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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사랑법
강정숙
2011년 02월 14일 15:18 【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언제부터인가 슬픈 일이 있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 그리고 해빛이 유난히 좋은 날, 화훼시장을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울적한 날은 앞당겨 퇴근해서는 곧장 화훼시장으로 향한다. 이상하게 화훼시장으로 가면 모두다 웃는 얼굴이다. 하기야 활짝 핀 꽃을 보고 어느 누가 빙그레 미소를 안 지을수 있겠는가. 나비같은 마음으로 소년같이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짓고 이꽃 저꽃 기웃거리고 이 식물 저 식물 슬쩍슬쩍 건드리다가 맘에 드는 꽃이 있으면 한두개 사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사들인 크고작은 화분과 원래 집에 있던 대여섯개의 화분을 합쳐 저그만치 30여개가 넘는다.

창턱에는 해빛을 좋아하는 허브같은 식물들이 줄느런히 있고 벽쪽에는 두층으로 된 받침판까지 만들어놓고 두견화와 동백꽃같이 반음반양(半阴半阳)성 화분들을 진렬해놓았다. 침실에는 산소를 배출하고 유독성공기를 흡수하는 산세베리아같은 식물을 놓아두었다. 그리고 거실과 신발장의 여기저기 허전해보일것 같은 곳에는 그 자리에 어울리는 화분과 식물들을 적당히 배치해놓았다. 란초꽃은 해빛이 비추지 않는 곳에 무리지어 진렬해놓았다. 쏘파곁에는 15년 남짓이 키워온 우리집 화분의 “터줏대감”인 부상(扶桑)이 여름날 가로수처럼 윤기 도는 푸른 잎이 울창한채로 펑퍼짐하게 터를 잡고있다.

여러가지 꽃과 식물, 기이한 돌들로 작은 정원을 만들고 싶었지만 온수난방이라 적합하지 않아 그냥 미니”식물원”을 꾸미는데 그쳤다. 하여 딸애는 우리 집을 “아바타의 집”이라고 한다. 그 유명한 판타지영화 “아바타”가 그렇게 흥행했지만 나는 아직 보지 못해 “아바타”가 살고있는 집이 구체적으로 어떤지는 모르고있다. TV에서 영화홍보로 짧게 소개하는 장면을 보고 아바타가 살고있는 곳은 원시림이 울창한 곳이라고 대충 짐작하고있다. 간결하고 단순한걸 좋아하는 나는 집장식도 아주 간단하게, 그리고 가구도 제일 간편한걸로, 가장집물도 딱 수요되는걸로만 갖추었다. 그리고 될수록 집 공간은 꽃과 식물들로 포인트를 주었다. 하여 딸애는 우리집 컨셉은 “꽃”이라고 말한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제일 먼저 시작하는 일과가 아침해살이 꽃나무를 비추도록 카텐을 젖히고 통풍이 잘 되도록 창문을 열어놓고 꽃나무들의 푸른 잎에 물을 폭폭 뿜어주는것이다. 집에 있을 때면 꽃나무에 벌레가 끼지 않았나 영양이 부족하지 않나 이리 저리 살펴보고 꽃을 들여다보고 잎의 먼지를 닦아주고 물을 주는 등 일에 소요되는 시간이 제일 많다. 이에 질투를 느낀 딸애가 지난 여름방학 때 드디여 나한테 반기를 들었다.

“어머니 출근한다음 창문으로 저 꽃들을 다 집어던지지 않나 두고보세요.” 그러면서 엄마는 어쩌다 방학에만 볼수 있는 딸보다 꽃을 더 관심하고 사랑한다고 의견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사실 딸애는 꽃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던 어느날 정말로 딸애가 꽃에 무슨 짓이라도 한것처럼 큰 화분통의 란초꽃 두개가 누렇게 잎이 뜨더니 마침내 죽고말았다. “너 정말 꽃에 무슨 짓이라도 한게 아니냐?”고 윽박지르자 딸애는 억울하다는듯 설마 자기가 진짜 그러겠느냐며 말이 그렇지 자기는 절대 아니라고 맹세했다. “니가 꽃을 미워하니까 꽃이 슬퍼서 죽은거잖아?” 하면서 내가 억지를 부리자 딸애는 진짜 어이 없다는듯 입을 벌리고 나를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잎이 다 떨어져나간 텅 빈 란초화분통을 들여다보면서 딸애도 알수 없다는듯이 “그러게, 이때껏 일없다가 왜 내가 오니까 죽지?”하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나는 꽃들도 다 자기를 좋아하는지 미워하는지를 알고있다고 하였다. 니가 꽃과 한집에서 살면서 꽃을 남 보듯, 투명인간 대하듯 관심을 갖지 않고 싫어하고 질투하니까 꽃이 “애정결핍증”에 걸려 애태우다 결국 말라죽은거라고 하였다.

사실 란초는 말라죽은것이 아니라 물주기를 잘못해 뿌리가 썩어서 죽은것이였다. 가정에서 기르는 식물가운데서 란초는 어찌보면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꽃이다. 가물면 살아남을지라도 홍수 지면 뿌리부터 썩어버리는것이 란초꽃이다. 강한 해빛도 안되고 물을 너무 자주 줘도 안되고 통풍이 잘 안돼도 안되는것이 란초이다. 그런데 지난 여름 7,8월 장마철에는 여느때보다 비가 많이 내렸기때문에 공기습도가 높아 물주는 주기를 평소보다 줄여야 한다는것, 그리고 화분통이 다른 란초꽃의 화분통보다 크기때문에 물의 량도 줄여야 한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평소처럼, 다른 화분들과 똑같은 량, 똑같은 주기로 물을 주었으니 침수가 엄중해서 란초가 “익사”한것이다. 란초도 결국 지난 여름 유례없던 특대홍수의 피해를 입은것이다. 하지만 란초의 피해는 얼마든지 피할수 있는 상황이였다. 나의 무심이 란초의 죽음을 불러온것이다. 죽어가면서 란초는 아마도 “당신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 이제 나는 차라리 죽어버립니다.”하고 신호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말없는 꽃들이지만 이들도 나름대로 자신의 희로애락을 다양한 표정과 몸짓으로 나타낼줄 안다.

동백꽃은 빠끔히 작은 꽃봉오리가 생겨서부터 100여일이 지나야 꽃을 피운다. 그렇게 힘들게 오랜 잉태시간을 견뎌왔음에도 불구하고 망울을 터칠 림박이면 때론 그 예쁜 꽃을 활짝 피우지도 못한 채 맥없이 떨어지고 만다. 마치 꿈을 펴보기도전에 나래를 꺾인 소녀라고나 할가.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보면 발그레 홍조를 머금은 탐스러운 예쁜 꽃봉오리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데 정말로 울음이 터질것 같이 슬프고 아깝고 억울하다. 영양이 따라가지 못했거나 물을 너무 많이 줬거나 암튼 동백꽃으로서는 여러가지 아주 불편한 상황을 견디다 못해 처절한 희생을 선택한것이다. 꽃봉오리가 떨어지는 이런 락화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 가지에 여러개의 꽃봉오리가 달렸을 경우 한두개만 남겨두고 나머지 꽃봉오리들은 아쉽지만 마음을 모질게 먹고 따버려야 한다. 이른바 아픔을 참고 사랑을 잘라버리는(忍痛割爱)것이다.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 또는 아까워서, 그리고 욕심을 부리다간 나중에 다 잃을수도 있다.

꽃들도 영양이 과도하면 “고도비만”에 걸려 자칫 꽃을 피우지 않는수가 있다.

올해 봄 나는 우리 집 “터줏대감”인 부상에게 비옥한 새 부식토로 갈아주고 화분통도 항아리만한것으로 바꾸어주었다. 그리고 밑거름을 두둑히 준것도 모자라 검은콩물을 걸러낸 콩찌끼를 가끔 흙속에 파묻어주었다. 부상은 마치 여름날의 가로수처럼 나무가지와 잎이 무성해졌는데 잎은 영양이 아주 충족하여 윤기가 반지르르 돌았다. 그런데 여름이면 꽃을 피워야 할 부상이 잎만 무성할뿐 좀체로 꽃봉오리가 생기지 않았다. 영양과잉였던것이다. 부상나무는 그 빨갛고 큼직하고 탐스러운 꽃을 관상하기 위해 기르는것인데 결국 올해는 꽃을 구경하지 못하고 말았다. 비료를 많이 주면 잘 자라고 꽃도 더 많이, 더 탐스럽게 피울거라는 지나친 욕심과 맹목적인 사랑이 꽃나무의 비만을 불러온것이다. 비만녀성의 임신확률이 낮은것처럼 꽃나무도 아마 그런가보다. 그러고보니 “녀성은 꽃”이라는 비유가 생리적으로도 어딘가 합리적인것 같다.

모자람도 지나침도 없어야 꽃을 진정 꽃다울수 있게 만드는것 같다.

누군가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흉금이 넓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이 착하다.”고 하였다. 꽃을 들여다보고있노라면 마음이 참 평온해진다.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고 소녀같이 순진하고 천진한 마음을 갖게 한다. 아마도 모자람도 지나침도 없는 그런 평화의 마음이리라.

  래원: 인민넷 (편집: 김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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