였던 남씨가 웃음마당을 수습하고 말을 꺼냈다.

“이봐, 그런 식으로 풀면 남과 녀의 경우엔 부부만 되는게 아니지. 어떤 경우엔 남과 녀가 합치면 정부가 될수도 있고 또 정사라는 답도 나오지. 이건 다 우스갯소린데 한부시장이…”

“반장님, 한부시장, 한부시장 하지 말고 이름을 부르라구. 말끝마다 한부시장하니 회의에 참가한 기분이라니까…”

“그럼 이름을 부르지. 한철이가 우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알아맞히기 문제에 담았다고 하니 꼭 뜻이 있다고 보오. 내 가 보기엔 이 문제의 정답은 동창생. 동창생인 나와 너가 합치면 어디까지나 동창생이 아니겠소.”

“비슷한데…”

“정답이군 그래.”

남씨가 한철 부인한테 물었다.

“정답이지요?”

“비슷하긴 한데 정답은 아닙니다. 정답은 우립니다.”

“'우리'?!”

“네, 애아버지는 정답은 '우리'라고 했습니다. 그이께서는 지금 세상은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살아가는것이 아니라 우리가 되여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고 했습니다.”

거창한 말이다. 어느 책에선가 보았던 대목이다. 맞다. 어느 책이였던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혁명가의 일생을 다룬 글인데 그 혁명가가 선각자로 되여 대중들에게 무산자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가 나로만, 너가 너로만 있으면 힘이 안됩니다. 나와 너가 뭉치여 우리가 되면 그 힘은 막강합니다.”

이 뜻을 조선의 혁명가극 “피바다”에서는 “싸리나무 한가지는 꺽기 쉽지만 아름드리 나무는 꺽지 못하리”라고 비유했다.

“우리, 그래, 우리가 정답이지.”

남씨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부시장, 아니 한철의 뜻을 알겠소. 우리 비록 산지사방에 흩어져 살아가는 몸이지만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아가지 말고 언제나 더불어 함께 살아가자는 얘기군. 자 그럼 한철의 말을 이번 동창모임의 결속어로 말하자면 페막사로 삼겠습니다. 자, 우리를 위하여!”

모두들 잔을 높이 들고 “위하여”를 합창했다. 그날 “최후의 만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철 부인은 진짜”최후의 만찬”은 다른 곳에 마련되였다고 하면서 우리를 D시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호텔의 노래방으로 안내했다.

초호화판이라도 과언이 아닐상싶은 큰 홀이 “최후의 만찬”장이였다. 으리으리하다고 할가 황홀하다고 할가 북경에 살면서 노래방을 여러 곳 다녀봤어도 그처럼 잘 꾸며진 홀은 보지 못했다. 잘 꾸려진 노래방답게 이름도 “황제노래방”이였다. 한철 부인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우리는 이런 말들을 주고받았다.

“역시 벼슬은 해야 겠다.”

“이번 행사에 꽤나 돈을 쓴것 같은데.”

“시장한테 그까짓게 다 돈이야. 듣는 말에 의하면 연해지방의 자그마한 향의 향장도 하루 저녁 초대비를 몇 만원씩은 쓴다더군.”

“설마 한철이가 공금을 썼겠나.”

“이봐, 자그마한 도시의 부시장 로임이 얼마나된다고 동창모임에 몇 만원씩 척척 내놓겠나. 보나마나 시정부의 접대비를 허물었겠지.”

“공금을 쓰던 무슨 돈을 쓰던 무슨 상관인가. 우리 대접만 잘 받으면 되는거지.”

노래방에서 모두 좌석을 정하자 한철 부인이 키가 훤칠하게 큰 한 사내를 데리고 들어왔다. 두 눈이 이상하게 크고 튀어나온 사내, 눈에 익은 모습이였다. 한철 부인은 그 사내를 우리들에게 소개했다.

“이 분은 일송정그룹의 강덕만회장입니다.”

강덕만, 그래 듣던 이름이다. 맞아, “개구리”다. “개구리”는 강덕만의 어릴 때 별명이다. 강덕만은 나와 한마을에서 자랐고 소학교도 함께 다녔다. 눈이 하도 크고 개구리 눈처럼 툭 튀어나온 상이여서 별명은 “개구리”였다. 중학교로 진학할 때 부모를 따라 시내로 자리를 옮긴 뒤로 나는 그를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몇 해전 들리는 소문엔 강덕만이가 도토리를 외국에 수출해서 짭짤한 재미를 본다고 했다. 도토리장사군이 인제는 그룹의 회장으로 되였다고 하니 어쩐지 상전벽해를 실감하는 듯한 기분이였다. 그 뿐이 아니였다. “강덕만회장을 간단히 소개해 드린다면 강회장은 D시 기업인협회 회장이며 정치협상회의 위원입니다. 솔직히 말씀 드린다면 이번 동창모임에 든 경비는 강회장이 전담한것입니다.”

모두들 박수를 쳤다. 강덕만회장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송구스럽습니다. 형님의 동창생이면 저의 형님들이고 누님들이기에 한번 모시고 싶었을 뿐입니다…”

한철이가 강덕만의 형님이란 뜻인데 강덕만은 나와 동갑이고 한철은 나보다 두살 아래다. 두살어린 한철이가 어떻게 강덕만의 형님이 됐는지… 그것이 몹시 궁금했다.

“즐거운 밤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먼저 노래 한곡 선물하겠습니다.”

강덕만이 선창으로 노래 한곡 뽑았다. 프로급은 몰라도 수준급은 될만했다. 점수가 99점이 나왔다.

“돈 먹은 소리군”

“아니지. 돈 뿌린 소리지.”

돈 뿌리며 노래방에서 다듬어진 소리라는 뜻이다. 노래를 부른 강덕만은 맥주컵을 들고 나한테로 다가왔다. 나도 엉거주춤 일어나 그를 맞았다. 강덕만이 나의 컵에다 맥주를 부으며 나직이 말했다.

“잘못보지는 않았겠는데 너 〈까마귀〉지?”

내 얼굴이 철색이라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 “까마귀”였다.

“그럼 넌 〈개구리〉맞지?”

나와 그는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으스러지게 악수를 나눈후 우리 둘은 말없이 맥주컵을 부딪치고 단숨에 굽을 냈다. 강덕만이가 내곁에 앉으며 나직이 말했다.

“난 너를 한눈에 알아봤다.”

“나 역시. 너 그 눈 지금도 여전하구나.”

“여전하지. 너 역시 얼굴색이 그대로구나.”

“암, 그냥 〈까마귀〉지.”

우리 둘은 흔쾌하게 웃었다. 강덕만이 컵에 맥주를 따르며 물어왔다.

“지금 어디서 뭘하니?”

“북경에서 자그마한 잡지를 꾸리고 있어.”

“어떤 잡진데?”

“북경에 진출한 한국인과 조선족을 상대로 무료 배표하는 자그마한 주간지야.”

“너 어릴때부터 글쓰기 좋아하더니 글쟁이신세 면치못했구나.”

“배운 〈도적질〉이 그건데 하는수 없지.”

“언제 떠나니?”

“다른 일도 볼겸 한 이틀 더 있어야겠다.”

“그럼 오늘 긴 말 하지 않겠는데 래일 저녁 우리 만나자. 오후 5시에 차를 호텔로 보낼게.”

이튿날 오후 5시에 나는 강덕만이 보낸 벤츠 승용차에 앉아 호텔을 떠났다. 승용차는 시내를 벗어나서 개울물이 흘러내리는 골짜기에 접어 들어섰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나의 물음에 운전기사가 말했다.

“산장에 갑니다.”

“산장?”

“네. 강회장이 별장삼아 지어놓은 산장이 이 골 막바지에 있습니다.”

골짜기를 따라 포장되지 않은 길로 올라가니 숲이 우거진 곳에 층집이 나타났다. 층집 겉면은 죄다 통나무를 대서 숲이 우거진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울렸다. 층집이였으니 말이지 단층집이였으면 산에서 흔히 보는 토굴막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차가 산장앞에 이르니 강덕만이 편한 운동복차림으로 나를 맞았다.

“어때 이곳이?”

“공기 좋은데.”

“너, 공기가 혼탁한 도시에서 오염에 찌든 몸이니까 산림욕이나 하라고 이곳을 정한거야.”

산장안에 들어가 보니 벽은 죄다 흙벽이였다. 토굴막에 들어선 기분이였다. 강덕만의 말로는 땅의 기를 받으며 살다가 종당에는 흙으로 돌아가는게 인간이기에 아예 흙집을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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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원: 인민넷 (편집: 김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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