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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소설 《아, 동년》(1)

제1차 "민족문학" 우수창작상

2011년 10월 24일 15:33【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나는 이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다섯 살 난 나의 아들한테서 받았다.

“아버지, 난 해가 좋습니다.”

아침에 유치원으로 가는 길에서 아들은 태양만 보면 이렇게 말했다.

“왜 좋니?”

“따스해서.”

어린 것도 태양의 혜택을 알고 있었다. 그놈도 숨 막히는 기분을 주는 구름 덥힌 하늘보다도 태양이 웃고 있는 맑게 갠 하늘이 좋은 줄 아는지 날씨 좋은 날에는 더 기분이 나서 쉴 새 없이 쫑알댄다.

“아버지, 저 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하늘에 올려놨습니다.”

“왜?”

“날 보라고.”

어린 것이 해를 보니 북경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각나는 모양이다. 한때 나의 아들은 북경에 가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내가 아들을 연길로 데려올 때 나의 부친은 정거장에서 하늘에 걸린 태양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었다.

“운해야, 너 이제 돌아가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고 싶으면 저 해를 보거라. 저 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널 보라고 올려놨다.”

시인인 아버지는 손자한테도 시를 읊고 있었다. 그때로부터 어린 것은 해만 보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올려놨다고 자랑스레 말하곤 했다. 달 보고 임 생각이라더니 그놈은 해만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리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놈에게 있어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태양이었다.

“그럼 아버지와 어머니는 뭘 올려놨니?”

“달.”

“어째서?”

“새까매서.”

어린 것은 달의 혜택도 알고 있었다.

“아버지, 운해는 별입니다.”

“어째서?”

“쪼끄매서.”

어린 것은 밑질세라 우주공간에서 자기 존재까지 찾고 있었다. 나는 아들의 말에서 동심을 찾았다. 사닥다리를 딛고 올라가면 별로 어렵잖게 하늘의 해와 달, 별도 딸 것 같고 비 온 뒤에 비낀 무지개도 좀만 달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동심의 세계는 세속의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 낭만의 세계였다. 하기에 시인의 세계는 동심의 세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동심의 세계가 있었던지? 얼른 대답이 나가 주지 않았다. 대답을 고르노라니 어쩐지 북경에서 열린 세계영화관람회의에서 본 외국영화 한 편이 생각났다. 그 영화 제목이 무엇이던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영화에 담긴 화폭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영화는 꼽추인 주인공의 생애를 통하여 제2차세계대전 전후의 썩고 병든 독일 사회를 여실하게 그려 보였다. 영화 앞부분엔 이런 장면이 있다. 영화주인공의 세 돌 생일날,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과 트럼프를 논다. 마룻바닥에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나어린 주인공은 남자 손님들의 발이 자꾸 탁자 밑으로 자기 어머니의 사타구니로 가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어머니의 기색을 살핀다.

어머니는 여전히 즐겁게 웃으며 트럼프를 논다. 나어린 주인공은 차마 더는 남자 손님들의 발이 자기 어머니의 사타구니로 나드는 것을 볼 수가 없어 지하실로 내려간다. 층계에 서서 깊은 지하실을 내려다볼 때 나어린 주인공의 내심 독백이 화외음으로 울린다.

‘세계란 정말 더럽고 추잡하구나. 이런 세계에서 내가 이제 자라서 어른이 되겠지. 더러운 세계에서 고통스레 자라기보다 아예 영영 자라지 말고 언제까지나 깨끗한 동심의 세계에서 살아야지.’

영원히 자라지 말자고, 영원히 동심의 세계에서 살자고 나어린 주인공은 층계에서 굴러 떨어진다. 소원대로 그는 영영 키가 자랄 수 없는 꼽추가 된다. 그러나 사회는 그더러 영영 동심의 세계에 머물러 있게 하지 않았다. 키는 비록 세 살 먹은 아이들만 했지만 나이는 자꾸 늘어갔다. 그럼에 따라 이성을 그리게 됐고 그로 해서 쓴맛도 보고 나중에 그는 자기가 사모하던 처녀 식모가 자기 아버지한테 강간당하는 것을 보고 결연히 집을 떠난다. 독일 파쇼군의 꼽추예술단 배우로 된 그는 전선에서 두 번째 연인인 꼽추 처녀의 죽음을 보게 되며 독일 파쇼의 멸망을 보게 된다.

영화는 전쟁이 끝나 집에 돌아온 주인공이 자기의 계모(일찍 그가 사모했던 처녀 식모)가 낳은 아이를 안고 독백할 때 끝난다. 그 독백은 이러하다.

‘내가 영원히 동심의 세계에서 살자고 스스로 꼽추까지 됐지만 결국 동심의 세계에서 살지 못했다. 바라건대 꼭 너만은 동심의 세계에서 살아라.’

동심이 없는 세계에서 처참하게 저물어 간 인생에 대한 탄식도 탄식이려니와 아직은 눈에 웃는 태양과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만 담고 있는 새 생명에 대한 기대는 또 얼마나 절절한가. 그것은 온 생애를 다 바치고서야 마침내 얻게 된 생의 부르짖음이었고 후세에 남기는 유일한 유산이었다.

나 역시 그런 부르짖음을, 그런 유산을 아들에게 주고 싶었다. 내 아들은 지금 동심의 세계에서 산다. 그 애의 세계에선 해가 웃고 달이 웃고 별이 웃고 있다. 언젠가 한때는 나에게도 그런 동심의 세계가 있은 것 같다. 그러나 그 세계는 얼마 오래가지 못했다. 해가 떨어지고 달이 조각나고 별이 자취를 감추었다. 빛이 없는 세계, 동심이 사라진 세계는 말 그대로 암흑의 세계였다. 아주 끝장이 난 동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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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원: 인민넷 (편집: 김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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