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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이 살아남으려면 민족문화를 공유할 수 있어야

2011년 07월 26일 14:52【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21세기에 조선족사회가 살아남는 길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가는 길밖에 없다.

그동안 조선족은 경제적 수입의 증가를 위해 집중거주 지역에서 중국의 대도시들과 해외로 진출하게 되었다. 192만 조선족인구 중 70%이상을 차지하는 150여만 명이 화남지역, 양자강하류지역, 화북지역, 동북지역, 황하중하류지역 대도시들과 한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 외국으로 흩어져나갔다. 이제 조선족은 명실 공히 글로벌민족으로 되었다.

흩어져버린 조선족사회가 하나의 민족사회로 생존하려고 한다면 부동한 자연환경과 문화 환경에 노출되어있는 민족구성원들이 계속 조선족문화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조선족의 민족 정체성과 전통적 가치관을 유지해가야 한다. 분산된 조선족사회를 유지하는 대안으로 일부학자들이 ⟪离散 유대인⟫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한 ⟪디아스포라(Diaspora)⟫민족론을 제시하고 있다. 혈통과 언어가 바뀌어도 디아스포라가 하나의 민족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된 데는 끈질기게 작용해온 유대교가 디아스포라들의 민족정체성과 전통적 가치관의 기반으로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강한 결집력을 가진 민족종교가 없는 조선족사회에 디아스포라는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그 어떤 이론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차원에서 민족교육체계의 붕괴, 민족문화영토의 상실, 출산인구의 기하급수적 감소 등 여러 가지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출생된 조선족 아기수는 도합 136,585명인데 10년 전(1981-1990)의 329,207명에 비해 60%가 줄어든 실정이다. 민족을 나무에 비한다면 10년 동안 뿌리가 60% 나 잘린 샘이다. 민족공동체를 이어가야 할 후계인구가 없어지고 있다. 출산인구가 감소되고 있는 원인은 농촌출신 조선족 총각들이 장가를 못가기 때문이다. 국외로 시집가는 여성들과 도시로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총각들이 장가가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이 어려워졌다. 교육위기, 문화위기도 출생인구의 급격한 감소 때문에 발생된다. 태어나는 애기가 없어 학생이 없어지고 따라서 조선족학교가 무너지고, 우리말 배우는 학생이 없어지니 조선어가 위축되고, 우리글 신문, 잡지 보는 사람도 점점 적어져 신문, 잡지도 문을 닫게 된다. 여기에서 근본 원인이 출산인구의 감소인 것이다.

연변조선족인구의 기하급수적 감소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연변조선족자치주 정부는 2000년과 2002년에 《연변조선족인구 마이너스 성장문제 대책회의》를 2차례 걸쳐 개최하였다. 회의에서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족인구 마이너스 성장문제》 해법을 위한 특별과제를 설립함으로서 조선족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였다. 중앙정부와 성, 자치주 관계부문 영도들과 행정인원 그리고 전문가들로 조직된 프로젝트 담당 기구가 설립되었고 2003년 11월까지 정부차원의 정책건의가 마련되었다. 조선족인구의 감소문제는 국가차원의 특별정책제정도 중요하지만 조선족공동체가 직면한 사회경제, 교육, 가치관 등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풀어나가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연변 조선족자치주정부의 정책적인 배려로 2006년부터 조선족의 1가족 2자녀의 비례가 증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산재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대책이 있어야 된다. 총각들에게 기술 교육을 시켜 농촌이든 도시든 관계없이 돈을 벌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 돈이 있으면 결혼 할 수 있고 출산도 늘 수 있다. 조선족 출산인구의 회생을 위해 우리는 조선족공동체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된다.

민족문화의 문제는 민족교육, 민족문화예술, 언어 등을 포함해서 생각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교육문제이다. 1996년에 존재했던 1200여개의 조선족학교가 2005년에 와서 400개로 줄어들었다. 조선족학교가 줄어드는 속도는 조선족 출산인구의 감소속도와 거의 맞먹는다. 조선족들이 도시에 모이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에서 민족교육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도시공립학교의 인적자원과 공간을 이용하여 민족교육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1999년에 우리는 북경의 중앙민족대학 부속소학교에 120명의 조선족 학생들을 입학시켜 정규교육과 민족교육을 접목시키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오전에는 정규교육을, 그리고 오후에는 민족어교육을 받게 하여 훌륭한 교육의 효과를 거뒀다. 그리고 우리는 도시화에 대비하여 1989년부터 북경 등 15개 대도시에서 주말 조선어교육을 지금까지 실시해오고 있다. 각 지역에서 이런 형태의 학교를 만드는 것도 민족교육을 해결하는 한 가지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선족의 신문, 문학지나 문예지는 살려나가야 한다. 그러기위해서 기업인들의 도움이 상당히 필요하다. 조선족 문학인, 예술인들도 전통만 고집하지 말고 현대에 맞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조선족의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문화인들의 몫이다. 문화의 세기를 살아가면서 우리도 문화산업, 콘텐츠산업, 창의 산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는 기업인들과 문화인들이 서로 협력하는 산학협동의 길을 모색해야한다.

한국어를 배운 한족이나 기타 민족의 학생들이 조선족 학생들보다도 더 표준적으로 한국어를 구사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동아시아 시대에서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우세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조선어를 홀시하고 중국어만 중시한다. 유명대학에 입학하는 것만 중시하고 이후의 취직은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대학을 졸업하든 두 가지 언어를 확실히 장악하면 취직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현재 2만 여명의 한족학생들이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고 중국 내에도 130여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어 있어 한국어를 배우는 한족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와 반대로 우리말을 모르는 조선족젊은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연변의 경우 정책상 원인으로 조선족 중소학교의 조선어강의시간을 많이 줄인다. 때문에 대학 조선어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조선어 수준이 매우 낮다. 이런 문제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제 조선족들이 흩어져 사는 중국의 대도시들에는 여러 가지 명칭으로 된 조선족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동북지역 도시들에는 ⟪심양시조선족련의회⟫와 같이 현지정부의 民政局에 등록된 법인단체도 있지만 관내지역의 절대다수 단체들은 무허가상태에서 어렵게 조선족문화관련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운동회, 설맞이 모임, 노래자랑모임, 장학회 모임, 동호인 모임, 경로행사 등 활동내용도 다양하다. 이러한 기성세대가 주도하는 문화 활동들은, 조선족들이 바다에 뿌려진 모래알같이 흩어져 있지만, 조선족사회는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행사는 지역사회의 친목활동이라는 의의를 훨씬 뛰어 넘는다.

이제 각 지역 조선족단체들은 현지 정부의 민족 사업을 협조하는 위치에서 NGO의 합법적 지위확보에 힘을 기울려야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더 효과적으로 민족문화의 계승과 창출을 통한 민족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높은 차원에서 청소년들에게 민족 언어교육과 민족문화교육을 실시해야한다. 전통과 현대화,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민족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옛 전통만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사물을 접수하려 노력해야하고 젊은 사람들은 현대에만 집착하지 말고 민족문화전통을 이어가야 한다. 문화전통과 세계화 이 두 가지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연변조선족자치주는 이러한 대도시 조선족단체들을 위한 문화의 항공모함이 되어야 한다. 그들에게 조선족문화 활동에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하고 그들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어야 한다. 연변의 연출단체들은 그들을 위한 순회공연을 당연한 책임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로 흩어진 조선족의 사회와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글로벌조선족네트워크》의 구축과 상응한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게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엘리트 경제인들과 학자들이 주축을 이루는 세계적인 글로벌조선족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전체적인 경제사회발전을 고민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네트워크가 조선족사회의 민족문화와 경제발전에 촉매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글로벌네트워크만이 우리가 지금까지 연구하고 도전해온 조선족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취지로 우리는 북경(2006년)과 부산(2007년)에서 제11회와 제12회 조선족발전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을 열어 글로벌조선족네트워크의 구축과 활용에 관한 사안들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토론하였다.

조선족은 중국에서 150년 이상의 역사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의 일개 소수민족으로 자기정체성을 확보했다. 이제 21세기에 진입하면서 조선족사회가 살아남는 길은 세계화에 걸맞게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민족문화를 창출해가는 길밖에 없다.

어렵지만 도전해야 한다.

(편집: 김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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