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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해와 달》(1)

"연변문예" 문학상

2011년 10월 24일 15:15【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오늘은 일요일이다. 몇 달 만에 어쩌다 나한테 차례진 일요일, 아니 가족들과 휴식의 한때를 즐기려고 내가 쟁취해 온 일요일이다. 하기에 어린 딸애의 앵두빛 뺨엔 달리아 꽃이 활짝 피었고 아내의 거울빛 밝은 눈엔 보름달이 돋았다. 내 마음도 즐거운 기분에 떴다.

내 나이 사십대 미만, 이제 한창 중년 계열에 끼우자고 신청서를 드릴 그 나이에 나는 듣기에도 어마어마한 부시장이란 직함을 갖고 공청단 시위원회 사무실에서 시장 사무실로 옮겨 앉았다. 그날부터 나에겐 일요일이 없었다. 이 몇 달째 나는 눈부신 조명등빛을 온몸에 독차지하고 무대에 처음 나선 독창가수와도 같았다. 사람들은 나한테 초점을 박았다.

그 속엔 나한테 기대를 보내오는 신뢰에 찬 눈길이 대부분이라면 나의 사업적인 패기와 사람 됨됨을 가늠하려고 저울추를 달고 보는 눈들도 적지 않았고 아양 어린 웃음 뒤에 질투와 시기가 숨은 눈과 아예 감춤 없이 조소의 찬 빛을 번뜩이는 눈도 없지 않아 있었다. 어쨌든 나는 벼슬에 비해 나이가 젊은 것으로 하여 사람들의 인기를 모았다. 하기에 나는 은근히 조심성을 앞세우면서, 사업심에서 용솟는 패기의 고삐를 늦출 대로 늦추면서 일을 펴나갔다. 연설을 하고 기층단위 지도자들을 만나보고 사업회보를 듣고 형식상으로는 반복되나 질적으론 나선식의 진전을 보여주는 사업연구회의, 현지실정조사, 이 소용돌이 속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돌아치다 나니 몇 달째 안락한 가정 분위기 속에 잠겨 본 적이 없다. 아내가 풍겨주는 상긋한 분내와 크림 내를 향수하지 못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어린 딸애의 귀여운 모습마저 잊혀질 지경이었다. 사실 나는 부시장이 된 후 아내에게는 남편이 돼 주지 못했고 어린 자식에게는 아버지가 돼 주지 못했다. 오죽하면 어젯저녁에야 집이라고 들어온 나를 보고 아내가 “전 이젠 남편을 잃고 밖에 나도는 부시장을 섬기게 됐어요.” 라고 웃음 어린 눈에 이슬을 달고 말했겠는가. 그때 어린것도 한 추렴 들었다.

“아버진 나빠. 언제나 시내 주위에서 뱅뱅 돌면서도 집엔 들어오지 않구. 어제는 외할머니 있는 촌에 있으면서도 오지 않았죠?”

어린 것이 말하는 외할머니 있는 촌이란 우리 집에서 약 2리쯤 떨어진 교외 마을인데 확실히 난 어제 그곳에서 여름철 남새공급 문제를 가지고 현지회의를 열었었다.

“연이야, 넌 어떻게 아느냐?”

“히, 난 아버지가 날마다 어디서 뭘 하는지 다 알아.”

어린 딸애는 쪼르르 책상 앞으로 뛰어가더니 서랍 안에서 원고지 열댓 장을 꺼내 들고 읽어 내려갔다.

“‘1984년 1월 20일 서호길 부시장은 동명촌에 와서 중공중앙 1호 문건정신을 시달하였다. 그는 남새재배 전문호와 중점호들을 몸소 찾아보고 그들과 상품화 생산규모를 더 늘일 데 대하여 좌담을 가졌다.’ ‘1984년 2월 8일 서호길 부시장은 남산 기슭에 가서 젖가루 가공공장을 앉힐 터전에 첫 삽을 뜨셨다.’ 아버지 어때요, 히-”

“허허허……”

“또 있어요. ‘1984년 3월 6일 서호길 부시장은 북교향 공소합작사에 와서 농부산품 구입과 판매의 유통 영역을 넓힐 문제를 가지고 참모회의를 열었다.’ ‘1984년 3월 20일 서호길 부시장은 동산촌에 와서 청년문화실을 잘 꾸릴 데 대하여 보귀한 지시를 주고 몸소 필을 들어 한 여청년이 쓴 시를 수정해 주었다.’ 아버지 여기 또 있어요. 더 읽을까요?”

“그만해라. 연이야, 그 원고는 어머니가 가져왔지?”

“네, 어머닌 내 통신원이예요, 히히.”

어린것의 말에 아내는 웃으면서 나한테 말했다.

“통신원들이 보내오는 원고들은 오는 족족 집에 가져왔더니 저앤 나를 아주 통신원으로 아는구만요.”

그러고 보면 시 방송소 편집일꾼인 아내가 집에 와서는 딸애에게 나의 종적을 알려 주는 통신원으로 된 셈이다.

“그래 이런 원고들이 방송에 나갔소?”

내가 묻는 말에 아내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왜?”

나는 입가에 안도의 웃음을 떠올리면서 넌지시 물었다.

“제가 깔아 버렸어요.”

“그건 왜?”

나는 웃음을 띄운 채 재차 물었다.

“왜 절 떠보려는 건가요? 듣자니 당신은 이미 우리 방송소 소장 동무와 말이 있었더구만.”

아내는 살짝 눈을 깔았다.

“그럼 박 소장의 말을 듣고 원고를 깔아 버렸겠구만.”

“아니, 전 그 말이 있기 전에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허, 대담한데.”

“당신의 성격을 보아 어느 때든 꼭 그런 분부가 내릴 것 같은 예감이 들더군요. 당신 말마따나 부시장은 사업지도를 나간 공작원이지 절대 통신원들의 원고에 오르는 보도대상은 아니니까요.”

“과시 이 호길의 아내답군.”

“말 같잖은 말, 제가 언제 아내답지 않던 때가 있던가요? 부부 소견은 같다고 해야죠, 호호호……”

“아니, 영웅의 소견은 같다고 해야지, 하하하.”

정찬 웃음이 오고 간 뒤 아내가 받쳐 올리는 약주는 나의 허파를 들큰하게 해 주었고 어린 것이 내 무릎에 앉아 손뼉을 치며 부른 노래는 나의 입가에 어버이다운 웃음이 실리게 하였다. 어쨌든 나만이 누릴 수 있는 감미로운 저녁이었다. 분홍빛 밤이었다.

단란한 가정 분위기는 밖에서 지친 몸의 피로를 가셔 주는 영단묘약이라고 누군가가 한 말이 도리가 있는 것 같다.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을 맞으니 몸이 거뿐하고 기분이 상쾌하다. 오늘 우리는 가족들놀이 삼아 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하기에 내나 아내나 어린것이나 모두 명절을 맞을 때 같은 즐거운 기분으로 들떴다.

나는 기분 좋게 문을 열어젖히며 배란다로 나왔다. 젖빛 아침 안개로 얼굴이 붉어지도록 닦고 솟아오른 아침 해가 나를 반겨 맞았다. 해는 웃고 있었다. 해롱대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일까, 그윽한 정이 담긴 여인들의 뜨거운 미소랄까 해는 아낌없이 웃음을 선사했다. 나는 광명의 천사를 향해 한껏 기지개를 켰다. 아침 햇살은 나의 몸을 휩싸며 부드럽게 애무해 준다. 순간 나는 대학 시절에 읊은 시 한 수가 문득 떠올랐다.

나는 태양

온몸을 불태워

빛을 낸다 열을 낸다

새날을 밝히고

만물을 키우며

빛을 뿌린다 열을 토한다

언제나 빛나고 있기에

언제나 불타고 있기에

나는 청춘의 태양!

실로 누구 말마따나 기분이 시를 낳는다더니 오늘 내 경우가 그런가 보다. 어쨌든 즐거운 아침이다.

【2】 【3】

래원: 인민넷 (편집: 김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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